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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산성 세마대 우중산보
    쉼을 위한 이야기/사진 2011. 7. 27. 01:05

    오늘 쯤엔 등산을 좀 해야겠다 싶었다.
    이제 시험도 끝났고, 미뤄뒀던 여행을 시작해야겠지.

    아침엔 날씨가 그런대로 괜찮더니 낮 들어 비가 올 듯 하늘이 잔뜩 흐리다.
    뭐든 부지런해야 하는데..
    이리저리 하다보니 어느 덧 두시.
    광교산이나 수리산 같은 데를 갈까 했었는데, 이도저도 아닌 시간이 되어 버린 것이다.


    전에 올라가다 말고 돌아 왔던 집 앞 세마대나 가봐야겠다 싶어 길을 나섰다.
    세마대는 옛 독산성터에 있는 누각으로, 임진왜란 때 권율이 가토 기요마사를 맞아 싸우던 전장이다.
    씻을 세(洗), 말 마(馬)로 말을 씻는다는 이름은 이때의 일화에서 따왔다고 한다. 
    역사가 살아 숨쉬는 곳 - 좋구나. 

    세마대 주차장까지는 집에서 채 몇 km 되지 않는다.
    융건릉도 그렇고, 가까운 곳에 이런 저런 가 볼 곳이 많아서 참 좋다.

    내려서 조금 올라가다보니 하늘에서 우르릉 쿵쾅 하며 천둥이 친다.
    비가 심하게 내릴 것 같은데.. 하고 걱정했지만 좀 맞으면 어떠랴 하며 올라갔다.

    오르는 길에 참나리를 많이 만났다.
    담다에도 참나리가 한창이던데.. ㅎㅎ
    찍고 나서 보니 왼쪽의 꽃은 이미 시들어 있었다.
    꽃이 저 멀리 있고, 망원렌즈는 없고.. 일단 할 수 있는 한 당겨 찍고 크롭해 버렸다. 캐스퍼가 그립다.



    지난 번에 코 앞까지 왔다가 옥녀사의 저질 체력으로 인해 도로 내려가야만 했었던 세마대 정상.
    올라서서 보니 탁 트인 전망이 참 좋다.
    하늘이 잔뜩 지뿌린 탓에 좀 아쉽긴 하지만, 대신 시원한 바람이 불어 무척 상쾌했다. 



    세마대 정상. 꽤나 장관이었다. 
    역시나 뿌옇게 흐려진 탓에 사진이 좀 아쉽긴 하다.
    라룸으로 암부를 좀 끌어 올려 봤다. 그라데이션 필터 따위.. 훗.

    나중에 날 좋을 때.. 밤에 와서 한 50mm 정도로 야경을 찍으면 나름 괜찮을 것 같다.



    오랜만에 보는 강아지풀이다.
    사실 강아지풀은 지천에 깔렸으니 그간 못 봤을리가 없다.
    인지하지 못했을 뿐. 사물은 인지하는 범위 내에서만 존재하는 법이다.
    슬픈 일이다.



    바람에 눕는 풀을 찍고 싶었다.
    하지만 말 참 안 듣는 바람.

    찍을라치면 바람이 멎고, 다시 움직이면 세차게 불어댄다.
    결국 좋은 장면 다 놓치고 풀 몇 포기 없는 데서야 셔터를 누를 수 있었다.
    사진을 찍지 않는 사람과 함께 가면, 사진 찍느라 계속 시간을 들이는 게 미안해서 빨리 이동해야 하는게 좀 아쉽다.



    독산성터다. 별로 높진 않지만 꽤 험준해서 임진왜란 때 적을 막아낼 수 있었나보다.
    문화재면서도 권위적이거나 하지 않고 소탈한 모습으로 복원이 되어 있다.
    사람이 많이 오지 않는 덕분에 이렇게 잘 관리되는 거겠지. 성곽의 끝 부분에서 내려다 보이는 경치가 참 볼만하다.



    개망초가 지천에 깔려 있다.
    정말 이 녀석들의 생명력에는 감탄할 수 밖에 없다. 



    소박한 성터를 따라 올라 가고 있다.
    불어 오는 바람이 참 시원하다.



    정상에도 나리꽃이 한창이다.
    역시나 손 닿는 곳에는 피어 있지 않아서 멀리 있는 걸 최대한 당겨 찍고 크롭.
    화소가 깡패니 감사할 뿐이다. 



    가까이 보이는 아파트는 오산, 멀리 보이는 것은 동탄이다.
    날씨가 그래서인지 더 아스라이 보인다. 



    천둥이 요란하게 한참을 치더니 결국 비가 후두둑 오기 시작한다.
    다행히 얼마 안 가 그치길래 서둘러 산을 내려왔다.  
    비까지 내리고 나니 더 어두워져서 셔속 확보가 어렵다. 그저 빗방울 맺힌 걸 찍은 걸로 만족하는 수 밖에.
    이렇게 가끔 스트로보가 땡길 때가 있다. 



    집에 다 도착해서 보니 폭우가 내리기 시작한다.
    조금만 늦었어도 저 비를 홀딱 다 맞았을 걸 생각하니 모골이 송연해진다.
    나의 구백이는 방습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런 비를 맞으면 곧 사망인 탓이다. ㅠㅠ

    니콘으로 기변을 해야 하는 걸까.
    응? ㅎㅎ



    터무니 없이 낮긴 하지만 간만에 산에 올라 녹색을 실컷 보고 나니..
    더욱 산이 그립다.

    시험 보고 나면 등산도 하고 하자, 했는데 자꾸 비가 와서 속상하다.
    얼른 비가 그치고.. 이 아까운 여름, 이 아까운 휴가를 알차게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쉬기 시작한 지 이제 한달 여.
    시험이 바로 며칠 전에 끝났을 뿐이지만, 어쩐지 이렇게 시간이 가는게 참 아쉽고 속상하고 한심하고 그렇다.

    조급증이 한창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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