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에 문재인이, 그것도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다기에 기억해 두고 있었다.
힐링캠프라고, 지난 주에 박근혜가 나온다는 얘기를 듣고 눈 여겨 보던 프로그램이었다.
그러고보니 언젠가 김제동이 진행한다는 얘기를 얼핏 들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문재인이라는 사람 - 무척이나 호감이 가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른다.

학생 운동을 하다 군대 끌려 가고, 나와서 사법고시 합격했지만 시위 전력으로 판사 임용 떨어지고 인권변호사가 됐다는 것.
그때 노무현 대통령을 만나 평생의 동지가 됐다는 것.
사심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정의로운 사람이라는 것.
노무현 대통령이 서거하신 후에도 그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


뭐 그런 것들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지만..
그런 것들과 '문재인' 이라는 이름을 1:1 로 연결시키는 것은 좀 어려웠다.
누가 '문재인' 하면 잠시 생각을 좀 해야 저런 것들이 그의 얼굴과 함께 연결이 되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매스컴 노출 빈도가 너무 낮아서 인지 범위 내에 그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그래서 이번 그의 방송 나들이는 반가웠다.

사실 방송으로 보여지는 모습은 으레 어느 정도 미화되기 마련이다.
박근혜는 둘째 치고 이명박 같은 사람 조차도 TV 에 나가면, 그것도 예능 같은 프로그램에 나가면 호감도가 올라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한 방송 프로그램으로 누군가를 평가한다는 것은 조금 위험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TV를 통해 보이는 모습이 그의 전부는 아니라도, 일부는 제대로 보여 주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뭐 여러 생각 할 것 없이 - 그간 문재인의 매스컴 노출이 워낙 적었기 때문에 뭐든 가뭄의 단비였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기 위해 표정 하나, 말투 하나까지 다 꼼꼼히 보리라 마음먹었다. 






**
그간 대선 후보군 중 누가 제일 호감이 가느냐 하면 문재인이라고 대답해왔다.
나는 국민참여당의 주권당원이자 유시민의 열렬한 지지자이지만, 대선 후보로는 문재인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했다.
굳이 김어준의 이야기 때문이 아니라, 후보군 이라고 불리는 사람 중에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를 포함한 일반 대중에게 호감도도 가장 높을 것 같고, 비호감도는 가장 낮을 것 같다.
한마디로 안티가 별로 없을 것 같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것은 유시민이 결코 가지지 못한 힘이다.

하지만 이런 막연한 감성 말고, 이성적으로 왜 그를 지지하느냐에 대해서는 확실히 뭐라고 대답할 수 없었다.
왜냐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솔직히 잘 모르기 때문이다.





***
'노빠' 라는 소리가 훈장처럼 자랑스럽던 시절, 누군가 내게 왜 노무현을 지지하느냐 하고 물으면 나는 그가 후보 경선 때 했던 몇가지 얘기들을 꺼내곤 했다.

이제는 언제 했는지 기억은 확실히 나지 않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후보 경선 시절에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적어도 우리 아이들은 좀 나은 세상에서 살게 해 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우리는 늦었지만, 우리 아이 세대들에게는 공정한 출발선을 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각주:1]


나는 이 말을 듣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꼭 눈물이 흘러야만 우는 것이겠는가.
눈물이 나오지 않아도 가슴으로 울었다.
저런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부르짖었다.
그때부터 나는 노빠가 되었다.


또 그의 대통령 후보 출정식에서 했던 명연설. 

http://www.kunner.com/921  
'조선 건국 이래 600년 동안 우리는' 하고 시작하는 그 다시 없을 명연설.


듣고 또 듣고 또 듣고.. 들을 때 마다 가슴이 뜨거워지고 눈물이 그렁그렁 해지는 그 연설.

이런 말은 연습한다고 해서 나오는게 아니다.
이런 연설은 남이 써 준거 읽는다고 되는게 아니다.

그렇게 나는 노빠가 되었다.
그리고 단언컨데, 단 한번도 그를 지지한다고 말하는데 주저한 적이 없다.






