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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년을 돌아보면서.
    Letter from Kunner 2011. 1. 2. 03:52

    <돌아보다. @궁평항>

    사람의 기억은 본래 믿을 수 없는 것이다.
    때론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인 것처럼 기억할 때도 있고,
    죽어도 못 잊을거라 해 놓고 너무나 쉽게 잊어 버릴 때도 있다.
    그리고 어떤 때에는 완전히 잊어 버렸던 것들이 새삼 떠올라 얼굴이 화끈거리기도 하고
    또 어떤 때에는 베시시 입가에 미소 띠게도 한다.

    사람의 기억이 본래 이런 것이다보니,
    그 허술하기 짝이 없는 기억에 의존해 지난 날을 떠올리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일일지도 모른다.
    어차피 그게 사실이 아닐지도 모르는걸.
    그렇지만, 기억의 주인은 나다.
    적어도 내 기억 속에서는 그게 사실이라고 믿는다면 사실이 되는 걸테다.
    내 기억을 다른 사람의 기억으로 주입하려고 하는게 아닌 바에야.
    그러니 한 해 마무리 하면서, '내게 이런 일들이 있었다' 하고 말하는 것이 그리 큰 흉은 아닐 것이다.

    자, 잡설 그만 늘어 놓고..
    2010년, 내게 있어 중요했던 일들을 떠올려 보자.

    먼저 김해 사업을 정리한 일.
    김해에서의 사업은 결과적으로 실패로 끝났다.
    깊이 생각해 따져 볼 것도 많고 반성할 것도 많다.
    얻은 것도 있긴 하지만, 잃은 것이 참 많다.
    그러나 한번 더 생각하면 그렇게 잃은 것들을 통해 또 다른 깨달음을 얻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어차피 성장하기 위해 한번은 겪어야 할 일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를테면 정리해야 할 인간관계 같은 것? 하..

    또 학교에 복학한 일.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내가 김해에서 사업을 시작했던 이유는 달리 어떤 부귀영화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저 학교를 제대로 다니고 싶은 때문이었다.
    회사 출근하는 날을 빼서 학교를 가는 것이니 사실 야간대학이나 방통대 같은 곳을 다니는 사람들보다는 좀 나은 형편이긴 하다. 그렇지만, 어찌 됐든 회사를 다니면서 학교를 다닌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지금 다니는 회사처럼, 일이 과도하게 많은 경우는 더욱 더.
    학교는 그저 모자란 학점을 채워 졸업장이라는 이름의 자격증을 따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 버린지 오래였다.
    모르는 것을 배우고, 그 과정에서 기쁨을 느끼고 해야 하는데.. 그럴 수 없는 현실이 너무 짜증스러웠다.
    시험 때만 되면 좌절과 절망에 빠지고, 성적이 발표되고 나면 교수님들 찾아가 낙제를 면하게 해 달라 빌어야 하는 내가 너무나 한심하고 싫었다.
    '돈을 좀 벌어 놓으면, 맘 편하게 학교 다니면서 공부도 재밌게 할 수 있지 않을까?'
    그저 이런 맘으로 시작했고, 결국 실패로 끝나 졸업 날짜만 한 해 뒤로 밀려 버렸지만..
    어쨌든 학교에 복학해 한 해를 채워, 이제 한 학기만 더 다니면 졸업이다.
    그리고 지난 학기와 이번 학기에는 성적과 관계 없이 열심히 공부하며 즐거워하던 과목도 있었다.
    (아.. 전공이 경제학이 아니라 정치학이나 사회학이어야했다.)

    회사에 복귀한 일.
    이러니 저러니 해도, 지난 한해 내가 이렇게 살아냈던 것은 회사에 복귀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들이었다.
    그것도 공백이 전혀 없이 올라 오자 마자 바로 복귀 - 어떻다 해도 적어도 이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늘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게 맞다.
    가장 잘 한 일 다섯가지를 꼽아 보라고 해도, 또 가장 잘못한 일 다섯가지를 뽑아 보라 해도 어느 쪽에도 다 들어가 있을 정도로 중요한 일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참 많이 다른 모양새가 되었지만..
    그리고 이제 더 이상 나의 비전과 회사의 비전이 하나가 아닌 것 같아 안타깝지만..
    어떻든 회사에 복귀한 일은 지난 한 해 동안 내게 있던 일들 중 가장 중요한 일 가운데 하나였다.

