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봉주 유죄 선고에 부쳐
한동안 웬만하면 세상 돌아가는 얘기는 하지 않으려고 했다.
해 봤자 그저 투덜거리는 얘기요, 루저의 변명이라는 소리를 듣는게 싫었기 때문이다.
사실이지, 시사 - 특히 정치/경제 분야의 뉴스를 보면 온통 부정적인 얘기들 뿐이다.
가끔 좋은 기사인가 하고 보면 본질을 흐리기 위한 목적으로 쓰여진 경우가 많다.
그런데도 이런 얘기들을 하면..
나는 부정적인 생각을 가진 위험한 사람이고, 음모론을 좋아하는 협잡꾼이 된다.
계속 그런 소리를 듣다보니..
실제로 내가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어 더 이상 시사 얘기를 하기가 두려워진 것이다.
바로 자기검열이다.
구조주의적 시각에서 보면 이 또한 세뇌의 결과이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는 순간, 나는 또 부정적인 인식만 하는 사람이 된다.
성공의 편에서 성공의 논리로 말하지 못하고 패배자의 편에서 변명만 하는..
그런데 오늘만큼은 그런 자기 검열을 그만 두고 글자를 두드려야겠다.
*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먼저 정봉주라는 사람에 대해 잠깐 이야기해 보자.
'나는 꼼수다' 덕분에 정봉주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겠지만.. 그래도 그에 대한 글이므로 예의상으로라도 그의 이야기를 해 보자.
'나는 꼼수다'에서 하는 인사말에서처럼, 그는 노원구 공릉동 월계동을 기반으로 하는 정치가다.
탄돌이로 대표되는 민주당 17대 국회의원이기도 하고, 한때 잘나가는 어학원 원장이기도 했다.
뭐 이게 별로 중요한 얘기들은 아니다.
지금 이렇게 그가 중요한 인물로 부각된 것은 다름아니라 지난 대선에서 그가 했던 역할 때문이다.
그는 지난 대선에서 정동영 캠프에서 '이명박 주가조작사건 진상조사단' 공동 단장을 맡아, BBK에 대한 이명박 후보의 연루 혐의에 대해 폭로했다. 1
당시(그리고 지금껏) 이명박에게 BBK란 최대의 아킬레스건이었고, 그걸 물고 늘어지는 정봉주는 그야말로 찍혔을 것이다.
감히 도덕적으로 완벽한 이명박에게 BBK 혐의를 묻다니.
정봉주란 사람, 용서할 수가 없는 작자로구나.
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
그러면 이제 정봉주가 기소된 혐의들에 대해서 알아 보기로 하자.
여기저기서 설명해 놓은 자료들이 많아 나까지 거들 필요가 있나 싶지만..
정봉주의 유죄 판결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고 판을 벌렸으므로, 이 정도 써주는 성의는 보여야겠다.
불의에 대해 분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정말로 중요한 것은 '잊지 않는 것'이다.
적어도 정치 문제에 대해서는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면 일반 대중은 몇년 마다 한번 밖에 실력 행사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더 이상 고무신에 비누 받으면서 막걸리 잔에 지난 일 다 묻어 두는 시대는 아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한 망각이라는 가리개가 유권자의 눈을 가리고 있다.
빨리, 빨리, 빨리, 빨리..
생각은 점점 마비되어간다.
잊지 말자.
잊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1. 박수종의 사임에 관한 인터뷰 내용 중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이명박의 명예를 훼손했다.
박수종이란 사람은 BBK와 관련해 김경준의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다. 그런데 그가 변호을 시작한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사임하자, 이를 두고 이야기들이 많았다.
http://news.donga.com/3//20071121/8514196/1
위는 당시 사안을 다룬 동아일보의 기사이다. 일부러 조중동의 기사를 링크했다.
기사를 읽어 보면 알겠지만, 박수종 변호사는 사안에 대해 부담을 느껴 사임했다.
