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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컨핸드 라이온스.
    쉼을 위한 이야기/영화 2005. 6. 7. 11:39
    얼마 전, 롯데 회장이 주말 저녁 롯데 시네마를 통째로 전세내서 봤다 해서 물의를 빚었던 일이 있었다.
    그 회장의 황제경영에 대한 비난이 주를 이루었었지 아마.
    하지만 난 그에 대해선 그닥 관심이 없었고, 그가 봤다는 영화 "세컨핸드 라이온스"에 대해 궁금했다.

    대체 어떤 영화이기에 혼자 보고 싶었을까.
    바쁘디 바쁠 대기업 회장이란 사람이 주말 황금시간에 고객을 내쫓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보고 싶어 했던 그 영화가 궁금했다.

    그리고, 결국 와레즈에서 다운 받아 영화를 봤다.
    극장에 왜 가지 않느냐 묻는 건 무시해 버릴란다.

    결론부터 말하면 영화는 참 좋더라.
    유치할 때도, 엉성할 때도.. 때론 우스꽝 스럽기도 하지만.

    그래, 난 이런 잔잔한 영화가 좋다.
    메시지가 극렬한 건 내내 마찬가지더라도,
    그게 의도적인 무거운 분위기가 아니라 실소를 머금게 하는 유쾌한 분위기라 좋았다.

    허브가 말하는 "소년들이 알아야 할 진정한 남자가 되는 법."
    그래, 나도 진정한 남자가 되어야지.. 되뇌어 본다.

    제목의 세컨핸드 라이온스란 말은, 영화 줄거리 중 일부인데..
    세컨핸드는 중고를 뜻하는 말이라 한다.

    잠시 스포일러가 되어 보자면, 동물원에서 중고로 사 온 사자.
    괴짜인 두 할아버지는 동물원에서 사자를 사다가 사자 사냥을 즐기려 하는데.
    막상 도착한 사자는 암놈인데다 병들어 의기소침해 있었다.
    이런 걸 대상으로는 사냥이 성립되지 않지.
    할아버지들은 주인공 꼬마의 간청으로 사자를 기르는데 합의한다.
    단, 사자가 건강해 지면 사냥하겠다는 조건으로. ^^
    사자는 결국 그들의 옥수수 밭을 정글 삼아 살아 간다.

    말도 안 되고 어이없는 얘기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가능과 불가능을 논하는 것은 그만 두자.

    맹수의 습성을 잃어 버린 사자.
    그는 말 그대로 "중고 사자" 다.

    하지만 이 사자는 주인공을 위기에서 구해내고 "심장마비" 라는 어처구니 없는 병으로 그 자리에서 즉사한다.
    하지만, 하지만.
    그 사자의 죽음을 두고 하는 말이 압권이다.

    사자는 "전사" 한 것이다.
    누구보다 용맹한 맹수로, 사자라는 이름에 가장 어울리는 죽음을 맞은 것이다.
    동물원에 있던 사자와 달리, 옥수수 밭 정글 속의 사자는 사자라는 이름에 결코 부끄럽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할아버지들은 말한다.
    그것이 진정한 삶이라고.

    이 영화를 유치하고 어이없다 말하는 사람들에게, 허브 할아버지는 말한다.

    그게 사실이던 아니던, 믿을만한 가치가 있는 얘기라면 믿으라고.
    실재하는 것이던 그렇지 않던, 가치가 있다면 도전하라고.



    내 삶, 무기력하기만 한 요즈음의 내 삶에 밝은 빛을 비춰 보자.
    그래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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