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을 위한 이야기/여행

동남아 여행기 - 08/22 @ 광저우

Kunner 2011. 10. 25. 10:10
Prologue

여행을 다녀온 후 바로 여행기를 써야겠다, 하고 마음 먹었었는데..
귀찮음에 차일피일 미루다 벌써 두달여가 지났다.
두달이나 지난 일을 기억을 더듬어 가며 '여행기'라고 쓰는 일은 참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더 늦으면 곤란할 것 같아, 이제라도 조금씩 써내려가야겠다.

여행 중에는, 그리고 막 다녀와서는 쓸 말이 무척이나 많았다.
머릿속에 떠올려진 생각들 중에는 제법 괜찮은 문장이라 생각되는 것들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기억 나지 않는다.
뭐든 때가 있는 법이다. 써야할 때 썼어야 했다.

사실 이제와 후회해봐야 아무 의미가 없다.
여튼 덕분에 당시의 느낌보다는 지금의 생각에 더 충실한 여행기가 되겠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사진이 충분히 있다는 것.
사진만 대충 얽어도 될 정도로 말이다.

3주간의 이야기를 글 한 편으로 정리하기는 어렵다.
몇 편으로 나눠 써야겠는데..
부디 완결 지을 때 까지 게으름에 지지 않기를.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은 현실로부터의 단절이다. 






- 여행을 준비 하면서

처음에는 유럽을 가고 싶었다.
차를 한 대 렌트해서 한 달 정도 유럽 전역을 누비는 게 원래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이 계획은 동남아를 한 달여 다녀 오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태국 방콕을 시작으로 라오스와 캄보디아, 베트남을 다녀 오는 그림을 그려봤다.
약간 빠듯하다 싶기도 하지만 나름 괜찮은 여행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다소 이른 추석 덕분에 여행기간은 한달에서 3주로 줄어 들었고..
지나치게 빠듯한 일정으로 자칫 '여행'이 아니라 '이동'이 될 것 같아 계획을 대폭 변경했다.
베트남은 빼고 방콕 - 치앙마이 - 라오스 - 캄보디아 시앰립을 거쳐 다시 방콕으로 오는 여정을 짰다.
여행의 주목적은 트래킹, 진짜 제대로 느끼고 와 보자고 마음 먹었다.
태국과 라오스는 딱히 비자가 필요 없으니 됐고, 비자가 필요한 캄보디아와 베트남 중 베트남을 빼고 캄보디아의 비자를 끊었다.
(인터넷으로 e비자라는 걸 끊을 수 있는데, 신청 방법과 캄보디아 국경에서의 사용 방법 등은 따로 정리하는 것이 좋겠다.)

하지만 이런 다부진 각오는 출발 하루 전에 모두 무너져 버린다.
여행지 정보를 하나씩 모으면서, 점점 자신이 없어진 것이다.
저질 체력이야 어떻게든 극복하겠지만.. 과연 제대로 못 씻고, 제대로 못 먹고 하는 일을 버텨낼 수 있을까? 내가? -ㅅ-;;

그러다 '걸어서 세계속으로 - 라오스' 편을 보고 난 후 도저히 안 되겠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무엇이 더럽고, 무엇이 깨끗한가?" 하는 다큐멘터리 속 PD의 음성이 폐부를 꿰뚫고 지나긴 했지만..
내 머리는 더러운 걸 어떻게 해, 하고 말하고 있었다.
어떻게 사람이 갑자기 변하나?
그냥 더러운 건 더러운 거고 깨끗한 건 깨끗한 거다.

뭐 이러다보니 제대로 된 여행 계획이란 있을 수 없다.
출발 하루 전인데도 비행기 티켓만 예매했을 뿐, 짐도 꾸리지 않았다.

비행기 티켓도 출발 며칠 전에 끊은 탓에 직항은 모두 동이 났다.
홍콩이나 마카오, 광저우 등을 체류한 후에 방콕으로 넘어 가는 비행기들 뿐이다.
기왕 이렇게 된거 공항에서 힘들게 몇 시간씩 기다리기 보다 좀 더 오래 머물더라도 제대로 잠을 잘 수 있도록 하자 싶었다.
그래서 광저우에서 하룻밤을 자고 방콕으로 넘어 가기로 했다.
호텔 예약 따위는 하지 않았다. 너무 촉박해서기도 하지만, 가면 어떻게 다 되겠지 하는 마음이었다.

