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ter from Kunner2012.05.20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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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화요일, 입사 100일된 기념으로 반차를 준다기에 기쁜 맘에 오후 반차를 냈다.

거기에 지난 번 슈퍼 오픈 포상 휴가를 3일 붙여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5일짜리 연휴를 만들었다.

이제 또 프로젝트 시작이니, 한동안은 누릴 수 없는 호사일거다.

아무튼 그렇게 오후 반차로 연휴를 시작했다.

거기에 딱 맞는 - 햇살이 무척 좋은 날이었다.

간만에 데이트를 하려고 옥녀사와 반차를 맞췄다.

광화문으로 가 노무현 사진전을 볼까 하다 대학로로 방향을 잡았다.

한 번쯤 가고 싶었던 곳, BUNKER1 을 가 보기 위해서다.

 

 

*

날이 좋아 걸을까 하다 택시를 잡아 탔다.

이렇게 날 좋을 때는 걷는 것도 데이트다 하는 나와 벌써부터 지치고 싶지 않다는 녀사.

늘 사무실에 쳐박혀 있느라 볕 쬐는 일이 드문 나는, 늘 볕이 그립다.

 

사대부중 앞에서 내려 이화동사무소를 끼고 코너를 돈다.

멀리 간판이 보인다.

일부러 찾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을 것 같다.

 

 

DSLR-A700 | Pattern | 1/800sec | F/6.3 | 0.00 EV | 80.0mm | ISO-200

 

 

 

DSLR-A700 | Pattern | 1/125sec | F/6.3 | 0.00 EV | 26.0mm | ISO-200

 

 

처음 본 인상으로는 - 아직 공사가 다 끝나지 않았다고는 하나, 조금 초라한 모습이다.

하긴, 잔뜩 화려한 프랜차이즈형 커피숍을 기대했던 것은 아니다.

아마 공사가 끝나도 저 휑한 입구는 그대로일 것만 같다.

그게 어울린다.

전쟁을 치를 벙커로는 제격이다.

 

 

 

**

입구에 들어서면 아주 좁은 홀 안쪽으로 주문대가 보인다.

이게 다면 어쩌지, 하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아래층에 넓은 홀이 있단다.

 

 

DSLR-A700 | Pattern | 1/125sec | F/6.3 | 0.00 EV | 35.0mm | ISO-200

 

'도덕적으로 완벽한 메뉴' 끝에 살짝 비비케익이 보인다.

경황이 없어 다 찍지는 못 했지만, 음료명을 아에리카노(아메리카노), 녹색성장라떼(녹차라떼) 등 가카를 빗대 비틀어 놓았다.

아마 가카의 친구들, 내지는 하수인들도 한 번쯤은 다녀갔으리라.

'이걸 보고 무슨 생각이 들까?' 하는 생각이 잠깐 스쳤다.

아마 나라면, 밤 잠 못 잤으리라.

 

 

DSLR-A700 | Pattern | 1/6sec | F/6.3 | 0.00 EV | 30.0mm | ISO-800

 

계산대 앞에는 나꼼수 F4의 캐릭터를 올려 놓았다.

주진우는 우울하고, 정봉주는 시름에 잠겼다. 김어준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고...

김용민은 빨갱이다.

...

아니면 정체성이 새누리당에 걸맞는다는 뜻인가? (웃음)

 

 

 

DSLR-A700 | Pattern | 1/30sec | F/6.3 | 0.00 EV | 16.0mm | ISO-400

 

음료를 받아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가려고 하다가..

'나는꼽사리다' 공개방송에 대한 안내 표지를 발견했다.

헉, 오늘이 무슨 요일이더라?

참고로 나는 경제학과 라는 나의 전공과 별로 관계 없이 '나는꼽사리다'를 무척 좋아한다.

어떤 면에서는 나는꼼수다 보다 더 좋아할 정도로.

그리고 우석훈 박사에 대한 개인적인 흠모(ㅋㅋ)도 가지고 있다.

원래 계획했던 것은 벙커에 들렀다 노무현 사진전에 가는 거였지만, 그건 다음으로 미루자.

