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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 렌즈 영입 기념 궁평항 출사
    쉼을 위한 이야기/사진 2011. 2. 20. 03:37
    올해 들어 벌써 네번째.
    정말 만만한게 궁평항이다.

    오매불망 AS 맡긴 카메라가 오길 기다리다, 카메라 도착 후 바로 들쳐매고 밖으로 나섰다.
    시간은 이미 4시. 
    딱히 어디 갈 데도 없는데다 조금 있으면 해가 진다는 생각에 맘만 앞선다. 
    해 진 다음엔 사진 찍는거 아니잖은가. 응?

    대충 찍어도 얻어 걸리는 궁평항에나 가자 싶어 차를 끌고 나섰다.
    아파트 주차장을 나서며 궁평항, 지겹기도 하고 멀기도 하니.. 그냥 용주사에나 갈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보니 지난 번 움트던 목련이 어떻게 됐나 궁금하기도 하다.



    용주사 주차장에 있는 목련.
    언제나 그렇듯, 사진을 누르면 좀 더 큰 크기로 볼 수 있다.

    제법 순이 돋았다. 곧 하얀 꽃봉오리를 피워내리라.
    곧 눈물같은 꽃망울을 떨어뜨리겠지만..

    위 사진의 초점 맞은 부위를 1:1로 크롭해 봤다. - 즉, 원본 크기라는 말씀.
    단렌즈 답게 해상력 좋다. 조리개 2.0, 원거리 초점에서 이 정도면 초보에겐 과분하다.

    오식이와 같은 50.4 지만, 쌀점사의 색감은 오식이와는 참 다르다.
    오식이가 맑고 투명한 느낌이라면, 쌀점사는 약간은 무뚝뚝한 느낌이다. 더 진득하기도 하고.
    뭐가 더 좋다 하는 것 보다 둘 다 좋다는게 더 맞을 것 같다.



    지난 번 오식이 영입하고 첫 출사도 용주사였는데.. 또 용주사를 갈까 하다가.
    지나치게 좁은 용주사, 더 새로운 걸 찍을 것도 없을 것 같기에 마저 차를 달렸다.

    중간에 탄도항으로 갈까 하다, 내려서 오래 걷기 싫다는 게으름에 또 궁평항.
    그렇게 한 시간을 달려 도착했다.


    내리자마자 바로 보이는 배들. 
    이쯤이면 이제 배들 이름도 외울 것 같다.
    개인적으로 참 맘에 드는 사진이다. 역시 클릭하면 조금 더 큰 사이즈로 볼 수 있다.


    참 신기하게도.. 모르는 사이에 계절이 또 이렇게 가고 있었다.
    그 전엔 5시만 되도 해가 졌는데, 이젠 5시 반에 도착했는데도 아직 해가 지려면 한참 남았으니 말이다.
    지나치게 어둡게 찍힌게 아닌가 싶은데, 좀 더 밝았다면 이 맛이 안 났을 것 같다.
    그야말로 황홀한 하늘 - 사진은 실제로 본 것의 반의 반도 안 된다.
    위 사진과 같은 장소 같은 시간인데, Standard mode와 Sunset mode의 차이는 이렇게 크다.



    내가 자주 하는 실수 중 하나는 풍경을 찍을 때조차 조리개를 최대 개방으로 두는 것이다.
    정말이지.. 이게 다 사진을 135.8 로 시작한 때문이다. ㅠㅠ
    넓고 광활한 느낌을 살리고 싶어 부랴부랴 KM 17-35로 마운트를 바꿨다.
    구도며 빛깔이며.. 생각한대로 몹시 잘 나왔다.
    하지만 조리개를 7.1 정도로만 조였어도 얼마나 좋았을까!
    태양과 맞짱뜨다보니, 저 붉은 원형 플레어는 또 나와 버렸다. ㅎ


    방파제를 돌아나가며 바라 본 하늘.
    뭐라고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 그저 셔터를 누르는 일 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대체 어떻게 찍어야하는 걸까? 사진에 대해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절실한 순간이었다.


    이미 너무 많이 보고, 너무 많이 찍어서 사골 국물 같은 구도.
    그런데 자연은 참 대단하다.
    어떻게 매번 이리도 다른 광경을 보여 주는걸까?