론리 플래닛에서 나온 가이드북을 두 권 사긴 했지만, 읽어 보지도 않았다.
스스로도 뭐 이렇게 준비하는 여행이 다 있나 싶었다.
형은 원래 여행이 그런거다, 하고 말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나도 뭔가 열심히 준비하지 않았던 것은..
뭔가에 몰두하고 하는 일이 너무 번잡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일상으로부터 도망치듯 떠나는 여행이다.
그런 여행을 위해 골몰하며 준비하는 것은 애초에 가당찮은 일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하루 하루 지나다 보니 여행 날이다.
밤을 꼬박 새우고 대충 짐을 챙겨 길을 나섰다.
뭘 해야 할지,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는 채 여행은 시작되었다.

애초에 여행 준비는 돈과 카메라, 음악이면 충분하다.




- 8월 22일, 인천공항 - 광저우

드디어 여행 날이 밝았다.
아니, 집 문을 나선건 5시도 채 안 됐을 때의 일이니 아직 채 밝지 않았다.
인천공항 리무진 버스를 타기 위해 콜택시를 불렀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이 리무진버스는 집 근처인 송산동 입구 정류장에서 선다.
괜히 콜택시까지 불러 가며 멀리 갈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혹시나 싶어 전날 용남고속에 전화까지 해가며 물어 봤는데, 안 선다고 해서 택시를 타고 병점 중심상가까지 나갔던 건데 말이지.

인천공항으로 나가는 사람들, 생각보다 꽤 많았다.



뭐 어떻든 좋다.
정해진 시간 보다 약간 늦게 도착한 버스를 타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간밤에 한숨도 못 잔 탓에 버스에 오르자 마자 잠이 들어 눈 떠 보니 공항이다.
1시간 30분 ~ 2시간 여가 걸린다고 써 있었는데, 실제로 걸린 시간은 1시간여.
도착하니 6시 조금 넘은 시간이다.

너무 일찍 공항에 도착해 버렸다.
워낙 이른 시간이라 발권하는 데 얼마 시간이 걸리지도 않은 탓에 7시도 안 되서 발권을 마쳤다.
8시 50분 비행기니 근 2시간을 공항에서 버텨야 한다.

내 이름이 적힌 여권과 비행기 티켓 -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노트북을 열어 미진한 여행정보를 찾아 보기도 하지만 이제와 그런게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얼른 비행기에 올라 잠을 잤으면.. 그저 잠, 잠, 잠을 원할 뿐이었다.
다른 건 몰라도 여행 전날 잠은 푹 자야겠다.
졸리니 여행이고 뭐고 다 귀찮다는 생각 뿐이었다.


애초 트래킹을 염두하고 떠나는 여행이다보니 복장은 대충 이랬다. 누가 보면 방콕이 아니라 히말라야로 가는 줄 알았을 것이다.



시간이 되어 광저우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중국남방항공을 탔는데, 검색해 보니 평가가 썩 좋지 않다.
비행기야 다 거기서 거기일테니 더 말할 필요가 없겠지만 일단 데스크에서 일하는 사람들 서비스가 영 별로다.
나중에 자세히 얘기할텐데, 이 사람들 미숙한 일처리 때문에 곤란을 겪기도 했다.
그리고 다들 지적하는 기내식, 완전 별로다. 왕복 총 네번의 기내식을 먹었는데 토하지 않은게 다행일 정도다.
아 물론 내 입맛은 몹시 까다로운 편이다. 비위도 약하고. 인정한다.
하지만 저런 음식은 아무리 먹어도 적응이 안 될 것 같다.
그래도 스튜어디스들은 친절했다. 하긴, 친절하지 않은 스튜어디스가 있긴 한가?


맛있을 것 처럼 보이는 기내식. 4번의 기내식 중 이게 제일 나았었는데도 불구하고.. 그야말로 맛있을 것 같기만 하다.



간식도 준다. 견과류였는데, 치아 교정 중이라 저런건 그림의 떡이었다. 아니, 그림의 땅콩. @_@;



광저우와 우리나라의 시차는 -1시간이다.
대략 3시간 반쯤 날아갔는데 현지 시간은 12시가 조금 넘었다.


출발할 때는 날씨가 꽤 안 좋았는데, 광저우에 도착하니 아주 쾌청했다.
그러고보니 한국에선 내내 장마였기 때문에 이렇게 파란 하늘은 참 오랜만이다.



광저우에 처음 도착했을 때의 느낌은.. '냄새 난다' 였다.
막 지어진 공항이 마치 인천공항을 보는 듯 굉장히 넓고 깨끗해 보였지만..
그 특유의 냄새가 진동을 했다.
마치 곰팡내 같기도 하고, 공장 매연 같기도 한..
꽃가루며 먼지 등 각종 알러지에 시달리는 형과 내겐 몹시 괴로운 일이었다.