날짜가 이렇게 맞아 들어가다니.(!!)

 

 

***

지하로 내려가면 꽤 그럴 듯한 홀이 나온다.

한쪽에는 딴지일보 사무실이 있고, 그 옆으로 나꼼수와 나꼽살을 녹음하는 스튜디오가 있다.

옆쪽으로 화장실도 있는데, (아직 공사가 완전히 끝났다고 보기에 좀 어렵지만) 화장실은 몹시 넓고 깨끗하다.

다만, 바깥 쪽에서 입구 안쪽이 살짝 보이도록 되어 있는데 조금 신경이 쓰였다. (과민함을 인정한다;;)

 

 

DSLR-A700 | Pattern | 1/8sec | F/6.3 | 0.00 EV | 16.0mm | ISO-800

 

저 앞에 보이는 것이 스튜디오다.

좀 있으면 저 안에 그들이 들어 올거다.

 

 

 

DSLR-A700 | Pattern | 1/40sec | F/6.3 | 0.00 EV | 80.0mm | ISO-800

 

아마도 딴지일보 사무실로 추정되는 곳의 창문.

유리에 붙은 너무나도 그리운 그 얼굴이 보인다.

 

 

DSLR-A700 | Pattern | 1/50sec | F/6.3 | -0.30 EV | 80.0mm | ISO-1600

 

사무실에 붙어 있는 수많은 메모들.

딱히 다가가 읽어 보지는 않았지만, 한눈에 봐도 참 많이 붙어 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개개인에 대한 팬덤에 대해서는 약간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그건 나의 개인적 호불호일 뿐이고, 그들이 이런 관심과 사랑을 받는 것은 일견 당연하다고 본다.

내가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수년 간 해도 못 하던 것을, 그들은 팟캐스트 방송 몇 차례로 이뤄냈다.

그러고보면 이런 관심과 사랑은 내가 먼저 줘야 하는게 맞다.

진심으로 고맙고, 진심으로 존경한다.

하지만 나는 사랑을 담아 적은 메모를 붙여낼 자신은 없다. ^^;;

 

 

 

DSLR-A700 | Pattern | 1/40sec | F/6.3 | 0.00 EV | 80.0mm | ISO-1600

 

뒤쪽(출입구쪽) 벽에 붙어 있는 벙커헌장.

문장 하나 하나에 웃음이 비어진다.

각 헌장의 속 뜻을 알면서도 결코 밉지 않은 저 센스 - 내게 너무나 부족한 것을 그는 참 많이도 가졌다. 부럽다.

 

 

DSLR-A700 | Spot | 1/60sec | F/4.5 | +0.30 EV | 35.0mm | ISO-1250

 

어디 붙어 있던 것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보자마자 잘 그렸다, 하는 생각이 들어 셔터를 눌렀다.

그런데 김용민이 179 / 91 이라고?

그럴리가... (웃음)

 

 

DSLR-A700 | Pattern | 1/30sec | F/6.3 | -0.30 EV | 16.0mm | ISO-800

 

저 앞에 보이는 것이 화장실이다.

왼쪽이 남자, 오른쪽이 여자인데.

남자의 상체는 위가 넓고, 여자의 상체는 아래쪽이 넓다.

의도된 바인지는 알 수 없으나, 저 문양은 아무리 봐도 새누리당 로고다.

비대위 대변인이 생각난다.

 

 

DSLR-A700 | Pattern | 1/30sec | F/6.3 | -0.30 EV | 16.0mm | ISO-800

 

작은 사진에서는 잘 나오지 않을테니 확대해서 보면 이렇다.

아주 적절하다.

상체 부분만 빨간색으로 칠했으면 더 좋았으련만!

 

 

 

 

 

****

방송 시작 전, 김용민이 포토 타임을 갖는다.

사람들이 줄을 늘어서 저마다 휴대폰과 카메라를 꺼내들고 연신 셔터를 누른다.

