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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드보카트를 말한다 1부
    쉼을 위한 이야기/축구 2006. 7. 6.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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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떻게 기회가 닿아 XTM의 X-ray라는 시사토크 프로그램에 나가게 됐었다.
    100분 토론 수준의 무언가를 기대한 것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내실 있는 프로그램이기를 바랐으나
    사실은 그런 바람과는 관계 없는 개그 프로그램에 지나지 않았다.
    그나마 최양락과 김흥국의 오버로 개그 중에서도 정말 재미 없는 저질 개그가...
    하고 싶은 얘기가 참 많았다.
    해야 할 말도 참 많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준비했던 얘기의 십분의 일도, 허용되지 않았고 그걸 감내할 능력이 내겐 없었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일과 말을 하는 것, 결코 같지 않다는 걸 새삼 깨닫는다.

    시간을 돌려 다시 그 시간으로 돌아 간다해도 별반 달라질 것 같지는 않지만..
    해야 할 말, 하고 싶던 말들이 이대로 묻혀 버리기 싫다고 자꾸만 징징거린다.
    이에, 준비했던 얘기들을 정리해 글로 올린다.

    글이 길어 몇편으로 나누어 올리고자 한다.
    이 글은 그중 첫번째인 토론의 타당성에 관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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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며칠 전, "아드보카트는 한국 축구의 X맨이었다?" 라는 타이틀을 가진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난잡했던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다.

    사실 이 프로그램의 타이틀은, 아드보카트 감독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가지지 못한 나로서도 꽤 부담스러운 것이었다.
    항시 비판이란 균형적인 시선을 가져야 하는데..
    일단 X맨이라 하면, 이건 이미 비난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주제는 충분히 다뤄 볼 만 하다고 생각했고, 주제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그렇게 생각한다.




    실패에서 배우고 고민해야 한다


    핌 베어벡 코치는 월드컵 16강전이 좌절된 뒤 가진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실패에서 배우고 고민해야 한다" 라고 말했다.

    굳이 베어벡의 이 말이 아니더라도, 앞으로 2010년 월드컵 그리고 우리 한국 축구의 진정한 발전을 위하여 이번 실패에 대해 반추해 보는 것은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일 것이다.

    또 베어벡은 
    "세계축구수준이 한국보다 높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며,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는 충분히 강하지 못했다." 라고도 말했다.

    축구의 수준이라 말하는 것들, 그리고 충분히 강하지 못했던 원인들.
    이런 것들을 알아야 대처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우리가 그토록 바라 마지 않는 축구 강국으로서의 길이 도래할 것임은 새삼스러운 일이다.

    충분히 강하지 못했던 원인, 즉 실패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선수들의 기량, 전술의 완성도, 선수단 운영 등의 행정력, 경기 당일의 운, 심지어는 심판의 자질 문제까지..
    그리고 감독의 역할이 적절했는가의 여부 역시 그 한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이며 이에 대해 토론하는 것도 "실패에서 배우는" 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하지만 언론이 지난 쿠엘류와 본프레레의 일 때문인지 아드보카트 감독의 공과를 논하는데 있어 주저함을 보이며, 감독으로서의 그의 역량에 대한 적절한 평가가 내려지지 못하는 것은 심히 유감이다.
    이는 결코 떠난 자의 등에 칼을 꽂는, 그런 파렴치한 행위가 아니다.
    월드컵 16강이라는 당면 과제를 달성하지 못한데 대한 책임을 지워 희생양을 삼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는 월드컵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강호 프랑스에 대등한 경기를 했고(비록 스코어 상이지만)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을 제외하고 월드컵 도전사 최초의 1승을 거두는데 성공했다.
    이유야 어떻든, 경과야 어떻든.. 분명 이는 칭찬 받을 일이다.
    하지만 감독을 평가하는 것은 성적만 놓고 볼 일이 아니며, 이에 대한 얘기는 차후에 진행하기로 한다.

