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시사人Kunner

(prologue) 2012 대선을 정리하며

Kunner 2013. 2. 5.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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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다난했던 2012년이 저물었다.

어쩜.. 그야말로 다사다난 이라는 말이 이렇게 어울릴 수가 있을까.


총선과 대선이 한 해에 몰려 있던 해였다.

총선은 4년 주기고, 대선은 5년 주기니 20년 마다 한 번씩 돌아 오니,

어떻게 생각하면 잦고, 또 어떻게 생각하면 멀기만 한데..


그게 어떻든 2013년 체제를 말하며 희망에 부풀어 있던 진보 진영에는 그야말로 뼈아픈 성적표를 받아 든 한 해였다.


이명박 정부의 갖은 실정과 패악에도 불구하고 총선 결과는 여당에 과반을 넘겨 주는 참패였고,

이른바 통합진보당 사태라 불리운 진보 진영의 분열은 대다수 국민들에게 '좌빨' 이라는 것이 실재 하는가 하는 합리적인 의문을 갖게 했다.

또 안철수 현상이라 일컬어 지는 새 정치에 대한 열망 앞에, 야당도 여당과 함께 도매금으로 넘어 갔다.

그리고 결국 100만표 차이로 박근혜가 대선을 승리함으로서 악몽 같은 한 해를 마무리 했다.


2013년 체제는 커녕, 

가히 생각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진 것이라 하겠다.




문재인 전 대통령 후보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82&aid=0000372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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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나는, 정치 분야에 관심을 가진 후 지금까지..

이렇게 깊고 심한 좌절감과 열패감을 가져 본 적이 없다.

지난 이명박 정권이 들어섰을 때만 해도, 결과를 충분히 예상한 때문이었을까 이렇게 힘들지는 않았다.


총선이나 지방선거에서 참패하고도, 이렇게 답답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이번 대선은 참 받아 들이기가 힘들었다.


처음에는 너무 답답하고 이해할 수 없었다.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이 땅에 천오백만이 넘는다는 사실을 믿기가 너무나 어려웠다.


이번 대선은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정의의 문제라고 믿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결과는 나의 신념에 대한 - 내가 옳다고 믿는 것에 대한 배신이었다.

정의를 말할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 정의를 말하고, 

용서를 빌어야 할 사람들이 오히려 용서하자고 말한다.


조금만 들춰보면 온통 비리로 점철된 사람들이 새 정치를 말하고 새로운 변화를 말했다.

조금만 들춰보면 뼛속 깊이 엘리트 주의를 가진 사람들이 자신은 서민의 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너무나 쉽게 그들을 믿었다.


그저 유권자들을 탓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무지몽매한 것들이 대사를 그르쳤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나는 그저, 왜 이렇게 된 것인가 묻고 있을 뿐이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그런 선택을 하게 한 것일까?


대체 왜 이렇게 됐는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변화에 대한 열망이 컸는데, 어떻게 지게 된 걸까?



***

사실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대부분 내려져 있는 상태다.

언론에서도, 유명인사들도 저마다 떠들어 대고, 

이미 내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고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혹시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가?

그리고 또, 엷은 기억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기록하련다.

그리고 기억하련다.


왜 졌는지,

왜 상식이 비상식을 이기지 못했는지 말이다.



앞으로 이 내용으로 시리즈 물을 써내릴 계획이다.

그리고 그게, 흐지부지 용두사미 되서 끝나지 않도록

길게 쓰진 않아도 자주 써내려서 얼른 정리를 해 보고 싶다.




prologue니만큼,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아.. 무엇보다 게으름은 나의 큰 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