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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태평양 건너, 그 아이가 왔다.
    쉼을 위한 이야기/사진 2011. 4. 15. 23:44

    #1 지름신이 발동하다

    지난 주 토요일 소모임 사람들이랑 수목원 출사를 갔다가..
    저녁을 먹으면서 라군의 렌즈를 보았다.

    몇달전에 별군이가 장터에 올려 놓았던 그 렌즈였다.
    사실 나도 관심을 가지던 렌즈였는데, 망설이다 보니 이미 팔리고 없던..
    알고보니 라군이가 샀던가보다.
    렌즈 표면을 사포로 벗겨놓은 탓에 금방 알아 볼 수 있었다.

    한번 써 보자, 하고 마운트해서 이리저리 찍어 봤는데..
    가볍고 싸고, 화질도 몹시 괜찮은 것이.. 꽤 좋더라.
    맘 같아선 나한테 팔아라, 하고 싶었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불발.
    휴.. 당연하게도 지름신이 찾아와 버렸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중고장터를 이잡듯 뒤지고 구매 요청 게시글도 올렸다.
    자꾸 렌즈를 사들이는게 바보같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ㅅ-;
    그리고 칼이사 대체용으로 --;;


    #2 이베이야, 안녕?

    자고 일어난 다음 날 확인해보니..
    내 구매 요청 글에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하긴.. 그동안 장터에서 이 렌즈 매물을 거의 본 적이 없었던걸 감안하면..
    이렇게 해선 언제고 살 수가 없을거다. 워낙 rare 한 녀석이니..

    다른 방법이 없을까 생각하다, 문득 이베이가 생각났다.
    예전에 형이 그렇게 마우스피스를 많이 구했었지.

    바로 이베이에 접속해 검색을 해보니.. 거짓말처럼 매물이 딱 하나 있었다.

    어머.. 이건 사야해.

    렌즈를 검색한 후 Paypal에서 카드 결제 알림 문자가 오기까지.. 한 오분이나 지났을까?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단호하고 과감하게.. 질렀다. -ㅅ-;;;

    하루라도 빨리 오라고 배송은 특급으로.
    배송기간이 5일 차이 나는데 금액은 7$ 차이. 이 정도면 투자해 줄 만하지.



    #3 식이사, 태평양을 건너다.

    내 맘대로 식이사라 부른다.
    그렇다, 칼이사를 빗댄 별명이다. 깔군이 말대로 몹시 짭스럽다. -ㅅ-;
    칼이사는 비싸서 못 사니.. 이런 식으로라도 해야지. -_-;;;

    나의 식이사는 오하이오주의 컬럼버스 시에 살고 있던 녀석이었다.
    녀석은 첫날, 박스에 담겨 일리노이의 시카고로 이동했다고 한다.
    그리고 둘째날, 비행기를 탔다.
    태평양을 건너는 거다. 나도 못해본 것을.. 부럽다. orz

    셋째날, 아무 변화도 없다.
    인터넷에 검색해 보니 시카고에서 우리나라까지 직항이 없어서 도쿄를 돌아 오다보니 13시간 정도 걸린다 한다.
    그런데 비행기 탔다고 한지 30시간이 넘게 지나도 아무런 변화가 없다.
    애가 타고 몸이 닳기 시작한다. 

    넷째날, 여전히 아무런 변화도 없다.
    특급 배송하면 영업일 기준 5일 이내에 온다고 했잖아 -_-;
    이래갖곤 특급배송을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그리고 다섯째날 - 바로 오늘이다.
    아침에 출근하면서 아퐁이로 들여다보니 헉.. 간밤에 도착해서 세관을 통과했다.
    그리고 오전엔 이미 행낭에 꾸려졌다는.. 



    오우 지쟈쓰~!
    특급배송 만세!! (ㅠ_ㅠ)//
    몸이 좀 안 좋아서 집에 일찍 들어왔는데, 와보니 우체국에서 소포 찾아가라고 메시지가 와 있었다.
    기쁜 맘에 아픈 것도 잊고 우체국으로 날아간다. 휭~



    #4 천신만고 끝의 조우

    녀석은 동탄의 우체국에 있었다.
    집 근처에도 우체국이 있긴 한데.. 물건은 우편 집중국에 가 있다고 한다.
    그래도 시골이라 멀진 않아. 집에서 한 5~6km 쯤?
    평소 10분이면 갈 거리를 퇴근 시간 러시아워에 묶여 30분이 넘게 걸렸다.
    그런데 너무 급하게 오느라 우편물 수취확인서와 신분증을 놓고 왔다.
    떼 쓴다고 될 일이 아니니.. 얼른 차를 다시 끌고 집에 다녀왔다.
    8시까지 한다는데.. 이미 시간은 7시 20분.
    잦은 네비게이션 조작과 직감에 의한 도로 우회, 신호위반 및 과속 -_-;
    별의 별 짓을 다해.. 결국 8시 5분 전에 도착해 물건을 수령했다.

    물론, 이렇게 안해도 내일 아침이면 집배원 아저씨가 친절하게 집에 가져다 주셨을 거다.
    하지만 그렇게하면 아저씨가 많이 귀찮을 것이 아닌가?
    이미 오늘도 헛걸음을 했는데 말이다. -ㅅ-;
    결코 나의 조급증이 극성인게 아니라, 오늘 헛걸음한 아저씨를 더 수고스럽게 하지 않기 위함일 뿐이다.

    응? ;;;



    #5 Hello, 식이사!

