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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과연 이 월드컵 열기가 얼마나 갈까?
    쉼을 위한 이야기/축구 2002. 6. 12. 03:29
    전국민이 비정상적으로 월드컵 열기에 빠져 있는 요즘, 나는 매일 고민에 잠긴다.
    이 이상할 정도로 과열된 월드컵 열기, 과연 얼마나 갈까?
    월드컵이 끝난 이후 한국축구에 플러스 작용을 하는 요인들이 얼마나 늘어나고 줄어들며 마이너스 요인이 되는 것들은 얼마나 늘고 줄까?
    생각해 보면, 98년 프랑스 월드컵을 끝내고 이동국에 대한 기대감과 한국축구에 대한 불만으로 선진축구를 도입하려는 움직임, 그리고 거국적인 축구살리기 또는 특정선수들의 스타메이킹 등으로 한국축구가 잠깐 반짝 빛나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이 진정 축구를 좋아한 것일까?
    정말 축구를 좋아해서 그런 일들이 일어났다면 월드컵 개최 전까지의(현재는 월드컵 때문에 프로축구가 쉬고 있으므로) 우리 프로축구의 문제들은 다 무엇이란 말인가?
    혹시 많은 사람들은 축구를 축구가 아닌 전쟁으로 이해하고 즐긴 것은 아닌가?
    혹시 그런 이유로 뚜렷한 적이 있는 국가대표 경기에 열광하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전국민이 붉은 악마가 되어 환호하며 눈물짓는 요즈음, 과연 이 열기가 얼마나 지속될 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나는 이런 고민의 궤적들을 단지 머릿속에서만 흘려 보낼 것이 아니라 글로 남겨 여러 사람들에게 뜻을 전하고 싶어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다.
    내 머릿속에 자리잡은 생각들이 한국축구의 미래를 위한 밑거름이 될 지 아니면 미숙한 생각일 뿐인 걸림돌이 될지 확신할 수 없다.
    또한 앞으로 몇 번의 칼럼을 통해 내가 생각하고 있던 모든 얘기들을 다 꺼낼 수 있는지도 확신할 수 없다.
    다만, 이런 문제제기와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분위기를 공감하고자, 만약 공감할 수 없다면 생각을 정리하는 데 까지만이라도 의미를 다 할 수 있기를 바란다.

    프로축구에는 파리만 날리다가 국가대표(이하 국대) 경기에만 이상과열을 보이는 우리 축구문화는 생각해 보면 축구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적대심을 표출하고자 하는 분출구를 마련하기 위함 다름 아니다.

    우리나라의 축구가 세계에 우뚝 서기위해서는 프로축구의 활성화가 가장 큰 관건이다.
    이건 너무 당연한 말이라 궂이 부연할 필요도 없겠지만 사족을 달아 보자면, 국대경기에 나갈 선수들은 대학팀이나 프로팀에서 또는 실업팀등에서 뽑을 수 있는데 대학팀이나 실업팀보다 게임출전의 기회가 많은 프로팀의 기량이 대학팀이나 실업팀의 그것보다 높다는 전제 하에서는 국대 = 프로올스타 라는 공식이 성립하기 때문이다.
    프로축구가 발전하고 기량이 성숙해져야 국대 경기도 역시 그럴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예전에 어떤 사람이 이런 어처구니 없는 말로 나를 즐겁게 한 적이 있었다.
    프로축구는 형편없지만 히딩크가 열심히 조련해서 우리를 이렇게 만들어 놨다 라고, 그러면서 프로축구의 비중이 그리 큰 것이 아니지 않느냐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참..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세계 어느 나라가 대표팀 차출에 이렇게 호의적이고 전국민적인 묵과로 인해 프로선수들의 직무유기를 공공연히 인정해 준단 말인가?
    만약 당장 월드컵이 끝나면, 박지성, 이천수, 최태욱 등등의 장래가 촉망되는 선수들이 모조리 유럽의 유수리그로 이적한다고 한다.
    그렇게 된다면 1년중 3분의 2 대표팀 차출이라는 작금의 말은 말짱 헛소리가 된다.
    월드컵을 6월에 개최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아는가 모르는가 말이다.
    지단이 챔피언스 리그의 후유증으로 고생하고 포르투갈 같은 세계 유수의 국가대표팀들이 연습량이 적어 조직력이 붕괴 되었다는 얘기가 왜 성립되는지, 그것도 모른다면 월드컵을 논할 자격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도 과연 프로축구 없이 대표팀 차출만으로도 문제 해결이 될 것이라 생각하는가.
    이래도 이해가 안 간다면, 대표팀을 차출할 때, 엔트리를 뽑을 때 과연 어떤 데이터를 기초하여 선발하느냔 말이다.
    결국 모든 국대의 기본은 프로축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너무도 안타깝게도 한국프로축구는 죽어가고 있다.
    아니, 죽어 가고 있다기 보다 죽은지 한참 되어 이제는 썩은 악취마저 풍기고 있다.
    이런 프로축구를 제대로 살리려면 아주 기본적인 것부터 전부 뜯어 고쳐 대한축구협회로부터 시작되는 프로축구의 고질적인 병폐와 프로축구의 감독 선발시 감독의 기량을 검증하는 일부터 시작해 제대로 된 스폰서 선정과 연고지 선정의 합리화 등등 기초적인 것부터 모든 부분에 대해 대수술을 감행해야 한다.

