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시사人Kunner

문재인의 삶, 그것이 바로 정의다. - 힐링캠프를 보고

Kunner 2012. 1. 10.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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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에 문재인이, 그것도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다기에 기억해 두고 있었다.
힐링캠프라고, 지난 주에 박근혜가 나온다는 얘기를 듣고 눈 여겨 보던 프로그램이었다.
그러고보니 언젠가 김제동이 진행한다는 얘기를 얼핏 들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문재인이라는 사람 - 무척이나 호감이 가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른다.

학생 운동을 하다 군대 끌려 가고, 나와서 사법고시 합격했지만 시위 전력으로 판사 임용 떨어지고 인권변호사가 됐다는 것.
그때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평생의 동지가 됐다는 것.
사심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정의로운 사람이라는 것.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신 후에도 그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


뭐 그런 것들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지만..
그런 것들과 '문재인' 이라는 이름을 1:1 로 연결시키는 것은 좀 어려웠다.
누가 '문재인' 하면 잠시 생각을 좀 해야 저런 것들이 그의 얼굴과 함께 연결이 되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매스컴 노출 빈도가 너무 낮아서 인지 범위 내에 그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래서 이번 그의 방송 나들이는 반가웠다.

사실 방송으로 보여지는 모습은 으레 어느 정도 미화되기 마련이다.
박근혜는 둘째 치고 이명박 같은 사람 조차도 TV 에 나가면, 그것도 예능 같은 프로그램에 나가면 호감도가 올라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한 방송 프로그램으로 누군가를 평가한다는 것은 조금 위험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TV를 통해 보이는 모습이 그의 전부는 아니라도, 일부는 제대로 보여 주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뭐 여러 생각 할 것 없이 - 그간 문재인의 매스컴 노출이 워낙 적었기 때문에 뭐든 가뭄의 단비였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 표정 하나, 말투 하나까지 다 꼼꼼히 보리라 마음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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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대선 후보군 중 누가 제일 호감이 가느냐 하면 문재인이라고 대답해왔다.
나는 국민참여당의 주권당원이자 유시민의 열렬한 지지자이지만, 대선 후보로는 문재인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굳이 김어준의 이야기 때문이 아니라, 후보군 이라고 불리는 사람 중에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를 포함한 일반 대중에게 호감도도 가장 높을 것 같고, 비호감도는 가장 낮을 것 같다.
한마디로 안티가 별로 없을 것 같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것은 유시민이 결코 가지지 못한 힘이다.

하지만 이런 막연한 감성 말고, 이성적으로 왜 그를 지지하느냐에 대해서는 확실히 뭐라고 대답할 수 없었다.
왜냐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솔직히 잘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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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빠' 라는 소리가 훈장처럼 자랑스럽던 시절, 누군가 내게 왜 노무현을 지지하느냐 하고 물으면 나는 그가 후보 경선 때 했던 몇가지 얘기들을 꺼내곤 했다.

이제는 언제 했는지 기억은 확실히 나지 않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 경선 시절에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적어도 우리 아이들은 좀 나은 세상에서 살게 해 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우리는 늦었지만, 우리 아이 세대들에게는 공정한 출발선을 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각주:1]


나는 이 말을 듣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꼭 눈물이 흘러야만 우는 것이겠는가.
눈물이 나오지 않아도 가슴으로 울었다.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부르짖었다.
그때부터 나는 노빠가 되었다.


또 그의 대통령 후보 출정식에서 했던 명연설. 

http://www.kunner.com/921  
'조선 건국 이래 600년 동안 우리는' 하고 시작하는 그 다시 없을 명연설.


듣고 또 듣고 또 듣고.. 들을 때 마다 가슴이 뜨거워지고 눈물이 그렁그렁 해지는 그 연설.

이런 말은 연습한다고 해서 나오는게 아니다.
이런 연설은 남이 써 준거 읽는다고 되는게 아니다.

그렇게 나는 노빠가 되었다.
그리고 단언컨데, 단 한번도 그를 지지한다고 말하는데 주저한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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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에게도 그런게 필요했다.
왜 문재인이어야 하는지.
그의 어떤 코드가 나를 미치게 만들 수 있는지 증명해야 했다.

김어준은 노무현 대통령의 장례식에서의 일화를 얘기하며 문재인이 대권을 잡아야만 한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나는 그 장면을 보지 못했으므로, 그건 내 판단의 근거가 되기 어렵다.
나는 나만의 근거가 필요했다.

그리고 드디어.. 어제 방송에서 그걸 발견했다.

방송에서 본 문재인은 정말..
올바름 그 자체였다.
김어준의 말처럼, '사심없음'의 결정체였고 '정의'의 다른 이름이었다.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너무나 반갑고 너무나 고마웠다.

세상에 정말.. 이런 사람도 있구나.






*****
지금이 어떤 때인가?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땅 문제로 시끄럽고, 나라 재산 팔아 먹어 자기 재산 불리려는 생각으로 골몰하고..
주가 조작에 사기를 일삼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으며, 그 친척이며 측근이 온통 비리로 얼룩져 있는 판국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비리는, 통제된 언론 환경 속에서도 봇물처럼 터져 나온다.