광저우 공항을 가득 채운 현대자동차 광고. 돈 참 많이 들었겠다, 하는 정도의 느낌이다. 오른쪽 하단에 잡힌 중국인의 얼굴, 참 거슬린다. -ㅅ-;



광저우에서 1박을 하기 위해 임시 비자를 발급 받았다.
여행사에서는 광저우에서 1박을 하기 위해 반드시 복수 비자를 발급 받으라고 했지만 발급 비용이 꽤 비싸다.
어떤 블로그에서 굳이 비자 발급할 필요 없이 임시 비자 얘기를 찾아 낸 것이 주효했다.

임시 비자를 발급받는 것은 크게 어렵지 않다.
입국 수속 시 수속 서류를 모두 작성하고, 임시 비자 발급 신청서를 함께 작성하기만 하면 된다.
단, 이때 입국 후 24시간 이내 출발하는 비행기 티켓을 함께 제출해야 한다.
내 경우에는 광저우를 들러 방콕에 가는 여정이었으므로 광저우 입국 수속장 앞에서 방콕행 비행기 티켓을 발권받았다.
그리고 앞에서 말한 것처럼 입국수속서류와 임시 비자 발급 신청서, 방콕행 티켓을 입국 수속장에 제출하면 임시 비자를 발급해 준다.
시간은 대략 10분 여가 소요 되는데, 함께 발급 받는 사람의 수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공항 내부는 꽤 잘 꾸며져 있다. 사진 속 나무는 실제 살아 있는 나무라는데, 그 크기가 정말 장대하다.
이걸 보고 든 생각은.. 확실히 얘들은 미쳤다 스케일이 크다는 것이었다. 




광저우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다보니 어디로 가야 할지 전혀 모르겠다.
그러던 중 함께 임시 비자를 발급받은 한국인(워킹홀리데이를 위해 호주로 떠나는 학생이었는데, 함께 한 시간이 워낙 짧다보니 많이 친해지긴 어려웠지만 여러모로 좋은 인연이었다)과 얘기하다보니 중국남방항공을 이용하면 공짜로 호텔 투숙이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됐다.
중국어도 모르고, 영어도 미숙한 탓에 이리저리 헤맨 끝에.. 중국남방항공 고객센터를 찾아가 호텔을 예약했다.

이렇게 씌인 곳으로 가면 된다.



호텔에서 나온 셔틀버스. 다음날 티켓 시간에 맞춰 공항까지 데려다 준다.
20여 년 전 우리나라 그레이스나 베스타 정도 되려나. 쾌적함 같은 건 없다. 거기다 대륙의 운전법까지 함께면 그런 기대는 애초에 사치다!



예순이 넘었다는데 아주 건장한 필리피노 아저씨. 우리나라와 두바이에 각각 작은아들과 큰아들이 나가 있다고 한다. 
두바이의 큰 아들을 만나고 오는 길이라는데 굉장히 호쾌한 웃음을 가지고 있었다. 아쉽게도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진동이 요란한 차 안이라 사진이 심하게 흔들렸다. 



호텔 투숙비, 그리고 공항-호텔 간을 이동하는 차편은 모두 공짜다.
호텔 수준은 썩 좋진 않아도 결코 나쁘진 않았다.
일단 넓고 에어콘도 물도 잘 나온다. 무선 인터넷은 없지만 유선 인터넷은 잘 된다.
우리나라처럼 빠르진 않아도 웹서핑 정도는 무리가 없다.
공짜임을 감안한다면 그야말로 횡재였다.


아주 깨끗하지는 않지만 꽤 넓고 괜찮다.




물론 비행기 티켓 요금 안에 다 포함되어 있는 거라고 말할 수도 있겠으나, 직항 티켓보다 저렴하면서 이런 서비스를 다 받을 수 있다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
임시 비자를 발급받고, 호텔을 예약하는 방법에 대해서 따로 글을 써야겠다.
나중에 다시 비슷한 여행을 한다고 할 때 몹시 유용한 정보가 될 것이다.


광저우에 도착해 호텔을 배정 받는데까지 워낙 시간이 오래 걸린 탓에, 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현지 시간으로 3시가 넘었다.
막상 광저우에 왔는데 잠깐이라도 둘러봐야겠다 싶어 얼른 씻고 호텔을 나섰다.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호텔 근처에 번화가가 있다고 하기에 무작정 출발하긴 했는데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
아마 번화가라고 하는 곳은 지하철을 타고 좀 나가야 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까 호텔로 오는 차 안에서 만난 필리피노 아저씨와 저녁 약속을 했기 때문에 멀리 갈 수는 없었다.
그래서 호텔 근처를 두어시간 정도 돌아 다녔는데, 온통 공사중인데다 딱히 볼 것도 없어 다시 호텔로 돌아 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노점, 좌판이 여기도 많다. 대개 먹을 것을 팔고 있다.