****
문재인에게도 그런게 필요했다.
왜 문재인이어야 하는지.
그의 어떤 코드가 나를 미치게 만들 수 있는지 증명해야 했다.

김어준은 노무현 대통령의 장례식에서의 일화를 얘기하며 문재인이 대권을 잡아야만 한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나는 그 장면을 보지 못했으므로, 그건 내 판단의 근거가 되기 어렵다.
나는 나만의 근거가 필요했다.

그리고 드디어.. 어제 방송에서 그걸 발견했다.

방송에서 본 문재인은 정말..
올바름 그 자체였다.
김어준의 말처럼, '사심없음'의 결정체였고 '정의'의 다른 이름이었다.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구나, 하는 생각에 너무나 반갑고 너무나 고마웠다.

세상에 정말.. 이런 사람도 있구나.






*****
지금이 어떤 때인가?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땅 문제로 시끄럽고, 나라 재산 팔아 먹어 자기 재산 불리려는 생각으로 골몰하고..
주가 조작에 사기를 일삼았다는 혐의를 받고 있으며, 그 친척이며 측근이 온통 비리로 얼룩져 있는 판국이다.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비리는, 통제된 언론 환경 속에서도 봇물처럼 터져 나온다.


그 뿐인가?
이 정권 초기부터 지금껏, 장관이며 청와대 수석 등 한 자리 해 먹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라.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080224500001 
환경부 장관으로 내정됐던 박 모씨는 부동산 투기 혐의를 받자, 순수하게 자연적인 땅 그 자체를 사랑했을 뿐이라 했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0&oid=003&aid=0001975249 
여성부 장관으로 내정됐던 이 모씨 역시 부동산 투기 혐의를 받자,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가 아니라고 판정되서 기쁜 마음에 샀다 했다.



그 외 일일히 다 세기도 어렵다.

더구나 이 사람들은 나중에 또 화려하게 부활한다. 참 MB의 자기 사람 사랑은 대단하다.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0078 



지난 정부에서는 논문 표절[각주:2]만 해도 낙마 사유가 되더니, 이번 정권에서는 논문 표절은 아예 검증 대상도 되지 않는다.
부동산 투기, 병역비리[각주:3], 세금 포탈 정도는 기본으로 하고 적어도 네 다섯개의 불법 협의는 있어야 장관 하마평에 오를 수 있을 정도다.






******
그런데 다르다.
문재인은 달랐다.

그의 여러가지 에피소드 중 가장 감명 깊었던 것은 단연 '청약 저축 통장'과 관련한 일화였다.

청약 저축 통장 사건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자면 이렇다.

이것은 그가 인권변호사 하던 시절의 얘기다.
변호사긴 해도 수입이 변변찮다보니 자기 집이지만 그리 좋은 집에 살고 있지는 못 했던가보다.
그러던 중 그의 아내라 가입한 청약 저축 통장을 보고 문재인이 노발대발 하며 당장 해약하라고 했다고 한다.
그래도 우리는 집이 있잖느냐고, 청약 저축 통장은 집이 없는 사람을 위한 것이라고.
혜택을 봐야 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고 말이다.


눈물이 핑 돌았다.
너무나 당연한 건데..
이게 정의고 상식인데..
너무나 당연한 얘기를 듣고 눈물이 다 났다.

사실 청약통장이 어떤 것인가?
집 없는 사람들 집 살 때 인센티브를 주려고 만든 것 아닌가?
저축률도 높이고, 건설 자금 안정화도 꾀하고 뭐 그 외 여러가지 목적이 있지만..
가장 큰 목적은 역시 무주택 서민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부의 대물림 용도로 쓰이거나, 재테크라는 이름을 덧씌운 부동산 투기용으로 쓰이고 있다.
당장 권력자나 부자 아니더라도, 뻔히 집 있는 사람들이 가족 명의로 청약통장 만들어서 부동산 투기에 동참하곤 하는게 이 나라 현실이다.
저축 좀 하며 산다, 하는 사람 중에 여기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 거의 없을 것이다.[각주:4]

한마디로 본래 목적과는 아무 관계 없이.. 
청약 저축을 통한 재태크[각주:5]는 그냥 상식 같은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은 다르다.
그가 살아 온 방식은 그렇지 않다.








