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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는 내 운명
    쉼을 위한 이야기/영화 2005. 12. 25. 09:02

    "너는 내 운명"

    연말 시상식을 휩쓸고, 내내 사람들 입에 회자되길래..
    "대체 얼마나 잘 만든 영화기에?" 하는 생각을 하곤 했어.
    "얼마나 잘 만들었는지 두 눈 부릅뜨고 봐 주마!" 하고 말야.
    하지만 결국 부릅뜬 두 눈을 감고 눈물을 펑펑 쏟아 버리고 말았다.

    황정민의 연기도 일품이고, 전도연은 역시나..
    전도연은 괜히 정이 안 가는데, 연기자로서의 전도연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생각..
    그녀가 나오는 영화를 볼 때 마다 하곤 해.
    황정민.. 그가 나온 영화라고는 "바람난 가족"을 본게 전부여서..
    별로 좋은 인상으로 남은 배우가 아니었거든?
    영화의 그가 실제의 그일리 없는데도, 괜히 싫었었어.
    그 후로는 그가 나온 영화를 보지 않아서 다른 느낌을 가져 본 적이 없고, 실제로 관심도 없었어.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황정민이라는 배우가 머리에 단단히 각인될 것 같아.

    풋풋하다란 말, 순수하다는 말이 전혀 어울리지 않을텐데도..
    영화 전반부 내내 그런 생각을 하면서 봤어.
    대체 어떻게 하면, 저 아름다운 로맨스가 비극이 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말야.

    영화 얘기는 많이 들었어도 스토리에 대해서는 거의 들어 본 일이 없었어.
    그냥 뭐, 다방 종업원과 시골 농부의 사랑. 뭐 이정도 얘기만 들었었거든.
    그리고 얼핏 본 예고편에서, 전도연이 수감된 장면이 나왔었고.
    그래서 영화 보는 동안 대충 얽어 매기로는, 전도연의 과거 문제가 한바탕 불거지겠고..
    그 과정에서 살인, 또는 폭력이나 간통같은 범죄를 저지르겠구나 했어.

    그런 극단적인 방법이 아니고서는 절대로 저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흐트러뜨리지 못할 것 같았거든.
    하지만 영화는, 내 생각과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사랑을 갈라 놓았어.
    어떻대도 결국 극단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그게 창작의 결과가 아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는 점을 생각하니 가슴이 많이 무거웠어.


    얼마나 사랑했을까.
    또 얼마나 아파했을까.
    과연 얼마나 더 아파해야 그들은 다시 행복할 수 있을까.
    아니, 이미 그들은 행복한 지도 모르지.
    다시 언젠가 이별이 찾아 올 지 모르지만, 적어도 지금은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을 하고 있으니까.
    그런 사랑 해 본 적 없는 나같은 사람 - 우리들은 이해할 수 없겠지만.


    하지만 영화를 보면서, 조금은 아쉬웠어.
    결국 이 영화도, 이 영화를 찍은 감독도..
    그들의 사랑을 신파 그 이상으로 올려 놓지 못했다라는 것 때문에 말야.
    영화 속에서 그 잡지사 기자가 했던 것처럼..

    성, 윤락행위, 에이즈 등..
    민감한 사안들이 얽힌 얘기를 하면서도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건드리려 하지 않는 비겁함이랄까?
    "여자가 물건이냐? 돈 주고 사 먹고 말고 하게?" 하는 대사도..
    결국 "술값은 뿜빠이다!" 하는 다음 대사로 웃음 속에 묻어 버리는 방식 말야.

    덕분에 흥행은 성공했을지 몰라도, 덕분에 이 영화는 신파멜로 -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게 되었다는 생각에 조금은 아쉬워.
    물론, 이 신파 멜로 덕분에 꽤 많은 눈물을 흘렸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지만. ^^;
    뭐.. 아주 좋다, 하지만 조금 아쉽다 이거지.


    언젠가.. 그런 사랑이 실제로 존재하느냐 하는 질문에, "실화라니 있긴 하겠지" 하고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내 경우를 묻는다면..
    나는 그런 사랑이 존재한다고 믿고 싶지만, 아직 해 본 적이 없다고 하겠어.
    믿는 것과 실재하는 것은 분명 조금은 차이가 있으니, 단적으로 어떻다고 말할 수는 없겠고..
    적어도 지금까지의 대답은 "그런 사랑은 존재하지 않았다" 가 될 수 밖에 없겠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런게 가능할 거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얘기라고 뻔히 적혀 있는데도 그건 판타지라는 생각마저 들지만..
    그런 사랑이 내게도 왔으면.. 하는 생각.
    하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두려워.
    내게 그런 상황이 주어진다면, 나는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 도저히 고개를 끄덕일 수가 없어.
    아직 그런 상황이 오지 않았으니, 또 차라리 오지 않았으면 하니..
    질문에 대한 대답을 미뤄두는 것 외엔 달리 할 수 있을 만한게 없다.


    요즘은 "운"과 "불운"에 대해 생각하곤 했었어.
    솔직히 말하자면, 자꾸만 내 인생이 너무 불운하게만 보였어.
    하지만 이 영화를 보고 나니, 그들에 비해 나는 얼마나 운이 좋은건지...
    외려 나의 문제는, 행운의 여신이 나와 함께 하지 않았음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런 뜨거운 가슴을 가지지 못한 것이 아니었을까?


    너무 슬프고 너무 아름다워서 눈물을 펑펑 쏟아내고, 하늘도 가르지 못할 굳은 사랑에 박수를 치지만..
    그런 사랑을 함께 하고 싶지는 않은, 그런 상황에 놓여질까 두려운 비겁함.
    이율배반적이지만, 실은 그래.
    가치판단의 잣대를 들이대지 못하면 영 개운하지 않은 심리 특성 상..
    이 영화는 내게 너무 많은 숙제를 안겨줘 버렸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쉬고 갈라진, 사랑한다는 피맺힌 절규는 오래도록 가슴 속을 휘저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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