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묻습니다. 동지들께서 원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 통합진보당 분란에 부쳐
    Letter from Kunner 2012. 5. 5. 22:48

    나는 국민참여당 출신으로 통합진보당 창당 시 부터 함께 한 진성당원이다.

    비록 당 가입 신청서를 재작성 하라는데 바빠서 안 했더니, 준 회원으로 분류되고 있기는 하지만.

    매달 당비도 꼬박꼬박 내고 있는데 말이다. - 생각해보면, 당비 납부는 따로 신청 안 해도 승계하더니, 가입신청서는 따로 받는 아이러니 ㅡㅡㅋ

    여튼, 작금의 사태가 너무나 안타까워 글을 보탠다.

    이 글은 통합진보당 홈페이지에 남긴 글을 옮긴 것이다.

    ==================================================================================




    무릇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는 법입니다.

    그리고 입장 차이에 따라 그 이유는 다 제각각일 것입니다.


    누군가는 이 일이 당권파의 그릇된 권력욕 때문이라고 하고, 또 누군가는 반대로 당권파를 제거하기 위한 모략이라고 합니다.

    어떤 누군가는 이 상황에 대해 정의가 불의에 맞서는 것이라고 하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신당권파의 쿠데타일 뿐이라 하기도 합니다.

    역시 입장 차이에 따라 제각각 해석될 것입니다.

     

     


    참 슬프죠.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함께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확연한 입장 차이를 확인하게 될 때는 말입니다.


    사실 여기 대해서는 더 보탤 말이 없습니다.

    어제 낮 부터 지난 밤 동안 벌어진 일들을 우리 모두 live로 보고 들었으니 말입니다.

    마치 상대를 동지가 아닌, 제거해야 할 대상이라고 여기는 듯 한 그 막장 속을 우리 모두 다 들여다 봤으니 말입니다.


    그러니 이제 와서 뭐가 어땠고, 누가 잘 했고 잘 못 했음을 따져 묻는 게 다 의미가 없는 일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 이런 이유로 다시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겠습니까?

    창당한지 이제 꼭 6개월 됐는데 - 고작 6개월 만에 우리 이렇게 끝내서야 되겠습니까?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우리 이런 이름으로 돌아가면 되겠습니까?

    그럼 우리는 원하는 것을 얻게 되는가요?



    저는 아닐거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렇고, 다른 동지들께서도 그런 결과를 원하는 것은 아니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면 다시 묻습니다.

    동지들께서 원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무엇인가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 부정과 부실이 '총체적' 이든, '지엽적'이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는 평당원에 지나지 않지만, 주권 당원으로서 아래와 같은 내용들을 당원 동지들께 제안합니다.



    #1

    어차피 지금 지도부는 선거 관리의 책임에서도 자유롭지 못한데다, 간밤의 사건 이후로 동력을 상실했습니다. 

    이제와 누가 지도부의 말을 따르겠습니까?

    이래서야 이정희 대표의 말을 진정성 있게 들을 수 있겠습니까, 아니면 유시민 대표의 말을 권위 있게 들을 수 있겠습니까?

    운영위원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당권파 측에서 조승수 의원의 말을 가당케 생각하겠습니까, 아니면 반대 측에서 우위영 대변인의 말을 귀담아 듣겠습니까?

    모두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합니다.


    전당대회 전까지 한시적인 비상 의사 합의체 기구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대표는 민주노동당의 오랜 어른인 권영길 의원이나, 간밤에 눈물 깨나 쏟게 만든 강기갑 의원 등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통합 정신을 가진 분이 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혹자는 지난 번 진보신당 분당 때의 비대위를 거론하면서, 비대위의 부작용에 대해서 말씀하십니다만..

    그러면 대안은 무엇입니까?

    만신창이 지도부를 그대로 두고 이 사태를 엄중한 눈길로 바라보는 국민과 당원 동지들에게 뭐라고 말씀하시렵니까?



    #2

    경쟁 비례대표는 모두 자진 사퇴해야 합니다.

    이미 비례대표 1번 이었던 윤금순 당선자가 사퇴했습니다.

    상황이 이렇게 된 마당에 무슨 이유로 자리에 연연하고 계십니까?

