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을 위한 이야기/사진
카메라 여행을 마치다.
Kunner
2011. 10. 25. 07:02
사진이란, 과연 내게 어떤 의미가 있는걸까?
나는 과연 어떤 사진을 찍고 싶은걸까?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다.
가진 장비들을 둘러 보니.. 참 가당치도 않은 것 같아서 입맛이 썼다.
그날로 장비를 모두 처분해 버렸다.
어쩌면 그건 날씨 탓이었을지도 모른다. 잠깐 지나가는 우울증 때문이었을지도..
그러고 나니 또 울적해졌다.
어떤 사진을 찍고 싶은가에 대한 고민을 딱히 더 한 것은 아니지만..
셔터를 누르는 손맛과 철컥, 하는 셔터 소리가 그리웠다.
무언가를 '한다' 는 행위 자체가 좋은 것이 아니었을까?
마침 여행을 가기 위해서라도 카메라가 필요하긴 했다.
가볍고 단촐하게 미러리스 카메라를 들였다.
여행 내내 그 작은 카메라와 함께 하면서..
손에 안 익어 아쉬운 순간이 종종 있긴 했지만
최신 카메라들의 성능에 놀라고, 또 놀랐다.
대단하구나, 기술의 힘이란.
종종 아쉬운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조금만 더 신경써주면 충분히 좋은 사진을 뽑아내준다.
하지만 a900의 셔터 소리가 그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뭐 어떤 대단한 사진을 찍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저 아날로그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그 녀석이 그리운 것이다.
그러다 a77이 발매되고, 고민 끝에 현장 판매 행렬에 참가했다.
꼬박 밤을 새서 받아 든 카메라니 애지중지.. 고이고이 오래오래 쓰자 마음 먹었다.
하지만 웬걸.
불과 보름을 채우지 못하고 내쳐버렸다.
적응 못 한 탓이 더 크겠지만..
내가 생각하던 그런 카메라가 아니었다.
카메라를 잡고 셔터를 누르고, 컴퓨터로 옮겨 사진을 확인하기까지..
그 과정이 이렇게 불안했던 적이 또 있었을까?
더구나 바디오류로 언제 꺼질지 모르는 불안함까지 더해지면서 밤을 새워 산 카메라에 대한 정이 뚝 떨어졌다.
더 맘쓰지 않고 바로 장터행.
가라, 가라.
밝은 낮, 포커스 잘 맞은 부위의 표현은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어두운 부분의 디포커싱된 부분의 처리는 최악이었다.
그리고 다시 a900을 알아 보다가, 마침 매물로 나온 850이 있어 송탄까지 가서 사왔다.
a900이 아닌게 좀 아쉽기는 하지만.. 이걸로 만족하고 잘 써야겠다.
뭐 얼마나 대단한 사진을 찍겠느냐만..
결국 나 좋자고 하는 취미 아니겠는가.
썼을 때 기분이 좋아야지 않겠는가 말이다. 하하..
애초에 사진은 내게 '일'이 아닌 '쉼'이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