    망원 렌즈가 135.8 하나 밖에 없던 시절, 훨훨 날아가는 새가 그렇게도 찍고 싶었다.
    물론 크롭에서 135 면 환산 200mm가 넘으니 거리가 모자라 못 찍을 건 아니지만..
    135.8의 포커스 속도가 너무 느려서 날아가는 새를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잠깐이었지만, 유령을 쓸 때 새는 참 잘 찍혔던 것 같다. 그에 비해 캐스퍼는 어두운 조리개 탓일까? 새 잡기가 쉽지 않다.


    이걸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이 광경에 어울릴만한 어떤 단어도 나는 알고 있지 못했다.
    그야말로 자연이 그려낸 그림이었다.


    70mm 화각에서도 왜곡이 생길 수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 광각에서만 생기는게 아니구나..
    그나저나 저 하늘.. 아...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을까.


    연무와 구름이 잔뜩 낀 낙조는 또 나름의 매력이 있다.
    태양과 구름이 만들어내는 저 장관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방법이 없다.
    직접 보지 않고는 모르리라, 그 장엄하면서도 아련한 느낌을. 어쩐지 비애감마저 느껴지는 그 장관을!


    같은 장소, 같은 구도로 우려먹기 중 - 여전히 하늘은 그야말로 그림이다.
    갈매기가 함께 찍힌 사진도 있긴 한데, 너무 조그맣게 나와서 먼지 같아 보이길래 빼 버렸다.



    당시의 하늘은 이랬다.
    MF로 좀 더 또렷하게 잡아 보고 싶었는데, 뷰파인더로 태양을 그대로 보다보니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구름에 잔뜩 가려 있었지만, 뷰파인더로 들여다보기에는 여전히 난망한 태양이다.
    물감을 풀어 그려 넣은 것 같은 하늘, 자연의 신비다.


    이제 해도 다 져버렸다.
    하지만 하늘은 여전히 한 폭의 그림이다.
    만조여서 구도가 꽤나 제한적이었는데.. 저 가운데 있는 쇠기둥이 없었으면 참 좋았을 것 같다.


    지난 번 아이폰으로 찍었던 그 배다.
    이번엔 카메라로, 제대로 담아 볼까 했는데 오히려 더 막막했다.
    뉴트럴의 느낌. 색감을 잔뜩 빼 버려서 차분해졌다.


    그 전부터 찍어 보고 싶어 갈 때 마다 시도하는데, 생각만큼 안 나오는 사진이다.
    생각은 이리저리 해 보는데, 막상 앞에 서면 어떻게 찍어야 좋을지 몰라 난감한..
    파도와 갯벌, 모래톱에 긁힌 자국들을 가진 뱃머리며 몸체를 담고 싶었다.
    사진을 통해 역경을 딛고 버텨낸, 그 아픈 자욱들이 수치가 아니라 영광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멀어져 가려는 이를 붙들고 있다.
    뭔가 굉장히 좋은 느낌이었는데.. 찍고 나니 꼭 그렇게 좋지만은 않다.
    하지만 이러면서 점점 더 나아지겠지.



    해가 구름 속으로 완전히 들어간 다음, 그제야 너무 춥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낮에는 그렇게 날씨가 좋고, 약간 덥게까지 느껴지더니만.. 해가 지고 난 후 급격히 쌀쌀해졌다.
    아직 겨울은 겨울이구나.
    바다의 매서운 바람이 온몸을 훑는 통에 얼른 차로 발걸음을 옮긴다.



    쉰을 좀 넘겼을까? 아저씨 두 분이 각종 장비를 잔뜩 지고 가고 있다.
    전문 사진사들일까? 아니면 나처럼 취미로 찍는 아마추어들일까?
    나 역시 추운 날 사진 좀 찍어보겠다고 바다까지 나오긴 했지만.. 어쩐지 아저씨들의 열정이 부러웠다.
    나도 저 나이가 되어도 저런 열정과 에너지를 가지고 있게 되기를..



    비록 차로 한 시간 달려 한 시간 찍고 다시 한 시간 걸려 집에 왔지만..
    역시나 궁평항은 언제 가도 실망하는 법이 없다.

    부족한 사진으로나마, 내가 받은 이 감동이 조금은 전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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