그 뿐인가?
이 정권 초기부터 지금껏, 장관이며 청와대 수석 등 한 자리 해 먹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라.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080224500001 
환경부 장관으로 내정됐던 박 모씨는 부동산 투기 혐의를 받자, 순수하게 자연적인 땅 그 자체를 사랑했을 뿐이라 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03&aid=0001975249 
여성부 장관으로 내정됐던 이 모씨 역시 부동산 투기 혐의를 받자,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가 아니라고 판정되서 기쁜 마음에 샀다 했다.



그 외 일일히 다 세기도 어렵다.

더구나 이 사람들은 나중에 또 화려하게 부활한다. 참 MB의 자기 사람 사랑은 대단하다.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0078 



지난 정부에서는 논문 표절[각주:2]만 해도 낙마 사유가 되더니, 이번 정권에서는 논문 표절은 아예 검증 대상도 되지 않는다.
부동산 투기, 병역비리[각주:3], 세금 포탈 정도는 기본으로 하고 적어도 네 다섯개의 불법 협의는 있어야 장관 하마평에 오를 수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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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다르다.
문재인은 달랐다.

그의 여러가지 에피소드 중 가장 감명 깊었던 것은 단연 '청약 저축 통장'과 관련한 일화였다.

청약 저축 통장 사건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자면 이렇다.

이것은 그가 인권변호사 하던 시절의 얘기다.
변호사긴 해도 수입이 변변찮다보니 자기 집이지만 그리 좋은 집에 살고 있지는 못 했던가보다.
그러던 중 그의 아내라 가입한 청약 저축 통장을 보고 문재인이 노발대발 하며 당장 해약하라고 했다고 한다.
그래도 우리는 집이 있잖느냐고, 청약 저축 통장은 집이 없는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혜택을 봐야 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고 말이다.


눈물이 핑 돌았다.
너무나 당연한 건데..
이게 정의고 상식인데..
너무나 당연한 얘기를 듣고 눈물이 다 났다.

사실 청약통장이 어떤 것인가?
집 없는 사람들 집 살 때 인센티브를 주려고 만든 것 아닌가?
저축률도 높이고, 건설 자금 안정화도 꾀하고 뭐 그 외 여러가지 목적이 있지만..
가장 큰 목적은 역시 무주택 서민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부의 대물림 용도로 쓰이거나, 재테크라는 이름을 덧씌운 부동산 투기용으로 쓰이고 있다.
당장 권력자나 부자 아니더라도, 뻔히 집 있는 사람들이 가족 명의로 청약통장 만들어서 부동산 투기에 동참하곤 하는게 이 나라 현실이다.
저축 좀 하며 산다, 하는 사람 중에 여기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 거의 없을 것이다.[각주:4]

한마디로 본래 목적과는 아무 관계 없이.. 
청약 저축을 통한 재태크[각주:5]는 그냥 상식 같은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은 다르다.
그가 살아 온 방식은 그렇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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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들었던 많은 얘기 중 하나는, '네가 뭐 대단한 사람이라고?' 였다.
네가 뭐 그리 도덕적이어서 남들 다 하는 것 안 하려고 하고, 남들 다 하는 것 가지고 부끄러워 하느냐 이거였다.
사람 사는 거 결국 다 똑같다고, 그러니 남들처럼 안 하면 뒤처지고 낙오할 뿐이라며 말이다.
결국 우리는 그렇게 세상이 길들여지고, 적당히 타협하면서 살아 간다.
문득 예전 생각이 나 부끄러워지더라도, '나도 사람인데 어쩔 수 없어' 하며 그렇게 넘기며 살아 간다.
남들 다 그러는데 나라고 별 수 있냐며 말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걸 보여 준 사람이 여기 있다.

지난 2010년, 우리 사회에 '정의란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이 강타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후에야 나는 그 대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말도 아니고, 글도 아니다.
삶이다.
행동이다.

문재인의 삶이 바로 정의다.
이는 그의 정적들이 결코 가지지 못한 강력한 무기다.

다른 여러 에피소드들이 있지만, 이 하나로 족하다.
이제 나는 문재인을 지지한다고 힘주어 말할 수 있다.

비록 그는 아직도 직접 대권을 쥐는 것이 아니라, 정권 교체의 밀알로 쓰임을 원하는 것 같지만..
지지자들의 힘으로 그를 대권위로 올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문재인 프로필 - 출처 naver
 

 출생  1953.01.24
 나이  만 59세
 성별  남성
 별자리  물병자리
   용띠(포털에는 뱀띠로 나옴)
 혈액형  B형
 소속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 혁신과통합, 민주통합당
 종교  천주교




  1.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는다. [본문으로]
  2. 엄격하게 자기가 쓴 논문 일부를 다른 논문에 베껴도 표절이다. [본문으로]
  3. 본인이든, 자식이든 [본문으로]
  4. 저축 좀 하며 살지 못한다는게 이렇게 자랑스러울 때가 있었나? 물론 지독한 역설이다. [본문으로]
  5. 부동산 투기라고 읽는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