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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의 종교정책
    세상 사는 이야기/시사人Kunner 2007. 6. 11. 02:57

    마르크스-레닌 주의에 따르면 종교는 아편과도 같아 인민을 미혹하므로 자산 계급과 마찬가지로 반드시 타파해야 할 구시대의 유물에 지나지 않는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얼핏 이런 사고를 이해할 수 없으나, 세계사에서 종교가 정치와 분리된 것이 얼마 되지 않았으며
    아직도 정교일치의 사회가 남아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한편으로는 이해할 수 있기도 하다.
    물론 마르크스-레닌 주의가 정치적, 사회적 이데올로기의 하나라는 사실을 인정할 때만 가능한 것으로, 그 주장의 옳고 그름은 논외로 한다.


    어쩌면 종교란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유사 이래 종교가 나타나지 않은 문명은 존재하지 않는다.
    유럽의 여러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중국 역시 전통적으로 종교의 영향이 사람들 사이에 뿌리 깊게 내려져 있었다.
    하지만 유럽과 조금 다른 것이 있다면, 또 역사 속 다른 어떤 나라와도 중국이 다른 것이 있다면 종교가 정치적 역할을 담당했던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는 것이다.
    그 원인에 대해 많은 학설이 존재하지만, 어떤 것이 옳다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광대한 영토와 민족을 다스리기 위해 강력한 전제정권이 이미 기원전에서부터 출현했다는 것이 그 한 이유가 될 것임은 틀림없다.
    이미 정치구조를 통해 사회적 구심점을 마련했기 때문에 종교가 정치에 영향력을 미치기가 힘들었던 것이 아닐까.
    그 후 종교는 어떤 것이든지 중국에 전래된 이후로는 원래의 그것에서 조금 다른 양상을 띠게 된다.
    지나치게 관념적인 방향으로 흐르거나, 토템 사상과 결합하여 기복신앙의 역할로 한정된다던가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이렇게 유럽과는 전혀 다른 종교의 위상은 마르크스-레닌 주의를 엄격하게 적용해야 할 이유가 없도록 만들었다.
    마르크스-레닌 주의의 무신론은 인민에 대한 종교의 구속력을 해제하여, 일당 독재의 기틀을 마련하는데 그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며, 이는 굳이 종교 부정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고도 충분히 이뤄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민당과 공산당의 내전 시기에, 전력적으로 열세였던 공산당은 인민들의 호응을 얻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인민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그들이 가진 기존의 사회조직을 흡수하는데, 종교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었다.


    하지만 공산당은 중국 통일, 강력한 사회주의 체제 건설, 민족의 중흥 등과 같은 원대한 사업에 종교가 담당해야 할 역할을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었다.
    애초에 종교는 지나치게 영향력을 발휘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는 마르크스-레닌 주의가 말하는 무신론에 타당성을 부여해 줄 뿐이다.
    어느 편이나 극단적인 것은 화를 부르기 마련이다.
    중국 공산당은 종교를 적으로 돌림으로서 인민들에 위화감을 주고 싶지 않았으며, 사회주의적인 생각으로는 종교의 소멸이란 인간 문명의 자연스러운 흐름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은 중국 공산당만의 차별화된 종교 정책을 내놓게 되는데, 종교란 사회주의 건설에 누를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자유를 허용받으며, 사회질서를 해치는 반사회적인 종교는 엄격하게 금하도록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종교적 자유가 부여된 듯 하지만 실상은 종교를 사회주의 건설의 한 도구로 삼을 뿐이며, 종교 내부의 세계관이나 사회관 등은 제한을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종교가 그 도구로서의 소임을 다하는 동안 종교는 결국 고사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공산당의 낙관적인 생각과는 달리, 역시 종교는 사회주의와 결합하기가 어려웠다.
    그 결과 문화대혁명 기간 동안 다른 공산국가에서들과 마찬가지로 대대적인 종교탄압이 이뤄지고 말았다.


    그러나 문화대혁명을 통해 결국 중국 공산당은 정치, 경제, 사회, 인문, 종교, 그 외 모든 분야에 대해 기존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혁명 기간 동안에는 잔인하고 일방적인 공산당의 문화 척결 운동이 벌어졌지만, 막상 그런 방법으로는 결코 자신들이 생각하는 위대한 사회주의 국가 건설의 길로 나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는 종교정책의 경우에도 해당되는 이야기여서, 종교를 탄압해 음지화 되는 경우 정부의 통제가 더욱 용이하지 않게 된다는 것을 확인했을 뿐이었다.


    그 후 중국은 다시 종교를 개방해, 중국 인민들은 신앙의 자유를 되찾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중국이 마르크스-레닌 주의를 신봉하는 사회주의 국가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중국의 종교 개방은 어디까지나 사회주의 국가 체제를 위협하지 않는 한도 내에서만 이루어지고 있으며, 그보다 더 궁극적으로 종교가 가진 인간에 대한 구속력을 공산주의가 대체하기를 바라고 있다.
    그 결과 파룬궁을 두고 벌어진 것과 같은 종교 탄압이 오늘날에도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파룬궁 탄압의 원인은 아주 간단하다.
    파룬궁의 세력이 공산당을 위협할 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그게 기독교든, 불교든, 이슬람이든 뭐든, 공산당이 용인할 수 있는 범위 이상으로 세력이 커지는 경우 중국에서는 언제든 제2, 제3의 파룬궁 탄압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종교와 이데올로기는 모두 인간이 인간답게 살고자 함이 그 목적일 것인데, 과연 지금의 중국은 그 목적을 향해 잘 가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 동양문화사 레포트. 2007/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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