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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속 가거나, 이제라도 뛰어 내리거나.
    Letter from Kunner 2006. 5. 11. 12:14

    스물 둘에..
    그땐 스물 둘이었기 때문에 하지 못했어.
    내겐 더 중요한 일들이 많이 있다고 생각했고, 그런건 좀 뒤로 밀려도 아무 문제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
    하고 싶고 갖고 싶은 일임엔 틀림없지만, 그래도 우선순위에 밀린다고 생각했었어.


    스물 넷 쯤이었던가?
    여전히 내겐 더 중요한 일들이 많았어.
    간혹 장난삼아, 하고 싶고 갖고 싶은 것들을 얘기해 보기도 했지만.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막연한 그리움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어.


    그리고 스물 여섯.
    뻗으면 닿는 곳에, 원하면 취해버리면 그만일거라 생각했었어.
    여전히 내겐 더 중요한 일들이 많았고, 그런 일들에 있어 그것들은 항상 뒤로 물러나야했지.
    내게 있건 없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일임엔 틀림이 없었어.


    이제 스물 여덟.
    여전히 내겐, 중요한 일들이 많이 있고 포기할 수 없는 일들 투성이야.
    불쑥, 뭐가 더 중요한지에 대해 가늠해 보기도 하지만.
    두번 생각할 필요도 없이 답은 자명해.
    가끔씩 그 자명한 답을 갸우뚱하며 쳐다보는 게 문제긴 해도 말야.


    돌이켜보면.
    더 중요한 것들 때문에 덜 중요한 것을 포기한 채로 살아간다는 게 정말일까?
    그냥 하는 소리 아닐까, 자기 위안으로?
    하지만 의문도 잠시, 이미 수레는 구르고 있다.
    이미 같은 수레를 6년간이나 타 왔는걸.
    계속 가거나, 이제라도 뛰어 내리거나 둘 중 하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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