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기러기의 비행 - 오식이 예찬
    쉼을 위한 이야기/사진 2011. 2. 1. 21:58
    시그마 50.4 - 일명 오식이를 들이고 난 후 이틀 째.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는 일이 정말 즐겁다.
    이런 좋은 렌즈를 잡아 본 게 135.8 이후로 처음이라고 했던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설마 그렇기야 하겠느냐만, 135.8 보다 오히려 낫다는 생각도 든다.
    135.8 보다 가볍고, 
    135.8 보다 초점거리가 짧고,
    135.8 보다 화각이 넓고(편안하고),
    135.8 보다 초점 잡는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물론 말은 이렇게 해도 오매불망 135.8을 다시 손에 드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긴 하지만.. ㅋ)

    쓰면 쓸 수록, 참 좋은 렌즈라는 생각이 든다.
    시그마가 제대로 사고쳤다는 얘기가 결코 거짓말이 아니구나...


    집에 오는 길에 저 멀리 서 있던 아줌마가 갑자기 하늘을 쳐다 보는데,
    무언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나도 같이 하늘을 쳐다 보았다.

    순간 내 눈앞에 펼쳐진 장관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수십마리의 쇠기러기 떼가 편대를 이루어 날아오고 있었다.
    아주 낮은 높이로, 정말이지 손 뻗으면 닿을 것처럼..
    (물론 실제로 닿을리는 없다. 아무리 그래도 수십미터 상공일테니.. 이런거 자꾸 따지고 그러면 피곤하다.)

    다행히 카메라를 목에 걸고 있었지만, 
    전원을 켜고 렌즈 캡을 빼고 하는 동안 이미 기러기 떼는 멀리 날아가고 있었다.

    아쉬운 마음을 가득 안고 뒤늦은 셔터를 눌렀다.

    그러고 집에 돌아와서 보니..
    그 멀리 날아가던 새가, 초점도 제대로 맞추지 못한 상태에서도 비교적 또렷하게 잡혀 있는 것을 보고 감격했다.

    '렌즈 정말 좋구나, 그리고 초점 속도 정말 빠르구나..' 하는 감격.

    그러고보면 오식이에 지나치게 열광하고 있는 것 같다.
    그간 계속 싸구려 렌즈만 썼던 것도 아닌데 왜 이러지? ㅋㅋ

    하긴.. 좋은 데는 이유가 없다.

    아래 샷들을 보면, 내가 이렇게 열광하는 것에 대해 조금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ㅎ


    뷰파인더에 새를 담았을 때는 이미 멀리 날아간 후였다.
    야속한 녀석들의 뒷모습을 뒤늦게, 재빨리 담았다.
    반셔터를 누를 틈도 없이, 그냥 연신 셔터질을 했다.

    중앙부의 기러기 편대 부분만 크롭한 모습이다.
    비교적 또렷하다. 망원으로 잡은 사진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다.

    중앙부를 1:1 크롭한 사진이다. 
    새의 형체가 거의 제대로 남아 있다.
    50mm의 초점거리를 생각해 보면 기러기가 어느 정도로 높이 날아가고 있는지 충분히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멀리 있는 피사체를, 해가 질 무렵에 50mm 렌즈로 담았다.
    중앙부가 이렇게 살아 있다는게 신기함을 넘어 경악할만한 수준이다.
    정말이지 발군의 해상력이다.

    댓글

Kunner.com since 2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