Letter from Kunner

6월의 근황

Kunner 2012. 6. 20.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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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프로젝트 종료 후 근 한달을 내리 - 하는 일 없이 놀고 있다.

간간히 뭔가 할 때도 있긴 하지만, 일을 한다고 말하기도 좀 민망할 정도.. 그야말로 놀고 있다.

 

처음엔 곧 들이닥칠 폭풍우 같은 일거리에 대비해 푹 쉬자는 생각이었다.

일 복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운 팔자에 이렇게 놀다니, 이게 웬 호사인가 싶기도 했다.

생각해보면 언제 이렇게 하는 일 없이 놀아 본 적이 있던가.

 

하지만 이것도 못 할 짓이다.

역시 뭐든, 치우침은 좋지 않다.

얼마 안 지나서 무료함을 넘어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대체 나를 어쩌려는 생각일까, 나 이렇게 놀아도 되는 걸까 하는 불안감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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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발 동동 구른다고 상황이 막 달라질 것도 아니다.

특히 지금은 계획된 일정이 외부의 문제로 인해 어그러진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차라리 이 기회에 공부나 하자 싶었다.

그래서 얼굴에 철판 깔고 SPRING 3.0 공부를 다시 시작했다.

작년에 책 보고 끄적거린 것들이며, 전자정부 표준 프레임워크를 들춰 보고..

iBatis로 된 소스를 모조리 hibernate로 마이그레이션 하기도 하고.

소스 아키텍쳐를 Spring 3 규격에 맞춰 통째로 바꿔 버리기도 했다.

목표는 익숙해 지는 것.

머리로 대충 익혀 둔 것을 몸이 기억하게 하는 것이었다.

 

아침에 출근해서 정신 없이 코딩하다보면 점심시간.

식사 하고 와서 또 정신 없이 코딩하다보면 퇴근시간.

한 보름 그렇게 했더니 허리 통증이 몹시 심해졌고, 안구 건조가 제대로 왔다.

정말 간만에.. 무식하게 집중하게 된 것 같다.

뻣뻣하게 굳은 허리와 다리를 두드리며 '이렇게 무식하게는 더 하면 안 되겠다' 하는 후회가 들지만,

'나한테 아직도 이런 에너지가 있구나' 하는 반가움이 더 컸다.

 

이번 주엔 새로 업무가 들어와서 학습을 중단했는데..

새로 들어 온 업무가 영 어정쩡해서, 내일부터 다시 공부를 시작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눈치는 좀 많이 보이지만, 어떻든 덕분에 개발 스킬이 많이 늘은 것 같다.

한동안 손 놓고 있던 탓에 못내 자신 없었는데.. 많이 따라간 느낌이란 말이지. ㅋ

 

미래 구상에서 개발에서 아예 손을 떼는 것은 현명하지 못 하다.

그러니 요즈음의 한가함은 그야말로 감사한 일이다.

 

 

 

***

어제는 회사에서 세미나를 보내줘서 다녀 왔는데..

보고 있다 보니 피가 끓었다.

세상은 참 많이 달라지고 있고, 잘난 사람도 참 많다.

하루 하루 그냥 보내고 있다 보면 어느새 바보가 되어 있다.

 

책에서나 조금 봤을 뿐, 실제로는 해 본 적 없는 관리 기법들.

그런게 있는지조차 몰랐던 각종 솔루션들.

그리고 그걸 현업에서 활용해 본 사례 발표자들.

 

머리가 아파왔다.

언젠가는 또래보다 좀 앞서 있다고 생각했던 때도 있긴 했는데..

어느새 뒤쳐져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됐다.

그 간격은 점점 벌어지고 있는 것 같아 다시 머리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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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언제까지 이럴건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레이스를 계속 할 생각이 아닌 이상, 빨리 벗어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후아..

생각은 많지만, 아직 구상중이므로 자세한 얘기는 차차 하기로 하자.

 

 

그래도 몸 건강한 것에 감사하자.

참고 기다리다 보면 언젠가 잭팟 터뜨릴 날 오지 않겠나.

내 인생의 가장 좋은 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