    또 이미 지난 일이고, 무엇을 말하더라도 결과론에 불과하다는 얘기가 있다.
    하지만 평가란 결과를 두고 하는 것이지 앞으로 일어날 상황에 대해 하는 것이 아니다.
    실패에서 배우고 고민해야 한다는 말은 실패라는 결과가 있기 때문에 가능할 테니 말이다.





    국내파 지도자에 대한 무조건적인 불신의 벽을 허물자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는 이유는, 첫째로 대표팀 성적에 대한 기대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선진 축구의 노하우를 전수 받아 내국인 지도자들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함도 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과연 아드보카트는 무엇을 남겼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선진축구의 노하우를 전수한다는 것은 꼭 지도자들에게 어떤 강연이나 강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선수단의 운영, 정보 수집력, 전략/전술의 수립, 훈련 방법, 언론과 선수를 대하는 태도 등 감독의 일상적 직무 자체가 다른 지도자들의 귀감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아드보카트 감독에 대한 평가는 짧은 임기와 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는 부담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평가가 쉬워지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바로 그가 보여 주는 경기력에 초점을 맞추면 되기 때문이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孫子는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을 최상으로 여겼다.
    축구는 상대가 정해져 있는 것이고, 어떻게든 승부를 내야 하는 경기이기 때문에 싸우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싸움을 하기 전에 이미 이긴다" 라는 점에 대해서는 같은 맥락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최상의 경기력을 보여 주기 위해 감독은 싸우기 전에 이기는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것이다.

    아무튼 그 결과는 경기장에서 선수들이 보여 주는 경기력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는데,
    그가 보여 준 경기력이 우리가 불신해 마지 않는 국내 지도자들의 경기력과 무엇이 얼마나 다른지에 대해서는 앞으로 많은 얘기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 아드보카트감독의 성과와의 비교우위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2000년 시드니 월드컵에서의 허정무 감독과 2003년 세계 청소년 대회에서의 박성화 감독,
    2004년 아테네 월드컵에서의 김호곤 감독 등의 성과가 저평가 받는 것이
    히딩크의 성공 이후 생긴 외국인 감독에 대한 편향적 시각 때문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만약 아드보카트가 저런 경기에 나가 똑같은 성과를 거뒀다면, 
    앞선 평가와는 사뭇 다른 얘기들이 전해질 것이라 생각하니 실소가 머금어진다.

    국내 축구인들이 외국인 감독에 대해 비판을 가할라치면 
    어김없이 근거 없는 음모론이 제기 되고 
    한심한 밥그릇 싸움쯤으로 치부해 버리곤 하는 우리네 행태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외국인 감독에 대한 적절한 평가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는 것에 대해 국내 지도자들의 경험과 실력이 미숙한 탓이라 해 놓고, 
    왜 그걸 개선해 낼 방도는 찾지 않고 감독 사대주의에만 빠져 있는가 말이다.
    언제까지 3류 감독들을 불러다 앉혀 놓고, 명장이라며 자화자찬하고 있을텐가 말이다.


    모쪼록 외국인 감독을 선임하는 근본적인 이유와, 외국인 감독이 수행해 내야 하는 책무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짧은 임기는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사실 9개월이란 시간은 감독이 자신의 색깔을 보여주기에 충분한 시간이 아니다.
    본프레레의 중도하차 후 앞으로 감독이 어떤 성적을 내더라도 거기에 대해 비난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생긴 것은 당연하고, 또 어떤 점에서 이런 시각은 바람직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비난이지 비판이 아니다.
    건설적 대안을 찾고, 더 나은 미래에 대한 제언까지 원천 봉쇄하는 일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닐 것이다.

    쿠엘류 감독 1년 2개월, 본프레레 감독 1년 2개월, 아드보카트 감독 9개월.
    단순히 물리적인 시간으로 따졌을 때, 아드보카트는 다른 두 감독에 비해 현격히 적은 시간만이 허락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 이면을 짚어 보면 조금 다른 계산이 나온다.

