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을 위한 이야기/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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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적인 그녀
요즘 날씨가 정말 추워. 보일러를 틀어 놓고 이불 속에 들어가 박힌 채로 몇시간을 보냈어. 눈이 좀 아픈데, 잠을 좀 자 볼까 어쩔까 하다가.. 낮잠을 잤다가는 밤에 잠 안 와 고생일까봐 밀려 오는 잠을 내몰고 간만에 TV를 켰어. 워낙 잘 보지 않는 TV. 볼만한 채널도 없고 해서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 케이블 TV에서 해 주는 엽기적인 그녀를 봤지. 뭐, 워낙 유명한 영화인데다가.. 어찌어찌 하다보니 몇번은 보게 된 영화라 또 볼 필요 없었는데.. 다른 채널이 탐탁찮기도 했고, 본 영화 또 보기는 이미 숙달이 되어서 말야. 다행히(?) 시작한지 얼마 안 됐더라고. 사실 이미 다 본 영화, 다음 장면까지 예측해 낼 정도로 외우다 시피 한 영화 시작부 부터 본다고 뭐가 다행이겠느냐마는.. 그런데, 갑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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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운명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지 않아?
"불초자 열혈남아". 여명과 오천련이 주연으로 나오고, 조연으로 조맹달이 나오는.. 홍콩영화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영화 만큼은 유달리 감동이었어. 이젠 시간이 지나 많이 잊혀졌지만, 좋았던 영화 목록 한켠 자리할 정도는 충분하지. 뭐, 나와 같이 영화를 보던 사람들 중 나처럼 열광하던 사람은 하나도 없었지만 말야. 하하.. 10년 전, 그래.. 정말 10년이나 흘러 버렸구나. 참 괜찮게 보던 영화였는데 말야. 꽤 오랜동안 그 영화를 잊고 살았는데.. 문득 그 영화의 대사가 떠올랐어. " 지금 그 문을 통해 나가면, 당신이 있던 곳으로 갈 수 있어. 하지만, 나와 함께 간다면 우리는 새로운 운명을 맞게 될 거야. 그 운명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지 않아? " 10년이나 된 영화 속 대사. 그나마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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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맨, 그 위대한 가족 이야기.
가족애. 이미 식상할 대로 식상해져 버린 소재더라도, 내게는 늘 부족했던 것이기에, 나는 "가족애"를 다룬 영화에, 내 가족에. 언제든 눈물을 흘릴 준비가 되어 있다. 가족과 떨어질까 두려워하는 아들에게 그는 약속한다. 어떤 상황이 온다 하더라도, 너를 어디에도 보내지 않겠노라고. 극도의 곤궁한 삶을 이기지 못하고 세 아이들을 친척에게 맡긴 아내에게 그는 말했다. 우리가 함께 있을 수 없다면 그 어떤 것도 의미가 없다고 말이다. 가족이란 그런 것이다. 편의에 따라 모였다 흩어질 수 있는 관계가 아닌 것이다. 우리는 함께여야만 하고, 함께일 때만 가족이다. 그래, 정말로 가족이란 그래야만 하는 것이다. 브래독이 찬란한 승리자의 모습이건 초라하고 처절한 패배자이 모습이건. 늘 그를 믿어 주고 변함없는 사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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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 빠지다.
* 하루 종일 일한답시고 자리에 앉아 있는데.. 정작 일은 조금도 하지 못하고 내내 다른 것만 하고 있어. 영화를 한편 보고, 친구들의 성화로 게임을 좀 하기도 하고.. 웹서핑 삼매에 빠져 있다가.. 이번엔 드라마 재방송까지 봐주고.. ** 원래 TV를 잘 보지 않아.. 드라마를 볼 일이 없는데.. 아주 가끔씩, 이렇게 열심히 보는 드라마가 생겨. 그나마도 정규방송 시간을 기억하지 못하는 바람에 늘 인터넷에서 다운 받아 보는 편이지만.. 예전에 네멋대로 해라를 그렇게 봤고, 옥탑방 고양이, 파리의 연인 같은 걸 그렇게 봤던 것 같아. 그리고 지금은 이별대세 라고..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라는 이름의 드라마를 열심내 보고 있지. 언젠가 밥을 먹으며 채널을 돌리다 발견한 드라마인데.. 심지호던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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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컨핸드 라이온스.
