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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꽉 채운 1박 2일.. 그 짧은 여행을 끝내고...
    쉼을 위한 이야기/여행 2002. 12. 26. 06:50
    어제 저녁, 퇴근 후 불현듯 이래선 안 된다는 위기의식에 정신없이 짐을 챙겨 여행을 떠났다.
    뭐 거창하게 여행이랄 것도 없었지만.. 정말 오늘은 나라는 사람과 나의 주위에 있는 사람, 사건들에 대한 여러가지 많은 생각을 다양한 각도로 하게 하는..
    정말 내적으로 충만한 여행이었다.

    그래.. 나는 그렇게 살면 안 되는 거였다.

    뭐 사는데 얼마.. 뭐 사는데 얼마.. (중략)... 내 아들과 함께 한 첫 여행.. 값으로 따질 수 없습니다.

    언젠가 봤던 TV광고에서 뭐 이런 종류의 카피가 있었다.

    그걸 보며 나는 얼마나 전율했던가..
    나는 꼭 저렇게 살아야 겠다고 얼마나 다짐했었나..
    근데 정작 나의 현실은 전혀 그렇질 못했다.
    소시적에 좀 놀아 봤다고 자부하면서도 정작 제대로 노는 법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말이다..
    그렇게 잘 놀았다던 고삐리 시절.. 대학시절(?)..
    나는 맨날 친구들과 모여 술이나 먹고 유흥업소에서나 흥청대다가 어떻게 하면 여자 하나 꼬셔서 놀아 볼까..
    뭐 그런 정신으로 내 귀중한 시간들을 마구 날려 버리지 않았던가..

    왜 그런 멍청하고 비생산적인 방식으로 노느라 그 많은 시간과 돈,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가 하는 생각에 하루 종일 회의.. 또 회의를 했었단 말이다.
    물론, 그러면서도 즐길 것은 팍팍 즐겼고 그래서 너무 즐거운 하루였다.

    어제부터 나의 일정을 쭈욱.. 훑어 보자면..
    우선 회사에서 퇴근해 집에 와 여장을 풀기도 전에 게시판에 글을 남긴 후 바로 집을 나섰다.
    그 시간엔 대천행 기차가 없는 것을 확인한 후, 바로 영등포 역으로 달려가 주저없이 천안행 기차에 올랐다.

    가면서 고등학교때 나와 절친한 친구들에게 연락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너무 착한 내 친구.. 술을 잘 마시지 못하고, 다른 친구들과는 달리 너무도 순진해 양아치 짓을 전혀 하지 않던 착한 내 친구..
    그래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한때 소원한 관계가 되었던 내 친구..
    지난 달에 오래간만에 만나 반가움에 어쩔 줄 모르던.. 민정식이란 멋진 이름을 가진 내 친구를 불러냈다.

    또 상이와 싸이코 김경일.. 그리고 머리가 너무나 큰.. 그 큰 머리만큼 고민도 많은 종욱이..
    이렇게 술을 다섯시까지 퍼마셨다..
    평소완 다르게 고민이 많던 내 친구 상이를 열심히 달래주고 있으려니..
    나중엔 너무 피곤해 눈이 감겼다..
    술집을 나서 잠을 자러 가는데 추적하게 내리던 비가 눈으로 변해 온 세상을 하얗게 덮기 시작했다.

    너무 피곤해서 어떻게 잤는지도 모르게 뻗어서..
    아침 11시까지 자다가.. 일어나 씻고 기차표 잔여좌석을 확인하고 표를 예매하기 위해 재빨리 겜방엘 갔다.
    그러다 문득 게시판에 와 보니 그리운 이름.. 상수형의 이름이 보이는 것 아닌가!
    정말 기막힌 타이밍으로 우연에 우연을 더한 필연으로 상수형과 형수님, 그리고 형수님 동생을 만나 식사를 같이 하고 다시 기차여행에 나섰다.

    애초 목적했던 장소는 대천이었지만,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과 바다에 가서 할 일.. 등을 면밀히 검토해 본 결과, 장소는 인천 월미도로 변경되었다.
    우선, 무작정 해변을 걷기에는 날씨가 너무 추웠고, 대천은 해변은 멋지게 펼쳐져 있지만 해변 외의 놀거리는 하나도 없다는 점, 그리고 벌써 시간이 한낮이 되었기 때문에 나중에 집에 가려면 너무 늦은 시간이라 부담된다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였다.

    어쨌든.. 내 친구 정식이와 함께 나는 다시 영등포로 와서, 전철을 타고 인천종점에 다다라, 버스를 타고 월미도로 들어 갔다.
    월미도로 들어와 군것질을 좀 하고 바닷가를 따라 걸으며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하려 했지만 너무 추워서 빨리 어디론가 들어가고만 싶었다.
    어딜 들어가기 전에 우리는 월미도까지 왔는데 바이킹을 타지 않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고, 그 추운 날.. 용감하게도 3000 원짜리 표를 끊어 바이킹에 올랐다.
    나야 뭐.. 워낙 놀이기구에 무서움을 느끼지 않지만 오늘 바이킹은 정말 곤욕이었다.
    너무 추워서 바이킹을 타는 동안 얼굴과 손이 꽁꽁 얼어 붙은 것이다. ㅠ_ㅠ
    바이킹을 내린 우리는 오직 이 얼음장 같은 손과 얼굴을 녹이는 방법을 생각하느라 바이킹의 스릴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없게 됐다.
    편의점을 들러 따뜻한 커피를 한 사발 마신 후에야 몸을 좀 녹이게 된 우리는 유람선 이라는 멋진 놀거리를 생각해 냈다.
    하지만 코흘리게 시절 이후에는 유람선 같은 걸 타 본 적이 없는 우리는 유람선은 보통.. 가족이나 커플이 탄다는 것을 전혀 계산하지 못했던 것이다...... -_-;;
    아무튼.. 유람선을 타기 전에 우리는 바다까지 왔는데 싱싱한 회를 먹어줘야 한다는 생각에 거금 8만원을 들여 모듬회를 먹기로 했다.
    맛은 정말 없었지만,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건물 3층에서 얘기를 나누며 먹는 회는 가히 나쁘지 않았다.
    출항시간에 맞춰 배에 오른 우리는.. 드디어 엄청난 정신적 충격을 받게 되기에 이른다.