*******
살면서 들었던 많은 얘기 중 하나는, '네가 뭐 대단한 사람이라고?' 였다.
네가 뭐 그리 도덕적이어서 남들 다 하는 것 안 하려고 하고, 남들 다 하는 것 가지고 부끄러워 하느냐 이거였다.
사람 사는 거 결국 다 똑같다고, 그러니 남들처럼 안 하면 뒤처지고 낙오할 뿐이라며 말이다.
결국 우리는 그렇게 세상이 길들여지고, 적당히 타협하면서 살아 간다.
문득 예전 생각이 나 부끄러워지더라도, '나도 사람인데 어쩔 수 없어' 하며 그렇게 넘기며 살아 간다.
남들 다 그러는데 나라고 별 수 있냐며 말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는 걸 보여 준 사람이 여기 있다.

지난 2010년, 우리 사회에 '정의란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이 강타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후에야 나는 그 대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은 말도 아니고, 글도 아니다.
삶이다.
행동이다.

문재인의 삶이 바로 정의다.
이는 그의 정적들이 결코 가지지 못한 강력한 무기다.

다른 여러 에피소드들이 있지만, 이 하나로 족하다.
이제 나는 문재인을 지지한다고 힘주어 말할 수 있다.

비록 그는 아직도 직접 대권을 쥐는 것이 아니라, 정권 교체의 밀알로 쓰임을 원하는 것 같지만..
지지자들의 힘으로 그를 대권위로 올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문재인 프로필 - 출처 naver
 

 출생  1953.01.24
 나이  만 59세
 성별  남성
 별자리  물병자리
   용띠(포털에는 뱀띠로 나옴)
 혈액형  B형
 소속  사람사는 세상 노무현재단, 혁신과통합, 민주통합당
 종교  천주교




  1. 정확한 워딩은 기억나지 않는다. [본문으로]
  2. 엄격하게 자기가 쓴 논문 일부를 다른 논문에 베껴도 표절이다. [본문으로]
  3. 본인이든, 자식이든 [본문으로]
  4. 저축 좀 하며 살지 못한다는게 이렇게 자랑스러울 때가 있었나? 물론 지독한 역설이다. [본문으로]
  5. 부동산 투기라고 읽는다. [본문으로]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Posted by Kunner

댓글을 달아 주세요

Letter from Kunner2011.05.23 23:14

가끔 그 날 아침이 떠오른다.

잠에서 덜 깬 눈으로 컴퓨터를 켜고 뉴스를 보고 있었다.

盧 전 대통령 위독하다는 뉴스 기사가 눈에 띄었는데, 나는 당연히 노태우 얘기인 줄 알았다.
노태우야 워낙 몇해 전부터 오락가락 하고 있었으니..
그 병상에 누워 있는데도 재산 갖고 분탕질을 했다는 기사 까지 떴었지.

그렇게 별거 아니라 생각했는데, 봉하마을에서 투신했다는 뉴스 제목을 보고 순간 심장이 멎어 버리는 줄 알았다.

잠이 다 깨고..
혹시 꿈이 아닌가 싶었다.

그 다음부터는.. 모두가 익히 아는 이야기들이다.
다시 꺼내 주억여봐야 아무 의미도 없는..


DSLR-A900 | Pattern | 1/2000sec | F/1.8 | 0.00 EV | 135.0mm | ISO-200




오늘 기일을 맞아 여기저기에 노란 풍선과 만장들로 차려진 분향소가 마련되었다.

국화를 제단에 올리고 향을 피웠다.
속상하게도.. 불을 붙이다 향이 반으로 부러졌다.
참관하시는 분이 '그냥 하세요' 하는 바람에 반으로 부러진 향을 그냥 올렸다.

속상하다.


DSLR-A900 | Pattern | 1/80sec | F/5.6 | +0.30 EV | 60.0mm | ISO-1000




'오월은 노무현입니다.' 하는 슬로건이 눈에 들어온다.
나는 원래 저 슬로건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속상하다.
속상하다.. 그냥 나는 속이 상했다.



속상하다. 그가 없음이...