얼마 전, 롯데 회장이 주말 저녁 롯데 시네마를 통째로 전세내서 봤다 해서 물의를 빚었던 일이 있었다. 그 회장의 황제경영에 대한 비난이 주를 이루었었지 아마. 하지만 난 그에 대해선 그닥 관심이 없었고, 그가 봤다는 영화 "세컨핸드 라이온스"에 대해 궁금했다. 대체 어떤 영화이기에 혼자 보고 싶었을까. 바쁘디 바쁠 대기업 회장이란 사람이 주말 황금시간에 고객을 내쫓는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보고 싶어 했던 그 영화가 궁금했다. 그리고, 결국 와레즈에서 다운 받아 영화를 봤다. 극장에 왜 가지 않느냐 묻는 건 무시해 버릴란다. 결론부터 말하면 영화는 참 좋더라. 유치할 때도, 엉성할 때도.. 때론 우스꽝 스럽기도 하지만. 그래, 난 이런 잔잔한 영화가 좋다. 메시지가 극렬한 건 내내 마찬가지더라도, 그게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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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stain
오랜만 - 아니, 이번 주 초에 영화를 봤으니 그리 오랜만도 아니네. 하지만 요 며칠 집에서 한가로이 있을 새가 없었거든.. 덕분에 참 오래간만에 영화를 보고 있다는 착각을 하고 있어. 오늘도 저녁때가 다 되서야 집에 와서 컴퓨터 고치느라 낑낑대다 새벽을 넘겨 영화를 보기 시작했지. 전에 다운 받아 놓고, 봐야지.. 봐야지 하며 별러 오던 빅 피쉬 - Big Fish 를 시작으로, 지금 막 휴먼스테인 - Humanstain을 끝냈어. 빅 피쉬는, 팀버튼의 영화 답게 유쾌한.. 아니 좀 심할 때는 어이없는 웃음을 짓게 만드는 그런 영화였어. 역시나, 팀버튼의 영화답게 그 사이사이에 뭔가 메시지를 심어 둔 흔적이 역력하던걸. “금붕어는 좁은 어항 속에서 기를 때는 조그만 채로 더 이상 자라지 않지만,더 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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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사이클 다이어리
오늘, 본의 아니게 회사를 일찍 마치고 집에 들어 와서는..갑작스레 닥친 자유의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고민하다가, 그간 미루고 미뤘던 영화를 보는데 쓰기로 했어."모터사이클 다이어리"영화라기 보단 일종의 다큐멘터리 같은 이 영화는 라틴 아메리카 혁명의 전설적인 지도자, 체 게바라의 여행기를 담고 있어.영화는 참 밋밋하다 싶을 정도로 흘러가지.게바라와 알베스토의 여행에선 간간히 익살스런 장면도 나오지만 그 역시 그저 살포시 웃게 되는 정도고..내게 있어 이 영화는 크게 두 줄기로 다가왔어.하나는 물론 체 게바라의 각성 과정.영화의 그 밋밋한 흐름 내내 일관성 있게 보여 주는 것은,당시 라틴 아메리카의 하층민들의 삶이었던 듯 해.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들 중 하나는 알베스토가 오토바이를 잃고 도보로 여행하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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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은 부모가 늙는 걸 받아 들이지 못하죠.
영화 관련 정보를 좀 보려고 뉴스를 뒤적이다가.. 무심코 읽게 된 기사야. 처음엔 신작 영화인가 보다 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알고 보니 1989년작의 리뷰더군. 영화를 아직 보지 못했지만, 꼭 한번 보고 싶단 생각이 든다. 글의 말미에 가서.. 울컥.. 눈물 나게 만든 좋은 글이야... 한번 읽어 보고, 가족, 아버지, 어머니에 대해 생각해 봤으면... ----------------------------------------------------------------------------------- 아침에 눈을 뜨면 상냥한 아침 인사와 함께 먹어야 할 약과 물 컵이 머리맡에 놓이고, 옆에는 오늘 입어야 할 속옷·양말·바지·스웨터 가 순서대로 죽 정리돼 있다. 식탁에 앉아 빵을 집어 들면 빼앗아가 버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