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잡초의 꿈
    Letter from Kunner 2012. 7. 25. 01:16

     

     

    *

    그의 말대로, 나는 잡초였다.

     

    황무지에 제멋대로 핀, 그런 잡초였다.

    돌봐주는 사람 하나 없어도 근성으로, 제멋대로 살아 온 나는 - 그래, 잡초였다.

     

    누가 뿌린 지도 모른 씨에 흩어 날려와

    비가 오면 맞고, 바람이 불면 눕고..

    누렇게 뜬 잎으로도 끈질기게 살아남은 잡초.

    한 겨울의 눈 속에도 어떻게든 살아내는 질긴 잡초였다.

     

    하지만 겨울 찬 바람에 잔뜩 움추려 있을때조차 곧 따뜻한 봄이 올거라 믿었다.

    그래, 잡초란 원래 그렇다.

     

     

    **

    그는 내게 더 큰 세상을 보여 주고 싶다 말했다.

     

    처음이다.

    그래서 잡초는 두렵다.

     

    늘 동경하던 새로운 세상, 더 큰 세상..

    어쩌면 그게 손에 잡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 순간, 잡초는 두려워한다.

     

    혹시라도 뽑혀 나갈까, 최대한 옆으로 뻗은 뿌리가 거추장스럽게 느껴지는 밤이다.

     

     

    'Letter from Kunn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불만족  (0) 2012.09.02
    사라지는 모든 것들  (0) 2012.09.02
    늦음 밤, 자책  (0) 2012.07.25
    회상  (0) 2012.07.15
    Bye  (0) 2012.07.08

    댓글

Kunner.com since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