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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쿵푸팬더2 - 아픈 과거는 날려 버려, 그건 중요하지 않거든.
    쉼을 위한 이야기/영화 2011. 5. 30. 04:42

    아래 글을 살짝 리터치 후 네이버 영화에 리뷰를 썼다.


    http://movie.naver.com/movie/bi/mi/reviewread.nhn?code=73411&nid=2418322&page=2


    훗;





    "그 분이 돌아오셨다!"
    처음 이 포스터를 보고, 저 간결하면서도 분명한 - 영화를 완벽하게 소개하는 카피 문구에 감탄했다.
    비록 이 문구가 유행어긴 하지만(참신한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잘 어울리는 문장이 또 있을까?




    2008년에 디지털 2D로 쿵푸팬더를 보고(당시에는 3D가 없었다), 너무 놀라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처음 쿵푸팬더를 봤을 때는 좀 불편했던 기억이 난다.
    주인공 치고 너무 못 생긴데다, 하는 짓도 추하고 바보 같아서 말이다.
    이미 슈렉에서 불편한 주인공을 겪어 봤지만, 이런 종류의 캐릭터는 참 적응이 안 된다. ^^;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의 느낌은 사뭇 달랐다.
    그렇게 꼴보기 싫던 녀석이 너무 귀엽고, 재밌고, 웃기고.. 게다가 감동까지 준다.
    이런이런, 그야말로 웰-메이드 애니메이션이다.
    애니메이션이라 하면 어쩐지 유아적 취미 같은데, 쿵푸팬더를 두고는 그렇게 낮춰 말하기가 어렵다.
    워낙 잘 만들었어야지. 핫..


    여튼.. 쿵푸팬더가 3년만에 돌아왔다.
    그렇다.
    그 분이 돌아오셨다.





    예매하기 전 쿵푸팬더2를 디지털2D로 볼지, 3D로 볼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그간 3D로 봐서 만족했던 적이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집 근처에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CGV가 모두 있는데 3D라봐야 비싸기만 하지 전혀 볼만하지 않았다.
    당장 얼마전에 봤던 '캐리비안의 해적 4' 같은 경우에도, 롯데시네마의 디지털3D로 봤는데 화면이 너무 어두워서 원래 색상을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입체감 같은 건 거의 없이 그저 어둡기만 한 허접한 3D - 조금만 어두운 장면이 나오면 온통 시커멓게 보여서 얼마나 짜증이 나던지..
    영화 보는 내내, 그냥 디지털2D로 볼 걸 그랬다고 후회했었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렇게 후회하는게 아닐까? 2D로 하면 적어도 실패는 안 할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쩐지.. 2D로 보면 뭔가 놓치는게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또 들었다.

    그래서 "쿵푸팬더2 3D"라고 포털에 검색해보니 나 같은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그래, 3D는 참 문제야. 돈만 아까운 거다. 
    그러고 있는데 CGV의 IMAX는 다르다는 포스팅을 보았다.
    다른 3D에 비해 색상이 훨씬 밝아 거의 차이가 없다고.
    그래, 어둡지만 않아도 일단 성공이다 싶어 냉큼 CGV의 IMAX로 예매를 했다.
    경기도에 3군데 밖에 없는데 마침 그 중에 하나가 수원역에 있는 CGV 수원이다.
    마침 집에서도 가깝다. ^^






    수원역 애경백화점에 사람이 워낙 많이 몰리다보니 주차 하느라 조금 애를 먹었는데, 다행히 영화 시작 직전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정중앙은 아니지만 대체로 가운데인 썩 좋은 자리에 앉아 안경을 꼈다.
    사람들이 극찬하던 CGV의 IMAX와 처음 접하는 순간이다.
    영화 시작 전 3D로 된 트랜스포머3 의 예고편을 보여주는데, 예고편만으로도 엄청난 기대감 - 이건 뭐.. 안 볼 수가 없겠더군.

