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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을바람.. 어쩌고 했던게 한달도 못 지나서 이젠 겨울인가봐..
    Letter from Kunner 2002. 10. 23. 22:44
    요즘 아침에 출근할 때, 저녁에 퇴근할 때 마다 더욱 옷깃을 여미게 되고..
    이거 장농안에 짱박아 둔 파카를 꺼내야 하는게 아닐까.. 고민을 하게 되고..

    덥던 여름 지나고 이제 좀 시원한가.. 했더니 바로 삭풍 몰아치는 겨울이 되고 있다.
    지난 시간을 꼽아 보면 정말 얼마 안 지난 것 같은데 10월도 막바지를 향해 치닫고 올해가 이젠 2달 밖에 안 남았다.
    작년 이 맘때는 난 뭘하고 있었을까..
    재작년에는..? 또 그 작년에는...
    뭘 했는지 기억이 안 나서가 아니라 돌이켜보면 왠지 바로 엇그제의 일인 것만 같아 아연해 지고 있다.

    벌써 이렇게 시간이 가 버렸나..
    참 시간이란 녀석은 사람 맘은 알아주지도 않고 잘도 흘러 간다.
    하루하루는 참 긴 것 같은데 그게 모여 한 주, 한 달, 한 해가 되어 버리면 이렇게 빠른 것처럼 느껴지니.. 정말 시간이란 것은 도통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새삼 느끼는 거지만.. 아직 나는 지난 시간에 만족을 느끼지 못한다.
    언제고 돌이켜 보면 후회가 남는 건 어쩜 평생을 두고 할 일인 걸까..
    아니, 만족을 느끼기에는 아직 내 나이가 많이 어린 것일까.
    나이를 좀 더 먹으면 자신의 삶에 정확한 잣대를 들이 밀 수 있을까..

    나란 사람이 간사해서 그렇지 지난 시간이 언제나 눈물과 후회만 있었던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좋은 기억은 쉽게 잊고 나쁜 기억은 오래오래 갖고 있는 것이 사람이라고 했던가.
    혹자는 신이 인간을 그렇게 만든 것은 지난 나쁜 기억을 반면교사 삼아 더 좋은 인생을 살게 하기 위함이라고 했다지만 나는 아직 잘 모르겠다.
    어쩐지 정말 내 인생이 그런 것만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올해 시작하면서 나는 무슨 생각을 했었을까.
    매해 시작될 때 마다 늘 그랬듯이 분명 뭔가를 스스로에게 다짐했을텐데..
    힘겨운 하루를 마치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나면 결국 스스로에게 했던 다짐마저 퇴색되가는 것은, 내가 나약한 인간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사람이란 원래 다 그런 것일까..
    그렇다면 나 역시 다른 사람과 전혀 다를 게 없는.. 그저 많은 사람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일까..

    특별한 선민의식은 아니지만 누구나 그렇듯 나는 다른 사람들과는 뭔가 다른 나만의 것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결국 인생의 성공이란 남과는 다른, 그 뭔가를 찾아 내는 일일거라 생각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걸 찾아 내지 못하고 삶을 마감하는 것 같다.
    어쩜, 지난 시간을 두고 후회하고 마음 아파하는 것은 남과 다른 것을 찾아 내기 위해 내게 주어진 시간이 그만큼 또 줄어 들은 것이 아닌가 하는 것 때문일까.
    아직 아무런 느낌도 갖지 못하는데, 시간은 야속하게도 너무 쉽게 흘러가서 그러는 걸까..

    오늘도 이렇게 시간이 가고 있다..
    나를 위해 살아 가는 것인지 내게 주어진.. 나와는 상관없는 다른 일들을 위해 정작 나를 위해서는 그저 숨을 쉬고 있을 뿐인지..
    지금 이 시간은 당연히 이래야 하는 것인지, 나를 독려해 뭔가 나의 일을 해야 하는 것인지..
    스스로 생각이 깊은 사람이라고 자부해 왔지만 정작 나 자신에 대해서도, 지금 이 순간에 대해서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역시 아직은 멀었기 때문일까..

    옷을 두툼하게 입어도 살을 파고드는 찬 바람이 이젠 정말 겨울이 오나보다..
    금방 눈을 뿌릴 듯 찌뿌린 하늘을 보면 아.. 정말 한 해가 가나보다.. 하는 생각에 움추린 어께를 좀처럼 펼 수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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