진실을 손을 댔다가는 겉잡을 수 없는 파고에 휩쓸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그리고 이 두려움이 이명박과 BBK가 연관이 있음을 암시한다는 것은 상식적인 수준의 추리다.
정봉주는 기자와 인터뷰 중 이에 대해 코멘트했다.
이런 내용이 기사로 나갔고(당시 기사를 못 찾겠다), 검찰은 이 내용이 허위사실 유포라며 기소했다.
자, 정리하자.
한 정치인이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수준의 의문을 기반으로 이명박이 기소될만한 사안이다, 라며 촌평했다.
아니 백번 양보해 그게 저열한 음모론에 의한 흠집내기였다고 치자.
그럼 그게 기소될 사안인가?
그렇다면 한나라당 쪽 인사들은 왜 잡아 가두지 않는가?
이런 잣대라면 정치인들 중 십중팔구는 감방에 들어가야 옳을 일이다.
2. 김백준이 BBK 부회장이라는 내용의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김백준의 명예를 훼손했다.
김백준이란 사람은 '이명박의 집사'라는 타이틀로 유명한 사람이다.
고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나이로만 보면 이명박의 선배다.
언제부터 둘의 관계가 깊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BBK와 LKe뱅크 시절 이미 굉장히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은 확실히 알 수 있다.
정봉주가 유포했다는 허위사실은 다음 네 가지이다.
1) 교보생명 사장 취임식에 보낸 화환 주문서에 "BBK 부회장 김백준" 이라고 되어 있다.
2) BBK 문서 양식으로 된 김백준을 수령인으로 하는 월급명세서가 있다.
3) 이장춘 전 필리핀 대사가 가지고 있는 명함 - BBK, LKe뱅크, EBK(이뱅크증권중개) 가 명시된 - 에 부회장 김백준이라고 되어 있다.
4) BBK가 금감원에 제출한 인력보고서에 리스크 매니저 라는 롤-타이틀로 김백준이 명시되어 있다.
저 중 어느 것 하나도 거짓말인 것이 있는가?
이에 대해 검찰과 김백준의 반론은 유치하기 짝이 없다.
1) 착오다.
2) 오해다.
3) 실수다.
4) 기억이 나지 않는다.
김백준이야 그렇다치고, 대체 검찰은 무엇하는 집단인가?
검찰의 역할은 죄를 밝히는거지 면죄부를 주는 것이 아니다.
3. 이명박과 김경준이 결별한 시점에 대해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이명박의 명예를 훼손했다.
당초 이명박 측은 김경준과 2001년 4월 18일에 이미 결별했기 때문에 그 해 5월 이후에 일어난 주가 조작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말해왔다.
하지만 정봉주를 위시한 민주당 측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http://news.hankooki.com/lpage/politics/200711/h2007112918145821060.htm
BBK로 한창 시끄럽던 2007년 11월 29일, 한국일보의 기사이다.
(제편 감싸기라고 할까봐 일부러 한겨레나 경향의 뉴스는 링크하지 않는다.)
이 기사에서 정봉주가 주장한 바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1) 김경준이 옵셔널벤쳐스의 주가를 조작할 때 워튼스트레티지스 라는 페이퍼 컴퍼니를 세웠다.
2) 이 워튼이 주로 사용하던 계좌의 예금주는 다른 아닌 김백준이다.
3) 또 주가 조작 시점에서 사용된 자금이 김백준의 계좌에서 워튼 쪽 계좌로 송금되었다.
4) 따라서 김경준이 주가 조작하던 시점인 2001년 5월, 그들은 결별하지 않았다.
역시 매우 상식적인 수준의 추리다.
이에 대한 검찰과 이명박 측의 반박은 다음과 같다.
이 계좌는 EBK의 법인 계좌로, 김경준이 자의적으로 쓴 것일 뿐이다. 김백준이 실질적으로 통장을 관리한 것은 그해 6월 이후(주가 조작 사건이 다 끝난 후)의 일이다. 그러므로 이명박 측은 주가 조각과 관계가 없다.