    그리고 바로 시작됐다.
    1편을 본지 벌써 3년이나 지났는데도 포~가 전혀 낯설지 않았다.
    하, 녀석.. 여전히 못 생겼지만 참 귀엽구나. ㅎㅎ







    영화를 보러 가기 전 포털에서 평점을 봤었는데..
    내가 잘 못 본게 아니라면, 7점대의 평점이었다.
    설마.. 아무리 잘못만들었어도 쿵푸팬더의 평점이 7점대일까 싶었다.
    사람들 얘기로는 스토리가 너무 허접하다는 것이다. 그냥 눈요기로 볼거리만 있다나.

    그래서 사실 썩 큰 기대를 안 했었다.
    어차피 모든 속편은 속편이므로.. 응?

    하지만 저마다 취향도 다 다르고 감상도 다 다른 법이지.
    결론만 말하면, 나에게는 몹시 좋았다.


    화려한 그래픽과 3D 효과의 볼거리(와우, IMAX!!)는 물론, 특유의 비틀기 유머도 좋았고 스토리도 좋았다.
    '셴'과 '점쟁이 할머니', '코뿔소 사범', '악어 사범' 등 주로 새로 등장한 캐릭터들이 스토리 속에 충분히 녹아들지 못해 약간 얼개가 엉성하다는 점이 옥의 티긴 했지만..
    나쁘다고까지는 할 수 없고, 그냥 웃고 넘길 수 있는 수준이었다.





    영화 얘기를 하기 위해 스토리를 구구절절 읊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미 익히 알려진대로, 이번 영화는 포~의 자아 정체성 확립에 관한 것이었다.
    나는 누구인가? - 사실 이런 문제는 포~ 뿐 아니라 모두가 한번쯤, 또는 수도 없이 해 보는 고민일거다.

    그리고 그 물음에 대한 대답 - 너무나 상투적인데도.. 대단한 감동이었다.

    "제일 중요한 건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이 순간이야."

    마치 나에게 하는 이야기 같았다.
    지난 시절 - 인생의 단추를 헛 끼운 흔적들이 내 삶을 이리저리 흔들어 놓을 때 마다 나는 절망했다.
    돌이킬 수 없는 일들을 두고 후회하고 자책했다.
    그런 고통에서 벗어 나는 것은, 극복이 아니라 망각이었다.
    언제든 그 괴로운 기억들이 다시 떠오르면 또 다시 절망의 끄트머리로 내몰리고 마는.. 






    셴은 말한다.
    왜 너는 절망하지 않느냐고.
    어떻게 내면의 평화를 찾을 수 있느냐고.
    상처입은 사람 답게 분노하고 절규하라고.

    포~는 말한다.
    "아픈 과거는 날려버려. 그건 중요하지 않거든."


    머릿속에 여러가지 생각들이 스쳐간다.
    아픈 과거, 돌이키고 싶은 이야기, 후회로 점철된 지난 일들.
    항상 악수에 악수만 거듭하던 나의 선택들.
    어둡기만하던 내일과 고민에 고민을 더하던 날들.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건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그래.
    그건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쿵푸팬더의 엔딩 크레딧. 3D 화면을 사진 찍어 놓으니 잔상 때문에 흐릿하다. 
    엔딩크레딧에서 포가 잘 나온 사진을 찍으려고 대체 얼마나 기다렸던지.. 결국 끝나기 직전에 이런 자세를 취해주더군.
    포~가 내면의 평화를 찾는 그 장면이다. ㅎㅎ 




    -

    애니메이션 한 편 보고 과거와 화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느냐만..
    현실이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포~는 일순간 깨달음을 얻고 내면의 평화를 얻었지만, 만화와 달리 현실의 깨달음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앞으로도 망각의 저편에서 기억을 끄집어낼 때마다 괴로워하고 안타까워 할 것이다.
    노력한다면 언젠가 내면의 평화를 얻을 날이 오기야 하겠지만, 그게 가까운 내일의 일은 아닐테니..
    그동안 나는 수없이 많은 괴로움과 싸워야만 하겠지.


    하지만 바라건데..
    제일 중요한 건 지금 이 순간이라는 사실을, 과거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설령 또 다시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진데도..
    믿자.

    나의 가장 좋은 날은 바로 오늘이다.
     

    Inner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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