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시사人Kunner
선정적 보도문화, 대책이 필요하다.
Kunner
2011. 4. 3. 21:17
언론의 실제 수업 첫번째 과제 - <미디어 비평 기사 작성하기>
처음 작성했던 기사는 이와 좀 다른 방향으로, 대안 제시를 많이 했었다. 뉴스 기사라는 걸 처음 써 보다보니, 지금 쓰고 있는게 뉴스 기사인지 논설문(사설)인지 알 수 없었던 것이다. 세번을 퇴고한 끝에 완성. 아직도 볼 때 마다 고쳐야 할 곳이 보이지만, 이쯤에서 첫번째 기사를 마쳐야겠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뉴스 기사들이 넘쳐나고 있다. 단순 흥미 위주거나 성적인 부분만을 자극하는 스포츠, 연예 뉴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기괴한 이야기로 넘쳐나는 사회 뉴스나 스캔들 위주의 정치 뉴스, 뉴스인지 광고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인 경제 뉴스에까지 뉴스의 전 부문에서 경쟁하듯 선정적인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이 같은 선정성 경쟁은 온라인 매체에서 더욱 심하다. 주요 포털의 뉴스 란에 ‘꿀벅지’니 ‘하의실종’이니 하는 낯 뜨거운 단어들이 올라와 있는가하면, 성인 잡지에서나 봄직한 사진들이 버젓이 걸려 있는 것은 이제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다.
<참고자료: 4월 3일자 네이버 첫 화면 뉴스캐스트 캡처>
그뿐 아니다. 내용과는 관계없이 논란이 될 만한 자극적인 제목으로 사용자를 ‘낚는’ 행위도 빈번하다. 4월 3일자 네이버의 첫 화면에 걸려 있는 서울경제신문의 뉴스 제목은 ‘그녀의 민망한 곳으로 자꾸만 손이…’ 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실제 기사의 어디에도 이런 제목을 유추할만한 내용은 없다. ‘민망’이라는 단어는 아예 쓰이지도 않았다. 실제 기사는 ‘남녀고용평등법 24년’이라는 제목으로, 직장 내 성희롱이 아직 근절되지 않았다는 내용이 전부이다. 네이버에 걸려 있던 것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또 다른 예를 들어 보자. 역시 4월 3일자 네이버의 첫 화면에 걸려 있는 중앙일보의 기사로 ‘1시간 내 지구 어디든 정밀타격, 북한에 “특효”’라고 되어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실제 기사와는 많이 다르다. 실제 기사에서는 북한이 아니라 이란의 핵위협 상황을 상정하고 있다. 기사에서 딱 한 줄 북한을 언급했는데, 그것도 북한을 타격한다는 내용이 아니라 북한의 핵위협에 대해 남한과 일본이 핵무장으로 나가는 것을 저지할 수 있다고 말한 것뿐이다. 역시 네이버 첫 화면에 걸려 있던 것과 너무나 다르다. 사용자의 눈길을 사로잡기 위함이라고 하지만, 이쯤 되면 심각한 수준의 기사 왜곡이다. 대체 왜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 것일까? 이런 제목 선정은 연예, 가십 기사에도 어울리지 않을 법 한데 말이다.
이에 대해 이응종 교수(중앙대/조선일보)는 “인터넷 공간의 특성과 언론사 재정의 취약함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때문”이라고 말한다.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인터넷에서 사용자의 선택을 받기 위하여, 언론은 보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기사를 써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접속자 수를 기반으로 한 사이트 랭킹에서 100위 이내에 들지 못하면 광고를 유치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이러한 선정성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고 한다. 언론사 홈페이지들마다 성인광고로 도배되어 있다시피 한 것도 언론사의 취약한 재정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문제를 개선하고자 네이버는 2008년에 ‘뉴스캐스트’ 시스템을 내놓았다. 뉴스캐스트란 포털 첫 화면에 게시할 뉴스의 편집권을 각 언론사에 넘기고, 이렇게 게시된 뉴스 제목에 각 언론사 홈페이지를 직접 연결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포털이 독점하던 사용자 방문수를 언론사와 공유하게 되므로, 각 언론사가 더 좋은 기사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는 것이 네이버 측의 설명이었다.(뉴스캐스트 도입 직후 공지사항 참조) 더 많은 사용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는 바람직한 경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본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시스템 도입 시의 기대와 달리 언론은 더 많은 클릭 수를 얻기 위해 보다 자극적인 기사를 써냈던 것이다. 그 결과 위 사례에서 보는 것처럼, 네이버의 첫 화면은 사용자를 ‘낚기’ 위해 혈안이 된 언론사들이 쏟아내는 선정적 단어들과 왜곡된 제목의 기사들로 넘쳐나고 있다. 다른 포털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첫 화면 뉴스의 편집권을 언론사에 넘긴 네이버에서 이런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결국 이런 방법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을 뿐이다.
이런 행태가 계속 됐을 때 가장 큰 문제는 전체 언론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언론을 신뢰하지 않게 되는 순간, 언론은 제 기능을 할 수 없다. 언론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언론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생계가 위협 받는 다는 것을 넘어 전 사회의 신뢰도 함께 무너진다는 뜻이다. 눈앞의 작은 이익 때문에 무차별적으로 황색 저널리즘 속에 뛰어드는 것은 이래서 위험하다.
사실, 언론이 이런 것들을 모를 리 없다. 그간 자성의 목소리가 없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그런 반성은 늘 공허한 외침으로 끝나고 말 뿐이어서, 문제 해결을 위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자기기만은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사고 있다. 이런 현상이 보도 윤리의 문제 뿐 아니라 언론사의 경제적 문제 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이상 언론의 자성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이 확실하다. 더 늦기 전에 정부와 언론, 그리고 전 사회가 머리를 맞대고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 어려운 문제라고 손을 놓거나 나중으로 미뤄서는 안 된다. 언론의 죽음에 대한 대가는 생각보다 훨씬 클 것이다.
ⓒ길건호, kunner@kunn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