DSLR-A900 | Pattern | 1/1600sec | F/1.8 | 0.00 EV | 135.0mm | ISO-200


신고

'Letter from Kunn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더 높은 곳을 향하여  (2) 2011.06.21
결심  (0) 2011.06.05
5월 23일.  (2) 2011.05.23
파고다 외근 ing~  (0) 2011.05.17
불안  (2) 2011.05.09
예비군 훈련 6년차  (0) 2011.05.02
Posted by Kunner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

    전기의 신 토우가 드뎌 왔다....
    ㅠ.ㅠ 아아 기쁨도 잠시....
    해야할 일들이 태산 같구나.
    학교 서류 준비에... 내일 레슨 준비, 목요일엔 이론,청음시험, 다음주에 프리젠 테이션 연주, 그담주엔 시험 또 그다음주에 시험...
    할 일이 태산인데... 과제도 많고.. 준비는 잘안되고 진짜 숨막히는군하.... ㅠ,ㅠ
    영어공부는 뒷전이고, 당장 닥쳐진 일들 처리만으로도 숨막혀..
    벌써 한명은 포기하고 귀국행.. ㄷㄷ
    시험보러 온 애들도 시험보기도 전에 포기하고 귀국..
    참 재밌는 일들이 많구만...

    오늘이 그분 기일이구만...
    참 안타까우이....
    오랫동안 여운이 가시지 않을것 같다...

    2011.05.24 07:28 신고 [ ADDR : EDIT/ DEL : REPLY ]
    • 흐.. 먼저 전기 다시 들어온거 축하. 주인한테 성질 좀 내줘. 미친 것들 같으니..

      슬슬 시험이 가까워오니.. 정말 긴장되겠다. 난 졸업시험이 있는 것도 아닌데도 기분이 착잡하고 그러는데.. 시험 앞두고 있으니 형은 더 그렇겠어. 그래도 다 잘 될거야. 힘내자구!

      일단 8월 초 쯤에 비행기표 구해놓아야겠구만? ㅎㅎ

      이래저래 복잡한 일도 많고, 내일이 불안해서 답답하기도 하고, 기분 좋은 소식보다 울컥하는 소식이 더 많은 요즘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하루 하루.. 쥐어르신 감방 갈 날이 가까오니 참아야지. ㅋㅋ

      2011.05.24 21:47 신고 [ ADDR : EDIT/ DEL ]


3시 수업이 휴강이라 인사동에 다녀왔다.

도비님을 만나서 같이 보려고 했으나, 시간이 안 맞아서 잠깐 인사만 드렸다.
인사한다고 잠시 나오신 현주누님과 같이 사진을 관람하고 나왔다.


DSLR-A900 | Pattern | 1/2000sec | F/2.8 | 0.00 EV | 24.0mm | ISO-200


처음 사진 전시회를 할 때는.. 
약간은 경건한 느낌으로 가야 하나 싶기도 했다.
하지만 노란 풍선처럼 즐거운 축제여야한다 싶었다.
벌써 2년, 이제는 그렇게 놓아 드려야 하고 그를 생각하면 기쁘고 즐거워야한다, 싶었다.


하지만 노란 풍선을 보기만 해도 울컥 거리는 걸 보면..
나는 아직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같다.

사람들 많은데 유난 떨고 싶지 않으므로, 고개를 돌려 꾹 참는다.



내가 도착하기 얼마 전까지 권양숙 여사께서 있다 가셨단다.
어차피 그를 본다고 뭐 달라질 것도 아니고, 그가 나를 알아 볼 것도 아니지만..
어쩐지 아쉬웠다.



서울미술관이란 곳은 처음이다.
하긴, 나란 놈이 워낙 미술 같은 고상한 취미와는 거리가 멀다보니, 미술관을 가 본게 얼마나 되는지 손 꼽기도 어렵다.

그런데 참.. 뭔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한 나라의 대통령까지 지내신 분 추모 전시회를 하는데..
이렇게 작고 초라한 미술관이라니.

분명 서울 한복판이긴 하지만.. 어쩐지 급이 안 맞는 느낌이다.
또 한번 굉장히 속이 상한다.

혹시라도 오해 없기를..
이런 불만은 이렇게 자리를 마련하고, 또 와서 봉사해주시는 분들께 드리는 것이 아니다. 결코 아니다.
돕지 못하는 내가 한스러울 뿐이다. 

입구를 돌아 들어가니 입장료를 자발적으로 내는 함이 있다.
이미 연극 '아큐'에서 접해 봤던 방식이라 낯설지 않았다.
지갑을 열어 보니 아뿔싸.. 만원 짜리가 하나 밖에 없다.
만원짜리 하나를 넣고 죄스러운 마음에 얼른 돌아선다.


