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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8.06 예고된 재앙, K리그 올스타 전에 대한 회한

이 글은 2010년 K리그 올스타 경기를 보고 사커월드에 올린 글입니다.
사커월드: http://cafe.daum.net/soccerworldcafe/docO/1572

같은 내용으로 다음 스포츠 섹션에도 노출되었습니다.
http://sports.media.daum.net/soccer/news/k_league/breaking/view.html?cateid=1171&newsid=20100805204952040&p=soccer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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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바르샤와의 올스타 경기는 이미 예고되었던 재앙이었습니다.

클럽팀 vs 리그 올스타 라는 우스꽝스럽기 그지 없는 매치업은 말 할 것도 없고
이미 지난 04년에 수원이 그랬듯 바르샤를 상대로 이겨도 욕 먹을 거고, 져도 욕 먹을 경기.
더구나 엊그제 경기 뛴 선수들, 며칠 후 또 경기에 나가야 하는 선수들 데리고 무려 "자존심을 건 한판 승부"를 펼치라니요.

게다가 감독 역시 며칠 후 다음 경기를 가져야 하는 입장.

무슨 동기 부여가 될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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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뭐였을까요? 연맹의 복안은>

연맹이 보도자료로 배포한 사과문을 보았습니다.
K리그 팬들의 자존심에 생채기를 내서 크게 반성하고 있다고...
하지만 내용을 살펴 보니 클럽팀 vs 리그 올스타, 무리한 경기 일정 과 같은 K리그의 위상과 연맹의 행정과 같은 부분에 대한 내용은 없고, 오직 태업한 바르샤에 대한 얘기만 있더군요.
K리그 팬들이 여기서 또 한번 좌절하고 자존심에 무척이나 큰 상처를 받는다는 것을 연맹에서는 알아야 할 것입니다.

어차피 오기로 한 바르샤였다면.
어차피 변경할 수 밖에 없는 일정이었다면.
지난 해 우승팀과 붙였어야지요.
K리그 챔피언 vs 라리가 챔피언 또는 세계 챔피언.
차라리 이러면 구도라도 잘 맞지 않았겠습니까. 참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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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전혀 관심 없던 경기였던 것이 사실입니다.
실은 방송 중계 조차 보이콧 하겠노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표가 생기게 됩니다.
막상 이래 놓으니 그 관심 없던 가슴에도 불이 지펴지긴 합니다.
이렇게든 저렇게든 축구를 보러 가게 됐으니까요.
2002년에 가 보고, 상암에 새 주인이 생긴 후로는 한번도 안 가 봤는데.. 무려 8년만에 가 본 상암이었습니다.

 
**
가는 길에 온통 바르샤 유니폼과 마주칩니다.
K리그 올스타와 바르샤가 경기를 펼칩니다.

아무리 봐도 한국인임에 분명한 그 사람들은 K리그가 아닌 바르샤를 응원합니다.

Here is another ~ 까지는 아니더라도, 여튼 그들의 정체성은 바르샤에 있습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그들은 아름다운 축구를 한다고. 그렇기에 그들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이에 묻습니다.
그렇다면 당신들은 왜 지난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가 아닌 대한민국을 응원했느냐고.
왜 당신들의 심장에 붉은 악마가 함께 한다며 샤우트(-_-) 했느냐고 말입니다.
대한민국이 아르헨티나보다 더 아름다운 축구를 하던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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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아름다운 축구를 한다는 주인공들입니다. 우리 선수들은 들러리였지요.>
 

***
솔직해집시다.
아름다운 축구를 하는 것이 어떤 팀을 응원하는데 있어 필요조건일 수는 있겠지만 충분조건이 될 수는 없습니다.
애초에 K리그에 일체감을 갖지 못한 탓일 뿐입니다.
자국 리그에 일체감을 갖지 못하는 것이 개인의 문제일 수도 있고, 리그의 문제일 수도 있고 둘 다 일수도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누구의 문제이냐가 아니라, 이것이 문제라고 인식하는 그 사실 자체입니다.
지금 우리는 이 단계 조차 오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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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잡담)

회사에서 일도 제대로 마치지 않은 채 뛰어 나왔습니다.
그래서 막 약속시간에 늦지 않을 수 있었는데.. 저녁을 못 먹은 탓에 배가 너무 고파 매점에서 요기거리를 샀습니다.
피크 일텐데.. 요금이 크게 비싸지는 않았습니다.
문득 빅버드의 그 맛없는 핫도그와 식어 빠진 치킨이 생각납니다.
훼미리XX와 XX25의 차이인건가요? 흠..

상암과 빅버드의 비교는 계속 됩니다.
상암 화장실은 빅버드보다 훨씬 많고 훨씬 깨끗하더군요.
개당 크기는 작아도 개수가 많고, 더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었습니다.
빅버드에 가면 항상 화장실 바닥에 고인 물과 더러운 개수대로 기분이 나빠지는데 수원은 이런 점 좀 고쳐야 할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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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는 별거 없고...
함께 오기로 한 일행을 기다리고 하다보니 경기가 시작된 후 몇분이 지나서야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러다 별 생각 없이 전광판을 보니 1:0.
아아.. 아까 사람들의 환호성은 킥 오프 사인에 대한 호응이 아니라 저 골에 대한 환호였던가봅니다.