나도 빠질 수 없다. (팬덤이 뭐가 어째? ㅋㅋ)

 

 

DSLR-A700 | Spot | 1/10sec | F/4.5 | +0.30 EV | 35.0mm | ISO-1600

 

아주 해맑게 웃어 주는 용민이 형.

일단 한 번 같이 사진 찍었으니 형이다.

그런데 형.. 어지간하면 우리 수염 깎자.

 

용민이 형에 대해서는 참 하고 싶은 얘기가 많은데, 그 중에서 하나만 하자면..

참 사람 좋아 보인다는 것이다.

저마다 역할 모델이라는게 있겠지만, 그 날 본 사람들 중 가장 친근한 모습을 보였다.

사람을 대할 때는 언제나 웃음 가득한 얼굴이다.

그냥 보고 있어도 기분 좋아지는 푸근한 타입이랄까.

 

 

방송 시작이 가까워 오니 사람들이 속속 몰려든다.

그 중에는 김어준과 주진우도 있다.

사실 선대인 소장은 진작부터 와 있었는데.. 사람들이 별로 관심을 안 가졌다.

내가 처음 들어 올 때 한 걸음 뒤로 선 소장이 같이 들어 왔는데, 힐끗 보고 선 소장인가? 하고 긴가민가했다.

그를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번 이대 강당에서 조국 교수와 함께 한 북콘서트에서 봤으니.

그런데 이 양반, 그때보다 너무 젊어진거다.

사람이 1년만에 이렇게 달라지나? 그것도 젊게 말이다.

결국 내가 못 알아 봤던 것은, 그가 너무 젊어졌기 때문이다.

혹시 불로초를 구한건가!!

아니면 하고 싶은 말 시원하게 하다 보니 회춘한건가.

비결이 있다면 좀 배우고 싶다. (진심)

 

 

DSLR-A700 | Center-weighted average | 1/30sec | F/4.5 | +0.30 EV | 16.0mm | ISO-1600

 

갑자기 웅성거림과 함께 약간의 환호성이 들린다.

돌아 보니 낯익은 얼굴이다.

주진우.

방송에서의 귀여움은 전혀 느낄 수 없다.

낯가림과 수줍음이 매우 심하다고 얼핏 들은 것 같은데, 정말 그런가.

용민이 형한테 좀 배워야겠다.

 

 

 

DSLR-A700 | Spot | 1/15sec | F/4.5 | +0.30 EV | 60.0mm | ISO-1600

 

도무지 사진을 찍을 틈을 안 주기는 김어준도 마찬가지다.

이게 웬 심령사진이란 말인가!

그나마 알아 볼 수 있게 나온게 이것 뿐이다.

약간의 배려가 필요 하지 않은가 싶은 생각이 든다.

아차, 나는 팬덤이 싫다고 그랬........;;;

 

 

*****

예정된 다섯시가 조금 넘어, 드디어 방송 시작.

신경민 당선자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지만, 방송은 시작되었다.

 

 

DSLR-A700 | Pattern | 1/25sec | F/4.5 | +0.30 EV | 26.0mm | ISO-1600

 

방송 시작 전, 한 자리에 모여 간단히 인사를 한다.

마침 김어준이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경찰 출두를 하고 왔단다.

소감을 물으니 할 말이 없단다.

묵비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모두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우석훈 박사는 카메라를 새로 샀는지, 방송 내내 카메라를 만지작 거린다.

그가 손에 든 카메라는 Sony의 Nex-7, 진심으로 부럽다. ㅠㅠ

 

 

DSLR-A700 | Pattern | 1/25sec | F/4.5 | +0.30 EV | 40.0mm | ISO-1600

 

방송이 시작되고 정연주 사장이 한창 열띤 발언을 이어갈 때, 신경민 당선자가 도착했다.

선대인 소장의 유쾌한 웃음이 눈에 띈다.

 

 

 

DSLR-A700 | Pattern | 1/20sec | F/4.5 | +0.30 EV | 80.0mm | ISO-1600

 

화각 상 위 사진들에는 보이지 않지만, 스튜디오 왼쪽에는 이렇게 용민이 형이 앉아 있다.

