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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팅힐
    쉼을 위한 이야기/영화 2005. 12. 27. 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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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9년에 개봉한, 참 유명한 영화를 이제 봤다는 것은 어쩐지 쑥스러운 일이지만..
    오늘 노팅힐을 봤어.
    영화란, 한번 볼 타이밍을 놓쳐 버리면 영영 보지 못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데..
    흘러간 영화를 다시 보는데 맛을 들인 다음에도 왠지 이 영화는 손이 안 갔었어.

    로맨틱 코미디야 워낙에 좋아하는 장르니, 장르에 대한 부담 같은건 있을리 없었는데 왜 이제야 보게 됐을까?
    아니, 그간 안 보던 영화를 왜 하필 이제서야 보게 됐을까?
    뭐.. 그건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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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tting Hill.
    영화의 내용은 익히 잘 알고 있었어.
    단적으로 말하자면 성별이 바뀐 신데렐라 스토리와 해피엔딩.
    중간 중간 영국식 유머가 나오는 헐리웃식 로맨틱 코미디라고나 할까?

    워낙 유명하기도 했고, 우리나라 가수 쿨이 동명의 노래를 불렀던 적도 있어서(그 노래의 가사 내용도 영화와 같거든) 대충 얘기가 어떻게 돌아가리라 하는 것 쯤은 영화를 보지 않아도 잘 알 고 있었어.
    스토리를 다 알면 재미가 없는게 당연하지만, 그런 뻔한 이야기를 함에도 지루하지 않게 만드는 것은 감독의, 그리고 배우의 역량인가보다.


    언젠가 난, 영화란 현실과 좀 동떨어질 수록 좋다고 말한 적이 있었어.
    그리고 영화란, 조금은 환상적이고 아름다우면 아름다울 수록 좋다고 한 적이 있었지.
    고통과 좌절, 현실의 무게는 숨쉬고 살아가는 동안 이미 충분하니까. 
    영화에서까지 더 보태지 않아도 좋다고 말야.

    그건 바로 내가 로맨틱 코미디나 휴머니즘을 다룬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기도 해.
    너무 어처구니 없는 전개는 사양이지만, 극의 흐름을 두고 실현 가능성 여부를 따지는 편은 아냐.
    하지만 코믹에만 주안점을 둔 건 좋아하지 않아, 더구나 슬랩스틱은 완전 사양이지. 내가 좋아하는 건 로맨틱 코미디지 코미디는 아니거든.^^;
    이 영화는, 적당히 유쾌하고 적당히 공상적이고, 적당히 밋밋하다 할까?
    영국식 로맨틱 코미디 특유의.. 그 적당한 밋밋함 말야.
    "브랜단 앤 트루디" 처럼 기괴하지도 않고, "러브 액츄얼리"처럼 정신없지도 않고, "브리짓존스의 일기"처럼 호들갑스럽지도 않았다 하면 과한 칭찬이려나?
    아무튼 좋았어.


    부러울 것 없는 세계적 스타와 초라한 서점 주인.
    얼핏 보기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사람의 운명적 만남과 사랑, 그리고 갈등과 그 해소.
    사랑에 빠지는 것도, 갈등이 생기는 것도, 그리고 갈등을 해소하는 것도 모두 얼개가 좀 맞지 않아서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앞서는 영화야.
    물론 실현가능성이 높은 얘기라면 영화화한다고 해봐야 - 그것도 이렇게 밋밋한 전개로 - 본전도 못 뽑을테니.. 영화 내용이 실현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얘긴 할 필요가 없겠지만 너무 뻔한 설정에 대한 아쉬움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을거야.
    하지만 그런 작위적인 설정이 영화를 동화처럼 만들어 내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것 같다는 점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결국 영화가 괜찮았다라는 건, 다른 무엇보다 동화 같은 이야기에 만족했다는 얘기가 되려나?
    덕분에 노팅힐이라는 이름에서 실제 지명을 떠올리기 보다는, 왠지 현실엔 없을 듯한 낭만적인 장소를 떠올리게 되기도 해.
    꿈에서나 그리던 사랑이 이루어질 것만 같은, 그런 장소 말야.
    노팅힐.
    어쩌면 그저 휴 그랜트와 줄리아 로버츠의 매력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하하.


    뻔하디 뻔한 얘기, 어차피 시시콜콜한 사랑얘기.
    "그런 영화 뭐하러 봐?" 하는 사람도 분명 있지만 헐리웃 식이던 영국식이던 로맨틱 코미디는 이래서 좋아.

    현실에선 전혀 있을 법 하지 않은 얘기들, 아니 현실에 얼마든 존재한다 하더라도 나의 현실엔 없는 그런 얘기들 때문에 말야.
    미칠 듯 빠져드는 열병도 없고, 가슴을 까맣게 타들이는 눈물도 없어.
    잔잔하게 흘러가고 살며시 웃음 짓게 하는 풋풋하고 아름다운 그런 사랑 얘기들.
    갈등이 생기지만, 결국은 극복하고 마는 - 그게 어처구니 없던, 아니면 적절한 공감을 이끌어 내던 - 그런 스토리가 좋아.
    로맨스를 이루는데 방해가 되는 것은 그 무엇도 없어.
    계산도 없고, 경제도, 정치 논리도 없고, 종교도, 국적도..
    그저 눈 한번 마주치는 것으로 모두 끝이야.


    실현 가능성이 얼마가 되더라도, 그런 사랑 해 보고 싶지 않아?
    현실에 없으니 영화로라도 즐겨 보자고.
    물론, 현실에서 이루어 진다면 두말 할 나위 없이 반갑게 맞아 주겠어.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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