    뭐, 여튼 그렇게 물건을 수령했다.
    받아들자마자 기쁜 맘에 잽싸게 근처에 있는 커피숍으로 달려갔다.
    아 물론, 집에 가서 열어 봐도 아무 문제 없다.
    나는 그냥 커피가 마시고 싶었을 뿐이다.
    결코 내가.. 렌즈 개봉은 무조건 커피숍에서 한다거나 하는 된장기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다.





    이렇게 포장되어 왔다.
    특급 배송을 의미하는 express 마크가 선명하다.
    축복있으라, 특급배송이여! ㅠ_ㅠ




    열어보니 내용물은 이렇다.
    물 건너 온 스티로폼이긴 한데.. 별다를 건 없다.
    렌즈 박스 같은 건 애초에 기대도 안 했지만, 기본 파우치도 없이 떨렁 저렇게 오다니 좀 아쉽긴 했다.




    이렇게 생긴 아이다.
    앞캡은 구형 시그마 캡이고, 뒷캡은 첨 보는 듣보 캡이다. 잘 닫히지도 않는.. ㅡㅡ^
    이렇게 보니 별군이 도장을 벗겨낸게 훨씬 멋스럽다. 
    아.. 나도 사포질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 -_ㅠ
    뭐, 좀 쓰다가 정 맘에 안 들면 리락카 해 버리면 되니까.. ㅎ


    어떻든 외관은 정말 깨끗하다.
    거리계창이 쓸린 자국이 좀 있는데.. 이상하리만큼 외관이 깨끗하다.
    (나중에 별군에게 들어서 안 것이지만.. 이건 외관이 깨끗한게 아니라 1차 도장을 벗겨낸 거라 한다. 속았다;;)









    이리저리 테스트샷도 날리고, 자랑질도 해 본다.
    와우, 이렇게나 가까이 들이댈 수 있는 마크로 렌즈가 생겼다. ㅎㅎ
    성능은 꽤 좋은 것 같은데.......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렌즈의 포커스 소음이 엄청나다.
    단순히 그냥 소음이 아니라, 쇠 갈리는 소리.
    못된 양키놈들.. 이런게 어디 민트급이냐?
    외관만 깨끗하면 다 민트냐? 이런 코쟁이 놈들 ㅠㅠ

    그냥 소음이 좀 큰 정도면 참겠는데.. 쇠 갈리는 소리가 너무 심해서 좀 쓰면 렌즈가 부서질 것만 같다.

    아.. 양키 놈들한테 당했나보다.
    도로 바다 건너 편으로 돌려 보낼 수도 없고.. 흑.



    소리를 들어 보라고 동영상을 올려봤다.
    초점 몇번 더 잡았다간 렌즈 다 부서질 기세다. -_-




    #6 대수술을 감행하다.

    어떻게 할까 엄청 고민하다가.. 일단 집에 들어왔다.
    그리고 아무 생각 없이,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렌즈를 분해해 버렸다. ㅡㅡ^

    소리가 나는 부위를 살펴보니 바디와 포커스링을 연결해 주는 축 부분인 것 같다.
    보니까 온갖 먼지와 작은 모래(?) 같은 것들이 끼어 있었다.

    그래서 순돌이 아버지인 우리 형에게 전수 받은 궁극의 스킬을 시전했다.
    바로 이 아이를 소환한 것이다.




    그 이름도 찬란한 WD-40.
    소음제거와 청소를 한다고 써 있다.
    녀석이 활약할 시점이다.



    축에 WD-40을 먹이고 얼른 다시 조립했다.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려면 조립한 후 포커스링을 돌려봐야했기에 인증샷 찍을 틈도 없이 낼름 조립해 버렸다.
    (이 과정에서.. 뒷면 렌즈에 WD-40이 조금 묻었다. 아.. 저걸 어떻게 지워낸담. ㅠㅠ)

    여튼 그러고 난 후 돌려보니 훨씬 부드러워졌다.
    여전히 최단거리 쪽에서는 소리가 좀 나지만 전체적으로 몹시 부드러워서.. 그냥저냥 쓸만한 수준이 됐다. ^_^
    아, 역시 형 말대로 WD-40은 만능이다. +_+

    초점 잡는 것도 상당히 부드러워졌고, 핀도 몹시 정확하다.
    외관도 몹시 깔끔(한게 아니라 1차 도장을 지운거라지만 -_-)해서 돈 날렸다는 생각은 안 든다. ^_^



    보다시피 10만원대 렌즈라곤 믿을 수 없게.. 화질 끝내준다!




    이제, 새로 온 이 녀석을 좀 아껴줘야겠다. ^_^
    반갑다, 식이사야!! ㅎㅎ





    덧)

    그런데 이베이에서 렌즈를 사는건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닌 듯 하다.

    일단 우리나라 중고가에 비해 너무 비싸다.

    이번에 샀던건 우리나라 중고시장에서 구하기도 어려운데다,
    가격도 별로 차이가 안 나서(배송료 포함해서 비슷한 수준이었음) 괜찮았지만..

    그 외 다른 렌즈들을 몇개 검색해 봤는데 이건 뭐..
    도무지 이베이에 갈 이유가 없었다.

    혹시 구하기 어려운 걸 발견하거나 하면 모르겠지만..
    하긴.. 해외 배송을 안 하는 매물이 많아서 그마저도 얼마나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


    여튼.. 렌즈 구매는 이베이가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닌 것 같다는.. 뭐 그런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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