직접 녹음 장비를 다루고 모니터링을 하는 것 같다.

아, 그래서 자는구나...

지루한지 스맛폰을 계속 만지고 있다.

 

 

 

DSLR-A700 | Pattern | 1/25sec | F/4.5 | +0.30 EV | 80.0mm | ISO-1600

 

우석훈 박사와 선대인 소장.

확실히 선대인 소장은 회춘했다.

그런데 좋아하는 술을 안 먹어서 그런가... 우석훈 박사는 왜 이리 늙은거냐.

 

스튜디오 유리창의 반영이 아쉽다.

방송이 시작되면 바깥 조명 중 스튜디오 바로 앞에 있는 것들을 좀 끄면 좋겠다.

 

 

 

DSLR-A700 | Pattern | 1/60sec | F/4.5 | +0.30 EV | 55.0mm | ISO-1600

 

방송 말미에 "정치는 쫄지마, 경제는 속지마~!" 하는 구호를 청중이 다 함께 외쳤다.

용민이 형이 스맛폰을 들고 나와 청중의 소리를 녹음했다.

맨 앞의 아저씨는 방송 끝날 부분에 선대인 소장의 나꼽살 문학상 경쟁 부문 발표에서 약간의 에피소드가 있었는데 방송을 들으니 편집된 것 같다.

 

 

방송 내용에 대해서 말하자면..

솔직히 좀 아쉽다.

왜냐하면 이런 내용은 이제 사골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미 '나는꼼수다'는 물론 '이털남'이나, 뉴스타파 등 잘 나가는 팟캐스트에서 다루지 않은 적이 없다.

게다가 '나는꼽사리다'는 경제 관련 문제를 다루는 것으로 특화되어 있지 않은가?

물론 내용 중 경제 얘기가 없는 것은 아니고, 굳이 방송을 경제와 떨어뜨려 생각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지만 '나는꼽사리다'만이 가진 특성을 살리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다음 방송에서는 좀 더 경제 문제에 집중했으면 한다.

 

방송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나는꼽사리다 금주5회(5월 18일 배포) 를 참조하시길.

 

 

******

방송이 끝난 후, 책에 우석훈 박사의 사인을 받았다.

마침 가방 안에 그의 책이 있었다!

오늘 방송이 있는 걸 몰랐는데, 참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라고는 하지만 한달째 가방 속에 들어 있다.)

'조직의 재발견'이라는 그의 2008년 저서인데, 참 안 읽히는 책이다.

너무 피곤해서, 라는 핑계가 부끄러울 정도.

독서량이 점점 줄어든다. 이러면 안 되는데 말이지.

 

아무튼 책을 보고, 우석훈 박사가 "이 책이 아직도 나와요?" 하고 말했다.

그에게는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간 발간된 그의 책을 모두 가지고 있다. (자랑)

앞으로 몇 번은 더 가야 저자 사인을 다 받을 수 있을 것이다.

 

NEX-C3 | Pattern | 1/125sec | F/5.6 | +0.30 EV | 20.0mm | ISO-200

 

마침 가방 속에 있던 '조직의 재발견'에 받은 저자 사인.

그가 C급인데, 내가 감히 D급이라니.

F 말고는 D 밖에 없지 않나 하며 스스로를 변호해 본다.

그가 나를 D급 경제학자라고 불러주니 황송하다.

(... 팬덤 운운 - 어떻게 된거냐?)

 

명랑이 함께 하기를.

 

 

 

DSLR-A700 | Pattern | 1/30sec | F/4.5 | +0.30 EV | 16.0mm | ISO-1600

 

그와 사진도 찍는다.

평소 동경해 마지 않던 사람과 사진을 찍으려다보니, 표정이 어색하게 굳었다.

목이 다 늘어진 티셔츠에 주섬주섬 집어든 서류며 노트, 카메라가 어쩐지 정겹다.

(Nex-7 을 들고 있는 것 까지도! 중고가야 떨어져라!)