DSLR-A900 | Pattern | 1/30sec | F/8.0 | 0.00 EV | 24.0mm | ISO-640


봉사 하시는 분께 사진 촬영이 가능하냐고 여쭈니 방긋 웃으시며 가능하다신다.
거리낌 없이 카메라를 들 수 있다.
너무 좋구나.. ^^

어두운 실내지만 화밸 같은 걸 안 맞추는게 더 자연스러워 보인다.
실제 분위기랑 비슷하게..

입구에서 코너를 돌아서니 한반도와 노무현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져 있다.
보자마자 또 울컥, 한다.
황급히 다음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DSLR-A900 | Pattern | 1/10sec | F/4.0 | 0.00 EV | 24.0mm | ISO-800

DSLR-A900 | Pattern | 1/20sec | F/4.0 | 0.00 EV | 24.0mm | ISO-800

DSLR-A900 | Center-weighted average | 1/25sec | F/4.0 | 0.00 EV | 24.0mm | ISO-800

DSLR-A900 | Center-weighted average | 1/20sec | F/4.0 | 0.00 EV | 24.0mm | ISO-800


그 분의 일대기가 적혀 있는 홀을 지난다.
눈에 띄는대로 셔터를 눌러 본다.

첫 장면에서는 이승만 생일 기념 글짓기 때의 반항 선동 이야기와 사시에 합격한 이야기가 특히 눈에 띈다.
상고 출신이라고 그를 무시하던 그 많은 사람들..
그대들 같은 속물들이 왜 사시 출신이라는 데는 경의를 표하지 않는가?
어차피 너희들의 잣대란 그런 것에 불과한데 거기에 열을 내는 나도 참.. 아직 멀었다.

두번째 장에서 원칙과 소신이라는 글귀가 한참 눈에 머문다.
결국 그 원칙과 소신이 그를 비극으로 몰아갔나 하는 생각도 들고..
머리로는 어느 정도 정리가 된 얘기지만.. 어쩐지 감정으로는 아직도 정리가 안 된 이야기들이 너무 많다.

귀향과 서거.
앞에서 관람하던 두 연인이 말했다.

"여기 의미 심장한 문구가 있어."

검찰에 출두하다.
서거하다.


더 보태지도 않은 그 말들에는 섬뜩함마저 묻어난다.
결코 풀 수 없을 그 응어리가 느껴진다.

최근 검찰 개혁의 방향과 정도를 놓고 말이 많다.
검찰 개혁을 반대하는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그 검찰의 날 선 칼이 자신을 향해 겨누어 지면 어떨까? 그때도 검찰 개혁에 반대할 수 있을까?
정당한 법 집행에 대해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잘못된 방법에 의해 부당한 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 것인가를 논하자는 지극히 민주적인 이야기인 것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권력이란 법에 의해 정당성을 부여 받는다.
같은 말로, 어떤 종류의 권력이든 초법적인 것은 민주적 정당성을 갖지 못한다.


DSLR-A900 | Center-weighted average | 1/60sec | F/4.0 | 0.00 EV | 24.0mm | ISO-200


노란 방명록이 만장처럼 꾸며져 있다.
보자마자 눈에 눈물이 괸다.

주책이다.


DSLR-A900 | Center-weighted average | 1/30sec | F/4.0 | +0.30 EV | 24.0mm | ISO-500


많이 봤던 사진도 있고, 처음 보는 사진도 있다.
그 중에 내 눈을 사로잡은 사진은 이것이다.

부럽다.
이 사진을 찍은 사람이 너무나 부럽다.
너무 부러워서 한참을 그냥 멍하니 서 있었다.

그와 같은 공간에서 호흡하고, 그를 가장 멋스럽게 담아냈다는 것이 너무나 부러웠다.
또한 이렇게 완벽하게 사진을 컨트롤 하는 실력이 부러웠던 것도 당연하다.

이 멋진 사진을 내 카메라에 담기 위해 액자 앞에 서서 사진을 찍었다.
액자 유리로 내 모습이 비친다.

