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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날씨가 참 좋아.. 가슴은 참.. 시리고
    Letter from Kunner 2002. 12. 5. 07:10
    겨울이 채 다 가지도 않았는데 봄이 온 듯..
    정말 포근하고 따뜻한 날씨가 연일 계속 되고 있다.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 있다가 해가 진 후에나 밖에 나오는 나로썬 상당히 곤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게도 말이다..
    정말 이런 날은 어디론가 훌쩍 떠나버리고만 싶다.
    기차도 좋고, 자동차도 좋고.. 자전거도 좋고, 걸어도 좋고...
    바다도 좋고, 산도 좋고, 강도 좋고, 들도 좋고.. ^^
    하지만 마음 뿐, 메인 몸이 가긴 어딜 가겠어..
    그저 한밤 중에야 집에 와서 고단한 몸, 싱숭생숭한 마음이나 달래고 있다.

    난 늘 이래..
    백수일 때는 하루하루가 가시방석 같고 빨리 출근하고 싶은 마음에 애가 타고..
    이렇게 회사를 다닐 때는 이것저것 다 집어 치우고 한 며칠 푹 쉬고 싶고..
    골방에 쳐박혀 담배만 피우고 있던 지난 백수 시절에 지금 마음의 반만이라도 있었다면 전국 일주 몇 번이나 했겠네.. -_-;
    참.. 생각할 수록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단 말이지...

    이제 어느덧 12월도 4일이나 지나고... 내일은 월급날... 그래.. 월급이 내일이구나.
    아무튼 이렇게 며칠만 더 지나면 금방 10일 되고 20일 되고.. 또 그렇게 재야의 종소리를 들으며 신년이 시작되겠지... 허망하게도 벌써 이렇게 많이 먹어 버린 나이며, 생각할 수록 암담한 미래들이며...
    꿈 많던 그 시절 밤 하늘의 별을 다 세겠노라던 나는 하늘 한 번 쳐다 볼 여유 없이 살아가고 있어.
    정말 우울하다.. 날씨는 이렇게도 좋은데 말야.
    우울한 기분 좀 떨쳐 보려고.. 아무리 웃을 거리를 만들어 보려고 노력해도 결국 이렇게 지난 하루를 돌이켜 보고 있노라면 또 한숨이고 담배만 물어 대는 걸...
    원래 이 나이가 그런 나이인가.. 아니면, 내가 좀 늦는 걸까.
    20대란 뭔가를 이루는 나이가 아니라, 뭔가를 이루기 위해 도전하고 경험하는 시간이라고 하는데.. 과연 지금의 경험과 생각들, 그리고 인간관계가 내 미래를 위한 좋은 밑거름일까.

    날씨가 참 좋아... 시린 내 가슴 속 과는 전혀 다르게.
    아무리 날씨 좋다고 창 밖 쳐다보며 웃어 보려해도 창에 비친 내 모습은 너무나 초라한 걸..
    정말.. 날씨가 너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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