 

 

 

DSLR-A700 | Pattern | 1/100sec | F/4.5 | +0.30 EV | 80.0mm | ISO-1600

 

방송이 끝난 후, 부리나케 나가서는 줄담배를 태운다.

담배를 끊은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에게 담배 한 대 빌리고 싶은 맘이 굴뚝 같았다.

'형, 담배 한 대만 주세요.' 하고 싶더란 말이지.

(일단 같이 사진 찍으면 형이다. ㅋㅋ)

 

 

 

다시 언제 또 BUNKER1 을 찾게 될지는 모르겠다.

회사와 가깝긴 하지만, 집과 반대 방향이다보니 쉽게 발걸음이 닿지는 않을테니.

그래도 매주 그들의 목소리가 들려 올거라는 사실이 반갑다.

어쩜, 가카는 임기를 종신으로 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그래야 이 방송도 계속 될게 아닌가.

물론, 감방에서 말이다.

 

 

 

+덧

Posted by K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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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맞이 책 읽기의 마지막을 김광수 경제연구소의 선대인 부소장이 쓴 『프리라이더』로 장식했다.
책이 표지 디자인 보다 훨씬 좋다. 둘러 쳐진 흰 종이를 벗겨내고 난 후의 표지는 참.. 안습이다.
뭐든 첫인상이 중요하듯 출판 디자인에서 표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작지 않다.
이렇게 좋은 내용을 더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알고 싶어 지도록 표지 디자인에도 좀 신경을 썼으면 한다.

드디어 설맞이 책읽기 목표였던 3권을 다 마쳤다.
설 연휴가 꽤 길었으니 그 긴 시간 동안 책 3권 읽은게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저런 일들을 하면서 목표를 완수했다는 것은 나름 의미가 있다.
더구나 이번에 읽은 책들이 참 알찬 것들이라 그 의미는 배가 된다.


이 책은 지난 번 선대인 & 조국 북토크에 가기 위해 사둔 것이다.
이미 어제 읽은바 있는 『조국, 대한민국에 고하다』와 함께.
선대인 부소장을 트윗에서 follow 하고 있긴 하지만, 그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몰랐다. 애초에 내가 열혈 트위터가 아니라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북토크와 이 책을 통해 선대인 부소장에 대해 조금 알게 된 것 같아 기쁘다. 기득권을 향유하는 일이 얼마나 달콤한 것인지 알면서도 과감히 기득권을 버리고, 그 기득권이 얼마나 무서운 칼을 휘두르는지 잘 알면서도 그에 맞서는 이런 사람들이 있는 한, 아직 우리에게 희망은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 세금의 비밀 편이라고 하니 굉장히 거창해 보이지만.. 실은 공공연한 비밀을 들추어낸 것이다.
아마 사회 경험 있는 사람들치고 여기 있는 내용을 처음 들었다고 할 사람은 없지 않을까.
물론 정확한 수치와 같은 세세함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겠지만.

이 책의 내용이 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이야기는 책의 내용을 평가절하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이다. 역설적이게도 이러한 '공공연한 비밀'이라는 말은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함부로 발설하기 힘든'이라는 뜻이고, 여기에는 '누구나 다 알고 있다'가 아닌 '함부로 발설하기 힘들다'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러니 이것을 책으로 써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용기가 필요했을까? 그 오랜 시간 공공연한 비밀이 전사회적으로 용인되어 오는 과정에서 얼마나 공고한 기득권의 카르텔이 짜여져 있었을 것인가? 그들이 세워 놓은 성벽의 크기가 얼마나 될런지 알아갈수록 절망스럽기만 한데, 이런 걸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그는 도전한 것이다. 그 성문을 열어 젖히기 위해 단기로 뛰어든 것이다. 그러니 이런 얘기를 공론화 한 그 자체로 저자는 박수 받아야 한다. 물론 박수 받는 것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이런 부조리를 해결하는 것이 당장은 불가능하겠지만, 하나씩 하나씩 그 부조리를 해체하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는 것이다.