    나와 내 친구를 제외하고.. 남자끼리.. 또는 여자끼리 온 사람들은 아무리 눈 씻고 쳐다봐도 한명도 없었단 말이다......
    이런 젠장.. 정말 1시간 20분이 그렇게 길 수가 없었다.
    앞쪽에 앉은 것은 가족 동반으로 온 사람들.. 뒤쪽으로는 이리 둘러봐도 커플, 저리 둘러봐도 커플..
    그 분위기를 견디기 힘들어 선실 2층으로 올라가자 거기는 더욱 심해 온통 커플..
    우리는 그 배 안에서 이상한 놈들일 뿐이었다..
    심한 정신적 쇼크로 묵묵히 3층에 올라간 우리는 이번엔 절망을 맛보게 된다..
    아니.. 이것들이 추워 죽겠는데 단체로 타이타닉을 찍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옆에서 뭘 하든.. 누가 있든.. 심지어는 감독도 없고 카메라도 없는데도 아랑곳 하지 않고 정열적인 키스신을 찍고 있는 것이 아닌가...
    뜨아... 그 민망하고 부럽기 짝이 없는 인파들 속에서 우리는 절망이라는 단어를 맛 봐야만 했다.

    그렇게 고문같은 1시간 20분이 지나 배에서 내렸을 때..
    우리는 서로 약속이나 한 듯 똑같은 다짐의 말을 내뱉었다.
    우리.. 다음엔 꼭 여자친구와 함께 오자 -_-;;

    그리고 추위에 지친(사실은 배에서의 충격에 정신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ㅠ.ㅠ)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배에서 정신적 쇼크를 입긴 했으나 그건 부정적인 의미의 쇼크가 아니었다.
    오히려 이 두 늑대에게 너무도 좋은 목표를 제시하고 그 목표를 향해 돌진하게끔 만드는 Positive 쇼크랄까.^^

    어제 오늘 있었던 일들만 주우욱 나열하다 보니 별로 재미가 없었을 것 같지만..
    무척 재밌고 즐거웠으며, 그 긴 이동거리마다 혼자일 때는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하게 만들고, 둘이 있을 때는 서로의 의견을 주고 받을 수 있었으며, 여럿이 있을 때는 끈끈한 유대감을 확인시켜 주는 아주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이번 여행을 통해 내가 마음 먹은 것들이 있다.
    우선, 생각한 일은 바로 행동에 옮기자는 것. 심지어 그게 어떤 충동일지라도 옳다고 생각되면, 또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바로 행동에 옮기자는 것이다.
    우유부단한 편인 나는 때때로 너무 깊이 생각하는 탓에 행동으로 옮겨야 할 적기를 찾지 못할 때가 많았다.
    또,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말이 많은 나는..-_-;
    행동보다 앞서는 말 때문에 나중에는 오히려 행동으로 보여 줘야 할 시기를 놓치는 어리석음을 종종 범하고는 했던 것이다.
    좀 쉽게 말하라구?
    아.. 내 나이 24에..
    어디 단체로 간 거 말고 혼자 또는 친구들과 여행이라는 걸 해 본 걸 세어 보면 손 꼽아 볼 정도 밖에 안 될꺼야.. 이게 얼마나 바보 같은 짓이야..
    그리고 가고 싶다... 생각하면서도 이리저리 핑계아닌 핑계를 대며 안 가고, 못 가고는 했던 거야..
    이 얼마나 불쌍한 청춘이었어?
    이제 안 그럴꺼야.. 행동으로 직접 보여주지!

    그리고.. 나 그전까지는 여자친구가 별로 안 필요하다고 생각했거든?
    사실 이런 말 하는 건 스스로 터부시해서 평소에는 입에 꺼내지 않는 말이지만 날이 날인지라 말을 꺼내 보면.. 남녀 사이의 생리적 욕구는 꼭 여자친구까지 가지 않더라도 해결 할 수 있는 거고, 또 그 방법이야 참으로 여러가지인거고..
    그 외에는 사실 별로 필요를 못 느꼈었는데..
    오늘 깨달았어. 나는 외로운거야..
    나는 그게 단순히 친구가 있으면 끝나는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어.
    아주 좋은, 착한, 그리고 내 맘에 드는 여자친구가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어.
    그건 내 친구도 마찬가지 일거고.. 히히.. ^^
    이제 총력을 기울여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여자친구를 만들도록 할꺼고, 꼭 다시 그 유람선을 타고 말테다!!!

    기껏 여행 갔다 와서 깨달은게 그거 뿐이느냐고?
    아니지.. 전혀 아니야..
    내가 아까 말한 그 카피 있지?
    그걸 인용하자면..

    서울-천안간 왕복 차비 2만원, 숙박비와 술값등 유흥비 4만원, 맛있는(?) 회값 8만원...

    처음으로 친구와 단 둘이 떠났던 겨울바다 여행, 그 감동..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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