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을 위한 이야기/여행
여행 중 잠깐의 짬 - 두서 없는 이야기들.
Kunner
2011. 9. 4. 22:22
아무런 계획 없이 비행기 티켓을 끊고,
일단 가서 생각해 보자며 방콕으로 날아 온지 벌써 보름이 됐다.
태국에서 라오스, 베트남을 거쳐 캄보디아를 다녀와 볼까 했었는데..
3주가 채 안 되는 시간동안 저길 다 돌려면 거의 메뚜기처럼 뛰어 다녀야 할 것 같아서 포기했다.
대신 일주일 단위로 태국, 캄보디아, 다시 태국에 머무르고 있다.
동남아시아 - 태국이나 캄보디아 같은 나라는 이미 대중적인 관광 코스다.
실제로 길거리에서 하루에 수십명씩(유명 관광지에서는 수백명씩) 한국인을 마주치곤 한다.
결국 누구나 오는 곳에 왔고, 누구나 보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그래.
딱히 대단한 걸 보고, 대단한 걸 체험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항상 보고 겪은 것 이상의 울림을 주는 법이어서
나 역시 풀어 내고 싶은 이야기, 보여 주고 싶은 사진이 너무나 많다.
하지만 아직 여행이 끝난 것도 아니요, 글을 써내려갈 시간이 충분한 것도 아니니
머릿속을 떠다니는 수많은 생각들은 잠시 묻어 두어야겠다.
처음 떠나올 때는 여행하면서 꾸준히 메모를 해야겠다 싶었는데, 실제로는 한 며칠 하고 나니 시들해졌다.
끝내 떨쳐내지 못한 게으름이 주된 원인이겠지만,
중요한 건 나중이 되어서도 반드시 떠오를 것이라는 자기 합리화 역시 크게 한 몫을 했을 것이다.
실제로 수없이 스치는 생각들의 대부분은 하나로 귀결되고 있었으니까.
'사람은 왜 사는 걸까?'
사춘기 소년도 아닌데... 이런 덧없는 질문을 뇌까리고 있다.
질문에 대한 대답이 분명해 질 수록, 나이를 먹은 것이렸다.
대체로 나이를 먹으면 먹을 수록 삶은 단순해지고 분명해진다.
일단 고단한 삶의 무게를 알게되면,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을 질질 끄는 일 따위는 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여행을 와서 보니, 자연스레 소시적 천착했던 화두를 또 꺼내 들게 되었다.
나는 왜 사는 걸까,
이 사람들은 왜 사는 걸까.
이 사람들과 나는 무엇이 다르며 무엇이 같은가?
애초에 다르기나 한가?
아니면 어디가 같기나 한가?
삶은 무엇일까.
나아가, 무엇이 더 나은 삶이고 무엇이 덜한 삶일까?
체력은 심하게 저질인데다 날씨는 생각보다 훨씬 덥다.
관광(觀光)에서의 '본다'는 본래의 목적은 뒷전이 된지 오래다.
덕분에 여행지의 범위가 당초 생각보다 훨씬 줄어들었음에도, 이 주변 명승지 조차 다 돌아 보지 못했다.
귀국길에 오르기까지는 아직 일주일여의 시간이 남았다.
그 안에 몇개나 더 가 볼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또 반대로 그걸 더 본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실 관광이란 뭘 보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무엇을 느끼느냐가 중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여행을 하게 되면, 특히나 이렇게 긴 여행을 하다 보면..
나를 둘러싸고 있던 현실과 분리되어 삶을 객관화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분리 되면, 얼른 다시 현실로 돌아 가고 싶은 마음 또한 비례해서 커지는 모양이다.
그렇게 도망치고 싶던 현실인데, 그렇게 떨쳐내고 싶던 불안인데.
지금의 나는 그 현실을 영영 놓치게 될까 또 다른 불안을 갖고 있는가보다.
그러고보면 나도 참.. 여행을 잘 하진 못 했는가보다.
잠깐의 여행으로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낯선 곳에 좀 왔다고 갑자기 고민이 확 해결될 리도 없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고 해서 삶이 확 달라질 리도 없다.
애초에 여행이란 다시 돌아 갈 것을 기약하고 하는 것이니만큼, 삶은 결코 달라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여행 끝에 다름이 있을 것을 기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게 어리석은 일임을 뻔히 알면서도 기대하는 - 바라고 기다리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일테니.
문득 남은 여행 동안 순간에 충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든 돌아가면 또 한동안 누리지 못할 호사가 아닌가.
하하.
-떠나 온 지 13일째 Bangkok City Suite Hotel에서.
일단 가서 생각해 보자며 방콕으로 날아 온지 벌써 보름이 됐다.