내가 회사에서 주로 하는 일은 사업제안 및 사업관리다. (물론 프로그램도 하고 어떤 경우에는 디자인 툴도 직접 건드리는 등 그 외 다른 일도 하긴 한다. 누가 나의 직무가 무엇이냐 물어 보면 '잡부'라고 할 정도로..)
특히 우리 회사는 정부 기관과 관련된 사업들을 주로 하는데, 이를테면 정부 조달 사업 같은 것 말이다. 내가 일하고 있는 IT 분야와 책에서 다루고 있는 건설분야는 사업 규모가 현저히 달라서 동률 비교는 어렵다. 다만, 사업비 책정이 개판이고, 누군가의 입김에 의해 이뤄지는 건 매일반이다. 돈 되는 건 이미 대형 사업자들이 다 챙기고, 하청의 하청들만 죽어 나는 현실도 닮았다. 대기업이 참여하는 사업은 말할 것도 없고, 대기업 입찰 제한이 걸린 작은 사업도 마찬가지다. 경쟁자만 다르지, 그 안에서 일어나는 지저분한 암투와 로비가 얼마나 심한지는 겪어 보지 않은 사람들은 모른다.

"이게 다 우리들 세금이야." - 내가 회사에서 같이 일하는 아이들에게 자주 하던 얘기다. 그런 세금을 가지고 대부분 상식 선에서는 이해할 수 없는 허접한 수준의 사업들을 진행한다. (왜 해야 하는지 물으면 예산이 남아서, 라고 대답하는 공무원까지 있을 정도다. 사실 애초에 어리석은 질문이었다. 뻔히 다 아는 것을..) 이렇게 진행되는 사업이 허접하니, 또 다른 사업을 해야만 한다. 애초에 제대로 된 호미질 한번이면 될 것을 가래로 퍼낼 사업거리로 만들고, 가래로라도 제대로만 하면 될 것을 눈 먼 돈 빼돌리느라 혈안이 되어 하청에 재하청을 통해 가래도 호미도 아닌 숟가락으로 퍼내는 것이다. 그렇게 하니 당연히 한번이면 끝날 일이 몇번이나 반복되는 사업이 되는거고, 그렇게 하니 당연히 사업은 산으로 가고 이미 돈은 엄한 놈들이 다 먹고, 실제로 사업 수행하는 사람들만 죽어나는거다.

이런 일들이 계속 벌어지는 이유를 이 책은 정확히 짚어 내고 있다. 그리고 왜 이런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는지 말이다. 책을 읽는 내내 섬뜩하고 짜증스럽고 얼른 책장을 덮고 잊고 싶어진다. 지나치게 현실적인 것은 지나치게 잔인하게 읽히는 법이다. 이 책이 딱 그렇다.

이런 공공연한 비밀을 들추는 이유는, 단지 뒷담화를 위해서가 아니다. 현실이 이러니 두 눈 똑바로 뜨고 현실의 부조리를 타파하자는게 궁극적인 목적일 것이다. 아쉽게도 그런 이야기는 이 책에 없는데, 그건 2권에서 다뤄질 것이다.

그러고보면 이 나라는, 이 나라의 정치는 - 보수도 진보도 모두 기득권을 쟁취하기 위한 투쟁에 불과한 것 같다. 그리고 그 기득권은 자본이 온통 틀어쥐고 있는 것이 아닐까? 지난 해 우리 사회는 정의란 무엇이냐는 물음에 요동 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현실 속에서 정의가 무엇인지 묻는 것은 부질없다. 부정한 기득권을 인정하는 정의는 정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조국 교수의 책을 읽으며 했던 질문을 또 다시 할 수 밖에 없다.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이 현실을 타파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 프리라이더를, 
아니 그저 무임승차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삥 뜯는 이 불량배들을 어떻게 처단해야 할 것인가?
Posted by Ku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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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좋은 서평입니다. 저 역시 요즘 비슷한 생각들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건설의 한분야에서 일하는데 사업비는 설계자가 아닌 행정가가 책정하는데 그 타당마저 조작할 수 있는 세상이라서요.. 책 내용이 궁금해 지네요~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2018.02.21 13:3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