    알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하는 것처럼 현재 국내축구문화에 대한 문제제기는 제대로 된 서포터가 없어 프로축구가 발전하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제대로 된 스폰서가 없어서 발전하지 못하는 것인지에 대해 딱히 어떤 것이 문제다 라고 말을 할 수는 없다.
    서포터는 제대로 된 팀이 없어 응원할 맛이 안 난다 라는 입장을 가질 수 있고,
    스폰서는 서포터가 없어 밑빠진 독에 물 붓고 있는 꼴인 프로축구에 어떻게 무리한 투자를 할 수 있겠느냐는 입장이다.
    혹자는 말한다.
    프로축구는 재미없어서 안 본다고. 그럼 그 재미없는 경기하던 사람들이 모여 나오는 국대경기는 얼마나 재미가 있단 말인가?
    생각지도 않고 말하는 어처구니 없는 소리다. 생각할 필요도 없이 무시할 만 하다.
    혹시 아는가, 수원삼성이 아시아 탑 클럽, 세계에서 60위 권에 드는 수위의 클럽인 것을...
    또 어떤 사람은 축구는 TV 중계가 없어서 안 본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프로축구 중계를 하면, 시청률이 바닥을 기기 일쑤다.
    대체 어떤 멍청한 방송국 관계자가 이렇게 전망 없는 프로축구를 중계하고 싶겠는가.
    그것은 문제해결에 아무런 도움을 줄 수 없는 그저 핑계에 불과한 소리다.
    그 뿐인가..
    현재 우리나라의 4700 만 정도로 추정되는 인구 중 천만이 서울에 살고 있다.
    하지만 전인구의 5분의 1을 넘는 대 도시 서울에는 연고팀이 없다.
    이것은 애초에 대한축구협회가 지방분산화를 꾀해 서울에 연고팀을 두지 않는다고 명시했기 때문이나 그것은 대한축구협회의 오산이었다.
    그 결과 서울 축구팬들의 많은 수가 한국프로축구를 멀리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을 뿐이다.
    또한, 전망 없는 스폰서의 선정으로 프로축구팀이 고질적인 적자재정에 시달리고 적자재정은 광고나 팬서비스는 커녕 선수들의 연봉을 책임지지 못하고 있을 정도다.
    그렇게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하지 못한 것은 부진한 경기의 원인이 되며, 부진한 경기는 가뜩이나 적은 서포터를 더 적게 만드는 데 결정적인 원인을 제공한다.
    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그야말로 악재의 악순환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축구관계자들의 자질이 문제가 되어 한국프로축구 전체의 자질이 문제시 되는 것은 팬들이 한국프로축구를 멀리하게 되는 원인에 무게를 더해주고 있다.
    온갖 비리와 저질적이며 조악스런 협회 운영, 또한 경기때마다 불궈져 나오는 심판의 자질문제, 감독이나 코치의 70년대 식 낙후된 전략전술 및 선수 관리로 장래가 촉망되는 선수들이 빛을 채 보기도 전에 스러져 가는 안타까운 일도 비일비재했다.
    외국으로 진출하는 것은 실력과 기량을 쌓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뒤집어 말하면 열악한 국내 축구환경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이기도 하다.
    이는 다른 축구선진국들의 선수들이 유수의 리그로 이적하는 것과는 그 성격이 전혀 다른 일이다.
    위에서 열거한 문제들 외에도 또 부각될 수 있는 것은 인프라의 문제였다.
    우리 프로축구의 각 구단들은 스폰서를 제대로 할 줄 몰랐다.
    그저 경기때마다 자동차만 내걸고 노트북만 내걸면 다 되는 줄 알았던 미숙한 구단운영이 우리나라 축구의 인프라 문제에 결정적인 원인이 되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게다가 정부의 엘리트위주의 스포츠 정책은 축구 뿐 아니라 모든 스포츠가 국민의 삶과 괴리되어 대다수 국민에게 스포츠란 그저 올림픽이나 축구의 월드컵 또는 야구의 한국시리즈처럼 훈련된 선수들의 퍼포먼스일 뿐이란 생각을 가지게 만들어 일시적인 냄비팬만 양성할 뿐, 스포츠를 즐길 줄 아는 진정한 의미의 팬을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스포츠가 발전하려면 전국민이 스포츠를 즐기고 열광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면 높다란 빌딩숲은 많아도 공을 가지고 놀 만한 곳은 찾아 보기 힘들다.
    스포츠란 항상 그렇게 우리 주위에서 벗어난 곳에만 존재하고 있던 것이다.


    이상 우리 프로축구의 문제점들을 밝히는데 주력했으나 아직 다 밝히지 못한 문제들이 우리 주위에는 산적해 있다.
    특히 다음 번의 칼럼에서 말할 언론과 극성 냄비팬들의 조잡하고 저질적인 축구사랑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오늘은 이만.. 퇴근해야 겠다. 사삭..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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