새로 지은 건물들이 빼곡한 틈으로 비행기가 날아가고 있다. 


새로 지은 것일까? 건물들이 아직 텅텅 비어 있다.
게다가 주변은 온통 공사중이거나 판자촌이다. 사람들의 외양은 대체로 비루한데, 그 와중에도 고급차가 돌아 다닌다.
한눈에 빈부의 격차를 실감할 수 있다.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어서 가보니 장기를 두고 있었다. 판을 보니 사실상 다 끝난 게임이다. 


거대한 피자 같은 걸 만들어 팔고 있었다. 배가 고프긴 해도 선뜻 먹어 보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는다.


명절을 앞두고 있다보니 마트엔 선물 관련 행사가 한창이다. 이 사람들은 빨간색을 참 좋아한다. 불끈~!


우리에 비해 물가 수준이 어떤가 궁금해 마트에 들어갔다. 마트 입구에서 가방을 벗어 저 빨간 가방에 봉해야 한다. 
대충 둘러보느라 잘 알 수는 없지만, 대체로 음료수 가격 빼고는 우리에 비해 크게 싸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마트 안에 현지인이 별로 없는 이유가 그 때문이 아닐까?


길거리에서 어떤 할머니가 리치를 팔고 있었다. 한번 맛보라며 건네줬는데, 정말 맛이 없었다. 


맥도날드 매장안의 모습. 손님보다 일하는 아이들의 숫자가 더 많다. 심지어 자기들끼리 사진 찍으면서 놀고 있다.
처음엔 얘들이 뭐하는 애들인가 했는데, 알고보니 일하는 애들이 맞는 것 같다. 배달이라도 다니는 걸까?
뭐 여튼, 일하는 애들의 숫자에서도 대륙의 기상이 물씬 풍긴다.
맥도날드에 가려다 저 아이들 덕분에 뻘쭘해진 우리는 다른 식당에 가기로 했다.



돌아 오는 길에 너무 지치고 배도 고프고 해서 일본음식을 파는 식당에 들어 갔다.
중국까지 와서 웬 일본음식인가 싶긴 한데, 식당이 몇개 없어서 딱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현지 물가 감안하면 비싼 가격이겠지만, 애초에 우리랑 물가 차이가 나니 체감하는 가격은 비싸지 않았다.
하지만 이따 저녁을 먹어야 하니 간단하게 먹자는 생각에 모밀판 하나, 우동 하나, 야끼만두 하나를 시켜 셋이 나눠 먹었다.

식당에 다른 손님도 별로 없으니 우리나라 같으면 저 정도 음식 나오는데 10분이면 충분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음식을 받은 것은 주문한지 30분이 넘어서였다. 그야말로 만만디, 만만디다.
'최고의 반찬은 시장함' 이라는 말을 증명하기 위해서인걸까.

너무 배고픈 나머지 사진이고 뭐고.. 음식이 나오자 마자 득달같이 먹어 치우는 통에 사진을 찍을 틈이 없었다. 



먹고 나니 현지 시간으로 6시가 좀 넘었는데, 저녁을 먹기는 좀 이르다 싶었다.
땀도 많이 흘렸고 해서 일단 숙소로 돌아가 좀 씻고 다시 만나기로 했다.


호텔 앞의 시내 모습. 묘하게 이국적이다.
사람들 중 일부는 우리와 비슷한 외모, 일부는 동남아시아 사람들 같은 외모를 지녔다. 건물 스타일은 우리와 많이 다르다.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한 후 기절해 버렸다.
전날 잠을 못 잔데다 너무나 더운 날에 돌아 다닌 후 식곤증까지 몰려오다보니 앞뒤 잴 틈 없이 그대로 잠들어 버린 것이다.
눈 떠 보니 새벽 2시가 넘었는데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필리피노 아저씨와 저녁 약속을 했었는데.. 몹시 미안했다.

그 시간에 가서 사과할 수도 없고, 우리는 내일 새벽에 출발하지만 그 아저씨는 오후 2시 비행기라니 그 전에 마주치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안한 마음 가득한데 도저히 방법이 없다.
때로 이렇게, 내 의지와는 관계없이 누군가에게 미안한 일이 벌어지고는 한다.


여행의 첫날이 이렇게 저물었다.
현지 정보를 잘 모르는 탓에 답답함과 불안함이 들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우연과 행운이 만들어 낸 묘한 즐거움 또한 가득했다.

형은 말했다. - "여행이란 이런 것이다."
슬슬 그 말에 공감하는 중이다.
미지에 대한 호기심과 불안, 그리고 새로운 경험들.
뭐가 제대로 된 여행이냐 하는 것은 분분할 수 있지만, 우리의 여행도 참 괜찮을 것 같다는 기대감이 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