    우리가 모두 잘 아다시피, 쿠엘류 감독 때는 선수단 소집과 훈련이 용이하지 못했다.
    쿠엘류 감독의 퇴임사에서 "72시간 훈련" 등과 같은 얘기가 나왔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또 본프레레 감독의 경우, 임기의 대부분을 성적을 내야 하는 경기를 치르는데 보냈다.
    부임하자마자 아시안컵 본선을 수행해야 했으며, 그 이후 내내 월드컵 예선을 향해 걸었다.
    그가 팀 체질을 개선하고, 자신의 입맛에 맞는 전술을 시험해 보는데 시간을 쓸 수 있었던 것은..
    사실 상 그의 마지막 대회 참가가 된 동아시아 대회가 전부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본프레레를 명장급으로 치켜 세우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짚고 넘어 갈 것은 확실히 하자는데 있다.


    하지만 아드보카트는 이와 비교할 수 없는 환경에서 임기를 지냈다.
    그는 물리적으로는 9개월이었으나, 앞에서 말한 두 감독에게는 허락되지 않은 많은 것들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런 그에게 9개월은, 앞선 두 감독에 비해 그다지 짧은 기간이 아니다.


    두 감독에 비해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 기간이 충분했다고는 볼 수 없음을 인정한다.
    아드보카트 감독이 제 색깔을 보여 주는데 결코 충분한 시간이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는 판단의 근거가 되어야지, 모든 비판을 원천봉쇄하는 면죄부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더구나 아드보카트가 계약서에 사인했을 때, 이런 얘기들을 몰랐을 리가 없다.
    애초에 9개월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었으며, 16강 진출이라는 당면 과제의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것 역시 모두가 익히 알고 있던 것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그런 주지의 사실에도 아드보카트는 감독 계약에 사인했고 모든 결정의 책임자가 되었다는 점이다.
    항상 결정에는 책임이, 책임에는 비판이 수반될 수 밖에 없다.
    같은 이유로 아드보카트가 이번 월드컵 대표팀의 최종 결정권자로서 책임과 비판을 감내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성적이 좋은데 왜 비판을 하는가?


    분명히 말해 둘 것은, 원정 첫승과 프랑스 전 무승부 등 이번 월드컵에서 이뤄낸 우리 대표팀의 성과에
    대해 코칭 스탭 이하 선수단 전원에게 감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2년을 제외하고, 늘 초라한 모습으로 돌아와야 했던 월드컵 무대에서 1승 1무라는 결코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받아 든 것에 대해서는 칭찬받아야 한다.
    굳이 16강 진출의 분수령이었던 스위스 전에서의 판정 문제 같은 것을 상기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그런 것들과는 별개로 월드컵을 준비해 나가는 과정과
    본선 3경기에서 보여 준 경기력에 대한 문제에 대해 되짚어 보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하면, 16강에 진출했던, 그렇지 않던.. 
    우리네 실정을 감안한다면 이미 성적에는 만족할 수 밖에 없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하지만 역시, 16강에 진출했던, 그렇지 않던.. 
    그가 보여 준 경기력과 전술 실행은 비판 받아야만 한다는 말이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2승 1패라는 호성적에도 불구 2라운드 진출에 실패한 허정무 감독이나
    2003년 세계청소년대회에서 16강에 진출한 박성화 감독,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8강에 진출한 김호곤 감독 역시 성적으로만 놓고 보면 결코 나쁘지 않았다.
    당장 아드보카트 이전의 본프레레만 봐도 어쨌거나 월드컵 본선 진출이라는 당면 과제는 이뤄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비판받아야 했던 것은, 비판의 대상이 단지 성적만이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아드보카트가 보여 준 본선에서의 경기력이 
    비판의 대상이 되었던 지난 여러 감독들에 비해 무엇이 얼마나 다른지 제대로 된 평가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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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나는 전문가도 아니고 축구에 해박한 지식을 가진 매니아도 아니다.
    어디에나 흔한.. 일개 축구팬에 불과하며, 그저 관심이 조금 많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글을 두드리는 것은..
    언론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비록 나의 평가가 얼마나 객관적이고 타당할지는 알 수 없으나 
    아드보카트 감독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를 위한 첫 발을 디딜 수 있게 되길 바라며 
    첫 글을 마친다.

    다음 글은 아드보카트가 보여 준 감독으로서의 능력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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