    경선 중 부정이 있었습니다.

    진상조사위의 보고서가 사실과 어느 정도 차이는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만, 부정행위가 실제 존재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선거 과정 중 부정이 있었거나, 부정이 개입될 정황적 증거가 충분하다고 생각되는 경우 - 그 선거 결과는 권위를 잃게 마련입니다.

    우리의 경선 중 발생한 부정이 이번 총선에서 강남을 선거구에서 발생했던 그것과 무엇이, 얼마나 다릅니까?

    강남을 선거구에서의 일을, 당원 동지들께서는 납득하고 인정하실 수 있습니까?

    그것이 우리가 바라는 정의가 살아 있는 민주주의의 모습입니까?


    존경하는 이석기 당선자와 김재연 당선자, 그리고 그 후 순위 경쟁 비례대표 순번 당선자 및 대기자 분들께 정중히, 그리고 간곡히 부탁 드립니다.

    깨끗이 물러나 주십시오.

    너무나 억울하고 너무나 분하고, 너무나 절망적인 느낌일 것이라는 것 - 감히 다 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마는, 그래도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말씀 드립니다, 감히 부탁 드립니다.

    당을 위해 희생해 주십시오.

    지난 번 관악에서 이정희 대표가 뿌린 눈물이 어디 지금 여러분의 눈물보다 덜 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다시 한 번 감히 말씀 드립니다. 

    당을 위해 희생해 주십시오.

    대신 이 모든 분란이 정리되고 난 후, 동지들의 이름은 당 역사에 혁혁히 빛날 것입니다.

    그리고 이후 보궐선거와 차기 총선의 공천 과정에서 당은 동지들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3

    비상 의사 협의체 기구에서는 가능한 빨리 진상 조사 위원회를 구성하여, 이번 사태의 실체가 명명백백히 드러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전당대회 전까지 총력을 기울여, 모든 의혹에 대해 철저한 검증을 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다시는 우리 당이 권력을 탐한 이전투구의 장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조사 위원의 구성에 대해서는 비상 의사 협의체 기구의 대표에게 일임하되, 계파와 정파를 충분히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반드시, 당 외부 인사를 조사 위원으로 임명하여 공정한 심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이 외부 인사에 대해서는 현재의 조사 결과에 대해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이 공히 한 명 이상 씩 동수로 추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조국 교수와 같은 명망 있는 인사라면 충분히 자격이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런 인사들을 추천할 정도로 제가 견문이 넓은 것이 아니므로 그저 예를 든 것으로 이해하시면 좋겠습니다)


    진상 조사는 잘못된 과거와의 단절을 위한 것이지, 권력을 점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당과 당원들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고, 

    당과 역사에 죄를 지은 무리들에 단죄하여 우리 모두가 바라는 곳으로 힘차게 - 함께 걸어나갈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

    당원 동지 여러분, 감히 묻습니다.

    동지들께서 원하는 것은 과연 무엇입니까?

    이 길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습니까?


    상황을 해석하는 입장이 어느 쪽이든, 

    작금의 상황이 아름다운 모습은 아니라는데 동의하지 않을 분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 부디, 어두운 과거는 털고 앞으로 나아갑시다.

    바로 6개월 전, 우리 모두가 함께 발걸음을 내딛던 그 날을 생각합시다.

    유시민 대표의 말처럼 - "설렘과 두려움, 성공의 기회와 실패의 위험이 동시에 존재하는 미지의 행로" 를, 우리 부디 서로 믿고 갑시다.

    하지만 지금의 모습으로는 어렵습니다.

    어차피 지금의 지도부와, 지금의 진상조사위원회, 지금의 비례대표 당선자로는 당 화합은 무리 입니다.

    우리 이제 내일을 생각할 때 입니다.



    나아갑시다.



     


     

     





    'Letter from Kunner' 카테고리의 다른 글

    6월의 근황  (0) 2012.06.20
    BUNKER1 탐방 + 나는꼽사리다 금주5회 방청기.  (0) 2012.05.20
    || Pause  (2) 2012.04.17
    오랜만의 포스팅  (2) 2012.04.06
    문득..  (0) 2012.01.23

    댓글

Kunner.com since 2000.