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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쉼을 위한 이야기/축구 2006. 2. 13. 04:33
    어렸을 때 부터 줄곧 외길만 바라보던 사람이 있어.
    먼저 간 사람들의 자취를 좇으며 나도 언젠가는.. 하며 꿈을 키웠을 테고,
    무거운 몸을 일으키고, 나태해지는 마음을 곧추세우며 어제 같은 오늘을 보내던 사람.
    분명 하루 일과는 어제와 오늘이 크게 다를리 없었겠지만, 
    꿈을 향해 나가는 걸음의 폭은 어제의 그것보다 조금 더 커지고
    단단해지는 내면의 세기는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더 커져 갔을거야.

    잠에서 깨어 보니 최고가 되어 있었다는 말이 무색하도록,
    어느 순간엔 정말 최고의 찬사를 한몸에 받기도 했어.

    그래봐야 우리들 대학교 다닐 나이.
    그 나이 - 우리도 다 겪어 봤지만 아무리 그래봐야 어린애는 어린애지.
    몸만 훌쩍 자라버린 어린아이.
    간혹 실수가 있더라도 잘 타일러 줬어야 하는데.. 다들 그러지 못했어.

    일약 스타덤에 오른 그는 고작해야 약관의 나이, 아직 이룬 것 보다는 이뤄야 할 것이 훨씬 더 많은데도..
    성급한 우리는 그걸 참고 기다리지 못했어.
    그에게 내려지는 최고의 찬사들과 커가는 세인의 관심 속에 우쭐해지는 마음과 감당할 수 없이 가해지는 부담.
    아마 그 크기는 겪어 보지 않은 나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거야.
    그래서 그가 과거 간혹 불미스런 일에 연루되었다고 해도, 나는 눈감아 줄 수 밖에 없다.
    아마 나라도 그랬을테니까..

    그렇게 최고의 순간들이 지나고 다음 순간에는 이유없이 가해지는 비난과 손가락질에 눈물흘리는 날들이 찾아와.
    누차 말하지만 이제 갓 나이 스물을 넘겼을 뿐인데..
    긴 우리네 인생, 그 중 고작 4분의 1을 살았을 뿐인데..

    자꾸 무언가 더 보여 줘야 한다며, 이번에도 보여 주지 못하면 너는 끝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냉혹한 시선은 그를 점점 더 벼랑으로 내몰아 가고.
    이제 그가 선 곳은 벼랑. 
    한 발짝만 잘 못 디뎌도 밑은 까마득한 낭떠러지.
    그 상황에서 그에게 필요한 것은 분명 희망이었겠지만, 그가 누릴 수 있는 것은 절망 뿐이었을거야.
    누군들 안 그랬을까.

    늘 바라 마지 않던 영광의 순간에 당연히 있어야 할 자신의 이름은 사라지고, 
    최고의 찬사로 수식되던 자신의 이름엔 어느새 조소와 멸시가 가득해 지는 걸 바라 보며 빈 주먹 움켜 쥐고 눈물을 뿌리는 것 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았을 걸 생각해 보면 눈앞이 아득해 지지 않을 수가 없어.
    아, 나는 그런 절박함을 느껴 본 일이 있었을까?
    몰라서 그렇지 무척.. 정말 몹시 힘들었을거야.
    나로서는 상상할 수도 없을만큼.


    그냥 얘기가 이렇게 끝났더라면, 나는 더 이상 그를 주목하지 않았을거야.
    그냥 많은 안타까운 얘기들 중 하나로 묻혀, 그저 그런 사람이 있었다.. 하고 말았을거야.
    가끔 술자리 안주 대용으로는 모를까 지금처럼 그를 눈여겨 보지 않았을거야.


    하지만 그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어.
    냉대와 질시, 조롱과 멸시를 딛고 일어서서 나락으로 떨어진 자신의 삶을 다시 최고의 자리로 올려 세우려 하고 있어.
    덕분에 그를 바라보던 차가운 시선에 조금씩 호의가 묻어 나오는게.. 확실히 달라졌다는 걸 실감하는 요즘이야.
    하지만 그는.. 아직 멀었다고, 나는 아직 현재 진행형이라고 말하는 듯 보여.

    실제로 그에게는 이룬 것보다 앞으로 이뤄야 할 것들이..
    그리고 보여 준 것 보다 앞으로 보여 줘야 할 것들이 많이 남아 있어.
    어쩌면 인생이라는게 죽는 날까지 이뤄야 할 것, 보여줘야 할 것들 투성이인지도 모르지.
    그런 인생을 그 역시도 살아 가고 있는 걸테고.

    지금 이 순간, 내가 그에게 엄지 손가락을 치켜 올려 주는데 망설임이 없는 것은.
    그가 스스로의 힘으로 절망의 나락에서 올라섰기 때문이야.
    앞으로 그에게 또 어떤 가혹한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 지 모르지만,
    그래서 또 다시 절망의 한 가운데 그가 자리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언젠가 그랬던 것처럼 다시 일어나 자신의 길을 걸어 갈 것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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