 

경기 결과는 다들 아시다시피 즐라탄의 만회골과 이동국의 역전골, 그리고 메시의 투입과 함께 폭풍 같은 두 골에 힘입어 2:3 재역전된 채로 전반전이 끝나고 후반전에 2골을 마저 넣은 바르샤가 5:2 로 대승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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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헤딩골. 그렇지만 까들에게는 받아 먹기에만 급급한, 국내용일 뿐이다.>

무려 일곱골이나 난 경기였습니다.

흔히 골이 많이 나면 재미 있다고 생각하기 쉽죠.
하지만 그랬는가요?

아마 제 인생 통틀어 경기장에서 본 가장 재미 없던 경기 중 하나임에 틀림 없었을 것입니다.
심지어 동국이가 골 까지 넣었음에도 불구하고...(-_-)
이런 경기에서 경기력에 관한 얘기는 할 가치가 없는 얘기라 skip, skip..

그저 역시나 정말 재미 없었다는 얘기 밖에 할 얘기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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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웠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홈X러스에 들러 무언가를 사고(주차장을 통과하기 위해 -_-)..
차를 가지러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무척 흥미로운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마치 듀어든처럼 생긴 사람과 그의 친구들 두 명이 바르샤 유니폼을 입은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학생 둘을 붙잡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더군요.

막귀에도 그 영어는 또렷하게 잘 들립니다.

"Don't have a shame?"
"Have a shame!"
"Shame on you!"

왜 저래? 하고 보니 바르샤 유니폼을 입은 아이들의 팔을 붙잡고 한참 퍼붓습니다.

외국인들이 자신들이 입고 있는 KFA 티셔츠의 호랑이를 짚으며 소리 칩니다.

"Here is korea. K!O!R!E!A!"
"Not Barca!"
"Barca? Buxx shxx, Fuxx!" 

여기는 분명 대한민국입니다.
그런데 한국인은 외국의 팀을 Support(지지) 하고, 오히려 외국인이 여기는 한국이라고 소리 치고 있더군요.
부끄러웠습니다.
몹시 부끄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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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지도, 유쾌하지도 않은 경기. 유쾌하지도 않은 이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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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 역시도 바르샤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을 보면서 참 배알이 틀렸습니다.
비비꼬였다고 욕할 수도 있겠지만, 괜히 참 꼴보기 싫었던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게 꼭 그 아이들만의 문제일까요?
리그 정체성을 가지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리그 일체감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그 리그 정체성과 리그 일체감에 대한 의무를 각 개인에게만 지우고 있다는 것이 지금 우리의 문제입니다.
국빠, 유빠, FC 리모콘, FC 코리아 등등..
이런 괴물을 누가 만들었습니까?

오히려 각 개인은 희생양이 아닌가요?
우리 가까이에서 생생히 살아 있는, 함께 숨쉬고, 함께 뛰는 축구를 즐기는 방법 조차 배우지 못한게 왜 그들의 잘못인가요.
어차피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았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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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습니다.
그런 것 다 떠나서.. 이건 그냥 축제였고, 사람들 즐기라고 깔아 놓은 이벤트에 불과하니 너무 많은 의미를 갖다 대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K리그 올스타 전이라면, 진정 K리그 팬들을 위한 축제가 되어야 합니다.
심장에 바르샤의 피가 흐르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K리그의 각 팀을 가슴에 아로새긴 사람들을 위한 축제의 장이 되어야 한다는 겁니다.
어제 경기는 연맹 스스로 K리그의 권위를 낮추고, K리그를 우스갯거리로 만드는 결과를 가져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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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K리그 올스타전이었을까요?>

아마도 연맹은 팬의 저변을 확대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세계 최고의 인기팀 중 하나인 바르샤를 이용하려던 것이겠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스스로의 경쟁력이 아닌, 다른 것에 기대려다 보면 팬 저변의 확대는 커녕,

있던 팬도 돌아서게 될 것이라는 점을 연맹은 반드시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바르샤는 이제 곧 중국으로 떠나 베이징궈안과 경기를 갖게 됩니다.
베이징궈안은 참 대단한 팀입니다.
연맹의 셈법대로라면 K리그 전체의 위상과 동등하니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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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맹은 이번 경기로 인해 철저히 반성해야 합니다.
리그 팬을 자처한지 10여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연맹이 잘 하고 있다고 느낀 적은 거의 없습니다.
팬과 연맹의 역할과 입장의 차이가 있을것이라,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문제가 연맹의 모든 것을 말한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저 역시 대체로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더구나 최근 몇년은 스폰서도 제대로 못 구해 쩔쩔 매는 걸 보면서 무능함도 이 정도면 수준급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도 아껴주자, 그래도 우리 K리그는 아직 분열이 아닌 돌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올스타 사건을 보면서..
참 많은 분노를 느끼고,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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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청" 이라는 글자가 유난히 초라해 보입니다. 주인공은 우리여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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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K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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