태국에서 라오스, 베트남을 거쳐 캄보디아를 다녀와 볼까 했었는데..
3주가 채 안 되는 시간동안 저길 다 돌려면 거의 메뚜기처럼 뛰어 다녀야 할 것 같아서 포기했다.
대신 일주일 단위로 태국, 캄보디아, 다시 태국에 머무르고 있다.
동남아시아 - 태국이나 캄보디아 같은 나라는 이미 대중적인 관광 코스다.
실제로 길거리에서 하루에 수십명씩(유명 관광지에서는 수백명씩) 한국인을 마주치곤 한다.
결국 누구나 오는 곳에 왔고, 누구나 보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그래.
딱히 대단한 걸 보고, 대단한 걸 체험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항상 보고 겪은 것 이상의 울림을 주는 법이어서
나 역시 풀어 내고 싶은 이야기, 보여 주고 싶은 사진이 너무나 많다.
하지만 아직 여행이 끝난 것도 아니요, 글을 써내려갈 시간이 충분한 것도 아니니
머릿속을 떠다니는 수많은 생각들은 잠시 묻어 두어야겠다.
내가 보고 싶던 것은 엄청난 무언가가 아니라 삶 그 자체였다.
처음 떠나올 때는 여행하면서 꾸준히 메모를 해야겠다 싶었는데, 실제로는 한 며칠 하고 나니 시들해졌다.
끝내 떨쳐내지 못한 게으름이 주된 원인이겠지만,
중요한 건 나중이 되어서도 반드시 떠오를 것이라는 자기 합리화 역시 크게 한 몫을 했을 것이다.
실제로 수없이 스치는 생각들의 대부분은 하나로 귀결되고 있었으니까.
'사람은 왜 사는 걸까?'
사춘기 소년도 아닌데... 이런 덧없는 질문을 뇌까리고 있다.
질문에 대한 대답이 분명해 질 수록, 나이를 먹은 것이렸다.
대체로 나이를 먹으면 먹을 수록 삶은 단순해지고 분명해진다.
일단 고단한 삶의 무게를 알게되면,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을 질질 끄는 일 따위는 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여행을 와서 보니, 자연스레 소시적 천착했던 화두를 또 꺼내 들게 되었다.
나는 왜 사는 걸까,
이 사람들은 왜 사는 걸까.
이 사람들과 나는 무엇이 다르며 무엇이 같은가?
애초에 다르기나 한가?
아니면 어디가 같기나 한가?
삶은 무엇일까.
나아가, 무엇이 더 나은 삶이고 무엇이 덜한 삶일까?
나는 그들이 가지지 못한 많은 것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들 역시 내가 가지지 못한 많은 것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체력은 심하게 저질인데다 날씨는 생각보다 훨씬 덥다.
관광(觀光)에서의 '본다'는 본래의 목적은 뒷전이 된지 오래다.
덕분에 여행지의 범위가 당초 생각보다 훨씬 줄어들었음에도, 이 주변 명승지 조차 다 돌아 보지 못했다.
귀국길에 오르기까지는 아직 일주일여의 시간이 남았다.
그 안에 몇개나 더 가 볼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또 반대로 그걸 더 본다고 해서 뭐가 달라질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실 관광이란 뭘 보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무엇을 느끼느냐가 중요한 것일지도 모른다.
여행을 하게 되면, 특히나 이렇게 긴 여행을 하다 보면..
나를 둘러싸고 있던 현실과 분리되어 삶을 객관화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분리 되면, 얼른 다시 현실로 돌아 가고 싶은 마음 또한 비례해서 커지는 모양이다.
그렇게 도망치고 싶던 현실인데, 그렇게 떨쳐내고 싶던 불안인데.
지금의 나는 그 현실을 영영 놓치게 될까 또 다른 불안을 갖고 있는가보다.
그러고보면 나도 참.. 여행을 잘 하진 못 했는가보다.
하늘을 보는 것도 자유, 커튼을 내리는 것도 자유.
돌이켜보면 삶의 그 많은 선택에서, 어느 하나 내가 하지 않은 것이란 없다. - 이제와 변명할 것도, 회피할 것도 없다.
잠깐의 여행으로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낯선 곳에 좀 왔다고 갑자기 고민이 확 해결될 리도 없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고 해서 삶이 확 달라질 리도 없다.
애초에 여행이란 다시 돌아 갈 것을 기약하고 하는 것이니만큼, 삶은 결코 달라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여행 끝에 다름이 있을 것을 기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게 어리석은 일임을 뻔히 알면서도 기대하는 - 바라고 기다리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일테니.
문득 남은 여행 동안 순간에 충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든 돌아가면 또 한동안 누리지 못할 호사가 아닌가.
하하.
-떠나 온 지 13일째 Bangkok City Suite Hotel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