그는 떠나고, 저 사진 속 시간과 공간은 이미 없는 것이 되었지만..
이렇게 사진은 계속 남아서 내게, 또 누군가에게 깊은 감명을 주고 있다.
새삼.. 사진이 좋아진다.



DSLR-A900 | Center-weighted average | 1/30sec | F/4.0 | +0.70 EV | 24.0mm | ISO-250


노무현 대통령이 귀향해 손녀와 같이 타던 자전거가 전시되어 있다.

옆에서 관람하던 아주머니가 말한다.

"저 까만 봉지에 아이스크림 들었을거야. 저렇게 사는 양반을 왜..."

더 말을 잇지 못한다.
저렇게 사는 양반을 왜...
왜, 누가?

우리 모두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다.


같은 자전거를 살 생각 같은 건 없으므로 자전거의 브랜드는 보지 않았다.
(사실 나는 저렇게 바퀴 작은 자전거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마 이렇게 사진을 찍으라고 일부러 저렇게 배치해 놓은 것 같다.
전시자의 의도에 너무 정직하게 반응해 사진을 찍은 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창의성이 별로 없는지, 나는 이렇게 찍어 왔다.


DSLR-A900 | Center-weighted average | 1/60sec | F/4.0 | +0.70 EV | 24.0mm | ISO-200


조금 더 걸어 나가니 노무현 대통령의 도전과 실패의 기록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정치인이 되어 선거에 출마하고 당선하거나 낙선한(낙선이 더 많은) 기록들이..
그리고 그 유세 현장의 기록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하나씩 읽어 내리다, 문득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득 화가 불쑥 나는 것이었다.
왜인지는 말하지 않으리라..

그러다 앞에서 관람하고 있던 두 할아버지의 대화가 귀에 들어온다.


"참 좋은 얘기긴 한데.."

"좋기는? 진보라는 놈들 치고 말 못하는 놈 봤어?"



순간 눈이 뒤집힐 뻔 했다.
쫓아가서 맞대거리를 하고 싶었다.

그따위 마음씀으로 여긴 왜 왔느냐고 따져 묻고 싶었다.
그리고 또 묻고 싶었다.

그럼 너희들이 말하는 자칭 보수라는 것들 중에 깨끗한 놈 하나 있느냐고.

그래, 너희 말대로 이 땅의 진보가 악이라 하자.
그런데 지금 너희가 하는 꼴은 최악을 지지하면서 차악을 두고 뭐라 하는 꼴이다.
그야말로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나무라는 꼴이다.
그것도 온몸에 똥 안 묻은 곳을 찾기 힘든 주제에 말이다.

제발 현실에 눈을 뜨라.
제발...


DSLR-A900 | Center-weighted average | 1/30sec | F/4.0 | +0.70 EV | 24.0mm | ISO-250


관람자들이 사진을 찍을 수 있도록 트릭아트가 몇개 배치되어 있다.
당신 살아 계실 때 왜 한번 안 가 봤을까 후회가 된다.
이렇게 술 한잔 따라드렸어야 했는데 말이다.

고백하자면, 내가 김해에 내려갔을 때는 이미 검찰의 수사가 전방위로 그를 압박하고 있을 때였다.
칩거한 채 더 이상 손님을 받지 않는 때였기 때문에 나는 가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그 핑계로, 그의 서거일에야 그를 찾게 되었다.
만시지탄.


DSLR-A900 | Center-weighted average | 1/30sec | F/4.0 | +0.30 EV | 24.0mm | ISO-400


사람들의 염원이 담겨 있다.
그는 죽었다.
그리고 또 살아있다.

하지만 나는 저기에 아무 말도 쓸 수 없었다.
나는 아직 그를 보내는 일이 쉽지 않다.


DSLR-A900 | Center-weighted average | 1/30sec | F/4.0 | +0.30 EV | 24.0mm | ISO-250


지난 '아큐' 공연에서 명계남씨가 쓴 같은 글귀의 글자를 받았었다.

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
어떤 역경이 있어도 결국은 간다.

역사는 나선형이긴 하지만 어쨌든 진보한다고, 헤겔은 말했다.
(헤겔은 보수화되었고, 타락했다. 그의 가설대로 역사의 발전이 나선형임을 몸소 보이기 위해서였을까.)

어쨌든.. 우리는 진보한다.
진보해야만 한다.