그런데 김경준을 신뢰할 수 없어서 동업관계를 깼다는데 법인 계좌를 그대로 유지했다는 것도 이해가 안 되고..
더구나 그 법인계좌를 김경준이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이명박은 사리분별이 되지 않는.. 굉장히 멍청한 사람이다.
정말 일 더럽게 못 하는 사람이다.
하긴.. 그래서 손대는 회사마다 망한걸까?
4. 김경준의 친필 메모가 하나가 아니라 두개라는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이명박과 검찰의 명예를 훼손했다.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071212010301230290020
아, 정말 조중동 등 이른바 보수언론에서 쓴 BBK 관련 뉴스에서, 그들의 주장이 아니라 실제 내용을 찾기란 정말 어렵다.
기사 내용 말미에 보면
"검찰이 LKe뱅크가 BBK 지분을 100% 소유했음을 입증할 김경준 자필메모를 감췄다. 이명박 후보를 무서워하는 검찰이 메모 내용을 숨긴 것" 이라는 정봉주의 얘기가 나온다.
좀 더 자세히 말하면 다음과 같다.
1) 김경준은 LKe뱅크과 BBK에 대한 이야기를 메모로 작성했다.
2) 이 메모는 나중에 에리카김에게 e메일로도 전송되었다.
3) 이 e메일 메모는 총 두 장이다.
4) 첫번째 메모는 BBK BVI 가 BBK를 100% 소유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5) 두번째 메모는 LKe뱅크가 BBK BVI를 100% 소유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6) 검찰은 이명박의 혐의를 감추기 위해 두번째 메모를 숨겼다.
위 내용들을 가지고 역시 상식적인 추론을 해 보면..
BBK는 이명박이 50% 소유하고 있다. 가 된다.
(참고로 LKe뱅크는 이명박과 김경준이 50 대 50으로 소유했다. 이건 이명박이 인정한 Fact다.)
이건 초등학생들도 배우는 귀납법이라는 추론 방식이다.
이걸 모르면 초등학생도 못 되는 거다.
하지만 검찰은 두번째 메모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고, 따라서 이는 허위사실을 유포한 것이라 주장했다.
여기까지가 검찰과 사법부가 말하는 정봉주의 죄상이다.
***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유죄가 될 합리적 근거를 찾지 못하겠다.
언젠가 강용석이 아나운서 성희롱 파문으로 문제가 생겼을 때, 김형오가 그랬다지?
우리 중 죄 없는 자 강용석에게 돌을 던지라고.
그런데 김형오, 이번에는 왜 안 나서나 모르겠다.
그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모호한 사안인데 말이다.
그래 백번 양보해서 설령 정봉주의 말이 모두 날조라 치자.
그런다고 해도 저게 징역 1년의 실형을 살 이유가 되는가?
그것도 선거법 위반으로 말이다.
언젠가 '나는꼼수다'에서도 말했듯, 보통 허위사실 유포로 인한 선거법 위반 사범은 실형을 선고 받지 않는다.
실제로 범죄 사실이 명백하다 하더라도, 대개 벌금이나 집행유예로 끝난다.
금품 수수에 관한 것이라면 모를까, 상대방에 대한 허위 비방에 대해서는 어떤 판결도 실형이 나온 적은 없다고 한다.
그런데 정봉주는 징역 1년의 실형이다.
감히 도덕적으로 완벽한 이명박에게 그런 누명을 씌워?
이런 괘씸한지고..
뭐 이런 건가?
실소를 금할 수 없다.
+)
참고로 가장 최근에 선거법 위반으로 실형을 살았던 것은, 내 기억으로는 서청원 전 친박연대 대표이다.
당시 친박연대는 당 공식 계좌로 비례대표 선순위 후보자들에게 차입금을 받았는데, 이에 대해 정치자금법 및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 하여 당 대표였던 서청원은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서청원은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이명박이 아닌 박근혜를 지지하여 이명박의 눈 밖에 났던 적이 있다.