    치아 교정.
    시간이 빠르다는 말을 또 할 수 밖에 없다.
    치아 교정을 한 지 벌써 다섯달이다.
    처음엔 아파 죽을 것 같았고, 가끔은 너무나 괴로워서 이거 괜히 했다고 짜증내기도 하지만..
    괜히 했다니,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오히려 왜 이제 했나 후회를 한다면 모를까.
    지금의 나는 그야말로 환골탈태하고 있는 중이다.

    담배를 끊다.
    다른 건 몰라도, 담배 끊는 건 정말 어려울거라 생각했다.
    아니, 솔직히 말해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고 좀 더 솔직히 말하면 끊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꼴초 라는 말은 좀 거부감 들어서 싫지만, 애연가 라는 말은 인정하고 싶었던 나였다.
    그런데 어쩌다보니 그야말로 엉겁결에 담배를 끊게 됐다.
    한번이라도 담배를 입에 물었던 사람은 죽는 날까지 끊는다는 말이 있을 수 없다고..
    끊는게 아니라 참는거라고 했던가.
    여튼 담배를 더 이상 피우지 않은지 역시 다섯달이 되어가고 있다.
    신기한 일이다. 이렇게 안 피우고도 잘 살아간다는 것은.
    가끔 그 연기를 빨아들이는 느낌이 그립기도 하지만,
    담배를 안 피우니 편해 진게 많아서 그때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형의 유학.
    형이 드디어 공부하러 떠났다.
    치아를 교정하고, 담배를 끊고, 형이 떠난게 다 비슷한 시점이다.
    이것도 어느 덧 4개월을 넘어 5개월.
    형의 유학에 대해서는 정말 할 말이 많지만, 반대로 그리 많은 말이 필요 없기도 하다.
    정말 잘 됐다는 것, 열심히 공부해서 원하는 바를 꼭 얻기를 바란다는 것.
    보신각 종이 네번 더 울려야만 돌아올거라니.. 참 까마득한 일이다.
    무엇보다 무탈히, 건강하게 잘 돌아 와야해.

    건너닷컴 부활.
    Kunner.com이란 도메인은 2000년부터 계속 써 오던 것이다.
    그러다 2009년에 도메인 기관 이전문제로 생각을 잘 못 해서 도메인을 빼앗겨 버렸다.
    그리고 한 해 동안 절치부심하며 기다리다.. 드디어 지난 10월 도메인을 되찾았다.
    그리고 지난 달에는, 완전히 없어져 버린 줄 알았던 예전 게시물들의 백업DB 를 찾아내 티스토리로 복구했다.
    비록 첨부파일이나 사진은 다 날아가 버렸지만..
    그래도 이렇게 글만이라도 살아난게 어찌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내가 프로그래머라는 사실이 이렇게 대견하게 느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그 외에도 많은 일들이 있었다.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한 일이며, 출장으로 일본에 다녀왔던 것.
    정치학개론과 러시아문화, 독일지성사, 정치와사회 수업을 들었던 것 - 앞으로 내 인생에 있어 큰 울림을 주게 될 것임에 분명하다.
    사진을 다시 찍기 시작한 일, 등산을 시작한 일.
    아큐를 보게 되고, 트위터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난 일. - 아, 트윗은 잘 하지 않는 눈팅족일 뿐이지만..
    또 지금은 언뜻 기억나지 않지만, 여기 적은 것 말고도 중요했던 일들이 또 있을 것이다.



    가슴이 두근거리는 느낌을 즐기자. 사랑하자.
    한번 열심히 부딪혀보자.

    그 다짐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전에 생생히 들리는 것 같다.

    돌이켜 보면 참 많은 일들을 했고, 또 많은 일들을 겪었다.
    그 많았던 일들 만큼이나, 아니 그 이상으로 많은 일들이 올 한해 또 벌어질 것이다.

    설레임과 기대감, 두려움으로 벅찬 두근거림과 함께 한 해가 열리고 있다.

    두근. 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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