신분의 제약이 개인의 삶을 규정하는 것을 전근대적이라 하고,
그 제약으로부터 개인을 해방한 것이 근대화라 한다면 
그리고 이렇게 근대화 하는 것이 진보라 한다면..

우리는 진보해야만 한다.
진보란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가치여야 한다.


DSLR-A900 | Spot | 1/200sec | F/2.8 | 0.00 EV | 24.0mm | ISO-200


89년 즈음의 노무현 대통령 명함을 나눠주길래 두 장 받아 왔다.
아직 그의 존재 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던 초등학교 때의 일이다.
저 때 막 안희정이나 이광재 같은 사람들을 만났겠지?

부럽다.

...

나는 정말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

이렇게 살아도 좋은 걸까?



그를 떠올리게 되는 날이면 늘 같은 기분이다.
몹시 우울하고 슬프다.

휴..

나는 아직 그를 보내지 못했다. 
신고

'쉼을 위한 이야기 >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화성 월문온천  (0) 2011.08.11
8월 5일 속리산 종주기.  (0) 2011.08.11
노무현 2주기 추모 사진 전시회  (0) 2011.05.18
한택식물원  (0) 2011.05.10
어버이날 맞이 나들이  (0) 2011.05.10
스타얼라이언스 세계일주 마일리지  (0) 2011.02.05
Posted by Kunner

댓글을 달아 주세요





조선 건국 이래로 600년동안 우리는 권력에 맞서서 권력을 한번도 맛보지 못했고.
비록 그것이 정의라 할지라도, 비록 그것이 진리라 할지라도..
권력이 싫어하는 말을 했던 사람은, 또는 진리를 내세워서 권력에 저항했던 사람들은 전부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 자손들까지 멸문지화를 당했습니다. 패가망신을 당했습니다.

600년동안 한국에서 부귀영화를 누리고자 하는 사람은 모두 권력에 줄을 서서 손바닥을 비비고 머리를 조아려야 했습니다.
그저 밥이나 먹고 살고 싶으면 세상에서 어떤 부정이 저질러져도, 어떤 불의가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어도..
강자가 부당하게 약자를 짓밟고 있어도 모른척 하고 고개 숙이고 외면해야 했습니다.

눈 감고 귀를 막고 비굴하게 사는 사람만이 목숨을 부지하고 밥이나 먹고 살 수 있었던 우리 600년의 역사.

제 어머니가 제게 남겨 주었던 제 가훈은
"
야 이놈아, 모난 돌이 정 맞는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바람 부는대로 물결 치는대로 눈치 보면서 살아라.
"

80년대에 시위하다가 감옥 간 우리의 정의롭고 혈기 넘치는 우리 젊은 아이들에게 그 어머니들이 간곡히 간곡히 타일렀던 그들의 가훈 역시
"
야 이놈아,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그만 둬라. 너는 뒤로 빠져라.
"

이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 했던 우리 600년의 역사 - 이 역사를 청산해야 합니다.

권력에 맞서 당당하게 권력을 한번 쟁취하는 역사가 이뤄져야만이 이제 비로소 우리의 젊은이들이 떳떳하게 정의를 얘기할 수 있고 떳떳하게 불의에 맞설 수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이것입니다.


아빠와 정치를 논하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이 연설이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아빠는 줄곧 세상에 순응하고 살아야 한다고 말했다.
누군들 생각할 줄 몰라서 그러느냐고. 결국은 먹고 사는게 제일 중요하지 불만만 많아봐야 다 쓸데 없는 거라고.

나는 피를 토하듯 말했다.

그게 삶이고, 그게 세상이고.
그게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라면 - 그게 철듦이라면.
과연 그 철듦 - 꼭 해야하느냐고.

"
그때는 어쩔 수 없었다.
그게 삶이다.
"


그렇게만 말하면.. 과연 우리 세대에게, 또 우리가 그 아래 세대에게..
어떻게 정의를 가르칠 수 있단 말인가?



당신은 그렇게 가시면 안 됐습니다...
신고
Posted by Kunner

댓글을 달아 주세요





무엇이 더 소중한지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아는 것을 행하는 신념과 확신이 필요했다.

그것이 우리와 브라질의 차이를 만들어 버렸다.
신고
Posted by Kunner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