그로 인해 공천에서 배제되었고, 이를 반발해 친박연대를 만든 장본인이다.
18대 총선에서 특별당비나 차입금 형태로 한나라당은 300억 이상,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은 200억 이상, 그리고 자유선진당은 30억 이상을 받았다.
그런데 당비와 관련해 문제가 된 것은 서청원의 친박연대와 문국현의 창조한국당 뿐이다.
공교롭게도 문국현 역시 이명박의 눈밖에 심하게 난 인물로 꼽힌다.
바로 대통령 후보 토론에서 이명박을 면전에 두고 심하게 부패한 세력이라 일갈했던 것.
이 모두 그저 우연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아, 그리고.. 박근혜와 친박 의원들은 왜 안 잡아가?
****
정부는 지난 해, 남은 임기 동안 공정사회를 구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정부가 그런 말 할 자격이 있는가부터 시작해 수많은 논란이 일었다.
시대의 구호는 결핍에 따른 것이다.
즉, 공정사회라는 기치는, 그만큼 사회가 공정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한다.
내가 생각하는 공정함은 크게 두가지이다.
하나는 시시비비를 가리는 공정함이다.
어떤 사안에 대해 옳고 그름을 말할 때는 명확한 기준을 가져야 한다.
적어도 똑같은 사안에 대해 이쪽에는 너그럽고 저쪽에는 가혹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 보수언론과 한나라당, 검찰이 노무현에 대해 들이댄 잣대가 옳았다면, 이번 정부에서 이명박에게도 똑같이 들이대져야 한다.
노건평에게 죄를 물었던 이들은 똑같은 잣대로 이상득에게도 죄를 물어야 한다.
그 공평한 잣대로 시비를 가린 결과 죄가 없다면 환영할 일이다.
죄가 있다면 역시 같은 기준으로 처벌 받아야 옳다.
국정 운영에서도 마찬가지다.
민주주의의 근간은 대화와 타협이며, 과반을 차지했다고 해서 국정을 주도하면 안 된다.
이는 지난 17대 국회에서 과반을 차지한 열린우리당에 대해 한나라당이 줄기차게 주장한 바이다.
하지만 상황이 역전된 18대 국회에서 한나라당이 했던 것은 온통 자기부정이었다.
무엇이 공정한 것인가?
이건 한나라당 진영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다.
보수나 진보나 남의 허물을 캘 때는 세상에 홀로 정의로운 척 하다, 정작 자기의 문제에 대해서는 외면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정말 뼈저린 반성이 필요한 부분이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 했다.
수신도 안 되는 치들이 치국을하고 평천하를 논하니 세상이 어지러운 것이다.
공정사회의 기치는 수신에서부터 시작되어야 옳다.
또 다른 공정함은 체급에 따른 합리적인 차별이다.
일찌기 윌리엄 블레이크는 "사자와 소를 위한 하나의 법은 억압"이라고 말했다.
사자와 소를 한 울타리에 넣고 경쟁하라면 그건 사자보고 소를 잡아 먹으라는, 소보고 사자에게 잡아 먹히라는 얘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일률적인 잣대는 공정함이 아니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일이나, 복지제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공정 경쟁을 규제하는 일이나 시장을 관리 감독하는 일 등 거의 모든 사회적 공정함이 여기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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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정봉주의 혐의들이 형사소송으로 기소될만한 사안이었는지도 논란거리지만..
백번 양보해 그게 기소될 거리였다 치자.
하지만 과연 징역 1년의 실형을 살만한 사안이었는가?
좀 다른 얘기지만 여기 이른바 사법부의 정의와 양심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가 있다.
바로 이건희의 형량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건희는 지난 2008년, 양도소득세를 465억 포탈하고, 아들 이재용에게 에버랜드의 주식을 헐값으로 넘겨 삼성 SDS에 227억의 손해를 입혔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그리고 이는 범죄 사실로 소명되었다.
나야 법에 대해 잘 모르지만, 법을 잘 아는 사람들의 정리에 따르면 다음과 같다.
(http://ejung01.tistory.com/84 참조)
앞에 양도소득세를 465억 포탈한 혐의는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조세포탈죄에 해당한다고 한다.
이는 무기징역이나 징역 5년 이상의 형을 받는다고 한다.
또 뒤의 삼성SDS에 227억의 손해를 입힌 혐의는 배임죄에 해당하여 역시 마찬가지로 무기징역이나 징역 5년 이상의 형을 받는다고 한다.
아마 금액이 천문학적인 액수이기 때문이겠지.
두가지 이상의 죄를 지었을 대에 대한 가중처벌에 따르면, 가장 무거운 죄가 규정한 법정형에서 1/2 이상 가중처벌할 수 있다고 하니.. 최소 7년 6개월 이상의 징역형이 예상되는 혐의가 범죄 사실로 소명된 것이다.
그리고 법원의 양형 기준에 따르면 50억원 이상의 배임은 징역 4년이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 선고된 형량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1100억원이다. 2
참으로 정의롭지 않은가!
참으로 공정하지 않은가!
왜 뜬금없이 이건희 타령이냐고 할지 모르겠다.
국가의 동량인 삼성을 비방하는 좌빨이라 욕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부담을 각오하고라도(웃기시네), 이건희의 사례를 들어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이거다.
사법부는 과연 정의로운가?
사법부는 정말 공정한 집단일까?
사법부가 정봉주는 유죄, 라고 말하면 아 그렇구나 하고 믿으면 되는 걸까?
******
그런데 너무 뻔하다.
정봉주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굳이 음모론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니라고 해도, 너무 빤히 보인다.
만약 사법부가 철저히 독립적으로 그들이 생각하는 정의를 구현한 것이라면, 이런 사법부는 믿을 수 없다.
비합리적이라는 말이 과분하다.
멍청하고, 모자라다.
만약 사법부가 누군가의 외압에 의해 내린 선고라면, 그 외압의 당사자가 멍청한 것이다.
역풍을 예상하지 못한다는 건가?
아니면 애초에 대중은 무지하다, 쉽게 식어 버린다는 것을 전제로 한 걸까?
그런데 둘 다 석연치 않다.
그렇게 높으신 양반들이 뭐 그리 멍청하단 말인가?
이 정도는 시정잡배(판사 말고)도 다 알텐데 말이다. 3
혹시 이거..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사법부가 역풍을 계산해 짜 놓은 덫이 아닐까?
가카를 위한 빅엿을 만든 것 아닌가 말이다.
......
세월이 하수상하니 이런 생각이라도 하면서 울적한 맘을 달래야 한다.
정말이지 이 정부 들어 늘은 것은 의심과 상상력이다.
이런 추세라면 곧 누구보다 창의적인 인간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
앞으로 1년의 징역을 살아야 하는 정봉주 개인에게는 참으로 유감이지만..
이로써 정봉주는 정권교체의 진정한 밀알이요, 살신성인의 표본이 된다.
아직 정봉주가 위대한 정치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대중은 앞으로 그의 행보를 주의깊게 지켜 볼 것이다.
인생사 새옹지마라 했다.
이 사건이 전화위복이 되어 그를 진정 위대한 정치인으로 만들어 줄 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번에는 우리의 몫이다.
정봉주의 억울함을 풀어 주는 일은 하나 뿐이다.
내년 4월 총선에서 승리하고, 대선에서 정권을 교체하는 일.
그리하여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를 명명백백하게 가리는 일 말이다.
어차피 사면/복권이라는 통로가 있는 이상 10년의 피선거권 박탈은 상징적인 것일 뿐이다.
김어준 말마따나, 우리 대신 불의에 항거해 돌 맞고 있다.
같이 맞아 주지는 못 하지만 선거 때 표 한 장 제대로 쓰는 일은 할 수 있다.
아니, 해야 한다.
참자.
버텨내자.
인동초가 되자.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
그리고 기억하자.
잊지 말자.
우리 최대의 적은 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